IT 서비스에는 왜 은유가 필요했을까?
은유(隱喩)는 전달이 어려운 뜻을 표현하기 위해 유사한 특성을 가진 사물이나 관념을 사용해 표현하는 어법을 말합니다. 은유하면 떠오르는 시가 있습니다. 바로 김동명의 시 '내마음'입니다. 거기에 '내마음은 호수요'라는 구절이 나오죠. 이 문장에서 호수는 내마음이라는 원관념의 상태를 나타내는 보조관념입니다. 호수처럼 평온하고 잔잔하다는 숨은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 표현이죠. 내 마음의 상태가 그러하니 언제든 편하게 다가오라는 주인공의 심상이 담겨 있는 표현입니다.
이렇게 은유라고 하면 대개 문학책에서나 나올법한 단어라는 생각을 하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굉장히 흔하게 쓰이는 수사법입니다. 특히 요즘 IT산업군에서는 은유를 쓰지 않고는 비즈니스를 설명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많아지고 중요해졌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은유가 ‘플랫폼’ 아닐까 합니다. IT 앱서비스 초기의 브랜드들이 자신들이 전개하는 비즈니스의 개념을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통해 형상화해주지 못했다면 난감한 상황이 많이 발생했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 개념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새로운 플랫폼 앱이 나올 때마다 플랫폼의 개념을 매번 새롭게 설명해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신생 기업들이 생겨나던 온라인 시장이 막 태동하던 시절 플랫폼 서비스라고 하면 무슨 소린지 이해가 잘 안 갔습니다. 대충 정거장처럼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습니다. 그 안에서 교류와 교환이 이뤄지는 시장 같은 곳이라 짐작만 했지, 중개라는 개념까지 포함된 서비스라는 건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에는 없던 새로운 IT라는 기술을 접목한 최초의 서비스였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플랫폼이라는 개념은 이미 일반 명사가 됐습니다. 사람들이 많은 플랫폼을 직접 체험을 하면서 이해도도 처음에 비하면 급속도로 올라갔습니다. 플랫폼이란 은유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선로와 열차들이 승강장을 드나드는 모습에 딱 맞는 비유라는 생각을 합니다. 긴밀한 교류와 유기적 연결성을 이렇게 잘 설명할 단어는 없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필요한 상품, 서비스 구입이라는 목적지를 향해가기 위해서는 정거장을 반드시 거쳐가야합니다. 이런 쉽고 인상적인 개념은 한번 머릿속에 들어오면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은유의 힘이겠죠. 세련되지만 친절하게 설명하고, 수준 높은 표현을 해낼 뿐 아니라 오래 기억됩니다.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알고 나니 식당과 배달 손님을 이어주는 ‘배달의 민족’ 앱서비스도, 부동산 중개인과 고객을 연결해 주는 '직방'이라는 서비스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상이라서 공간의 실체는 없지만 머릿속에 플랫폼이라는 그림이 그려지면서 서비스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은유를 사용하면 어렵고 딱딱하게만 보이는 비즈니스 개념들도 그 본질을 형상화해 이해하기 쉽고 표현됩니다. 머리에 쏙쏙 박히고 선명하게 그려지면 자연스럽게 설득력도 올라갑니다.
플랫폼뿐만 아니죠. 블록체인 또한 이 서비스를 설명하기 위한 탁월한 은유입니다. 블록체인은 하나의 블록 데이터들이 마치 단단한 철사로 된 체인으로 연결된 견고하고 굳건한 네트워킹을 연상하게 합니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가 관리 대상이 되는 모든 데이터를 분산하여 저장하는 분산처리기술이라는 설명이 쉽게 이해가 가고 이미지로 그려내기도 쉽습니다. 비트코인이라는 이름도 참 쉽게 잘 쓰인 은유적 표현이죠. 비트로 된 동전이라는 표현은 가상의 세계에서 암호화된 디지털 화폐라는 긴 설명을 압축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비트 코인용 계좌를 만들 때는 약 30자 고유한 번호가 있는 계좌가 있어야 합니다. 이 걸 보관할 가상의 장소가 필요한데, 이걸 지갑(wallet)이라고 부르더군요. 실제 지갑처럼 손에 잡히는 물건은 아니지만 체감으로 다가오니 그 서비스의 용도가 낯설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웹(web)이라는 용어도 IT산업의 대표적인 은유입니다.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은유도 매력적입니다. 이들 모두 딱딱하고 차가워서 거리감이 생길 수 있는 기술적 개념들을 친근하게 다가가게 만듭니다.
최근에는 L사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전혀 몰랐던 용어들을 반강제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사실 클라우드라는 개념이 은유로 표현되지 않았다면 저 같은 비 전공자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이해하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그걸 누군가에게 설명하기는 더욱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클라우드라는 은유는 IT분야에만 쓰이지 않습니다. 맥주 브랜드의 이름으로도 사용되고 있는 걸 보며 비교해 보니 재밌습니다. 가상의 저장 공간, 시스템이 구축된 공간이라는 IT분야의 비유와는 다르게 맥주 회사에서는 풍부한 거품과 최상위의 맛 등을 은유하고 있습니다.
은유가 강력한 이유는 그 안에 이미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IT산업에 유독 은유가 많이 쓰이는 이유는 뭘까요? 그만큼 이 산업 분야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원래 있던 기술이라면 사례를 보여주며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IT분야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정보 통신의 데이터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추상화된 것들입니다. 손에 잡히지 않으니 실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살펴볼 수 있는 제조된 제품들과 다르게 더욱 형상화되고 실체화된 대상을 비교해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입니다.
지금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신가요? 아니면 어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개념을 만들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브랜드의 가치와 개념을 은유라는 어법으로 표현해 보시면 많은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회사 또한 아래 이미지와 같은 형식처럼 '우리 브랜드는 OOO이다'에서 OOO에 비유적 표현의 단어들을 넣으면서 브랜드의 실체를 더욱 선명하게 상상해보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이 훨씬 구체화되고 이야기도 풍부해질 것집니다. 듣는 사람이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쉽고 전달력이 좋아져 금방 이해될 것입니다. 함축해서 말하니 상징성도 커집니다. 이런 상징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효율이 높고 세련되고 높은 수준의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은유는 더 이상 문학에서만 쓰이는 고상한 수사법이 아닙니다. 플랫폼이나 클라우드처럼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도 생생하게 작동해 그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은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세요. 여러분의 브랜드도 더욱 선명하고 풍부한 이미지로 고객들에게 다가갈 것입니다.
은유 시리즈 [Part 2.] 다음 시간에는 은유로 된 브랜드 네임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은유가 이름에 어떻게 적용 가능한지, 그런 이름은 어떤 매력이 있는지, 어떻게 브랜드 정체성과 개성을 만들어내는지 사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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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현수
브랜드 컨셉 빌더 [브릭] BRIK.co.kr을 설립해 브랜드 스토리와 스타일 구축을 돕고 있습니다. 저서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을 실천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차곡 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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