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통신 브랜드의 리뉴얼 속 사정

[브랜드 관찰기] LG U+의 변화를 보면서 생각난 것들

2021.06.28 | 조회 1.9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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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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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지나가 LG마크를 전면에 배치한 LG U+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원래 육각 입체형의 U+로고마크와 Suare를 결합해서 쓰던 걸 리뉴얼한건데 이제야 알아봤네요. 브랜드 로고뿐만 아니라, 매장 외부의 파사드에도 꽤 급격한 변화가 있었는데도 잘 몰랐습니다. 제 인식 속에서는 그만큼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여졌나봅니다. 살펴보니 2018년부터 서서히 LG 마크 중심으로 교체를 해오고 있는 상황이더군요. 2011년에 LG Telecom을 'U+Square'라는 브랜드로 바꾸면서 블랙 바탕과 핑크색 로고가 포인트가된 매장 익스테리어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통신 기업들의 초창기에는  'U+Square'(유플러스 스퀘어)같은 브랜드를 통신 3사들이 앞다투어 취했던 전략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각각의 통신가만 구분되면 될 것을 'T'나 'Olle'나 'U plus'같은 통신과도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이고 생뚱맞아 보이기까지한 이름들을 가져다 붙이는 게 별로 좋아보이진 않았습니다. 물론 각사의 사정이 있었겠죠. SK는 SK telecom에서 'T'로 KTF는 Show Olle로, LG telecom은 U+ plus로 새로운 시대의 새 브랜드라는 걸 어떻게든 강조하기 위한 '쇼'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산업의 가장 최첨단에 있는 미래를 그려갈 브랜드로써 그 위상과 역할을 표현하기에 SK telecom, KTF, LG telecom라는 사업 주체 표기한 수준의 언어는 분명 한계가 있어보이긴 합니다. 때문에  'T', 'Olle', 'U+ plus'를 개발해 브랜드의 선도성과 개성을 보여주고자한 시도는 참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30년이 훌쩍 넘은 국내 이동통신 역사에서 현재는 SK만 여전히 'T'라는 브랜드를 고수하며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상황입니다. KT의 Olle나 LG의 U+플러스는 축소되거나 잘 노출이 안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이제 고객들의 인식 속에 이동통신이라는 사업의 성격과 가치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통신시장도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들다보니 너무나 익숙한 생필품같은 상품이됐습니다. 그래서 산업에 큰 변화가 있어도 예전같은 이슈가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사람들의 주목도 받지 못합니다. 이제는 통신비라는 건 매월 나가는 관리비나 식비와 같은 고정비처럼 여겨지고 서비스 또한 마치 수도나 전기처럼 당연하게 생각됩니다. 이럴 경우 애매모한 메시지를 주는 Olle나 U+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차별화를 꾀한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화제성이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지난 십여년간 쌓아온 사명인 KT나 LG라는 사업브랜드가 강조되는 게 더 효율적이겠죠. 물론 SK처럼 사업 초기부터 막대한 물량과 광고비를 쏟아부어 만들어낸 'T'라는 브랜드는 쉽게 버리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SK이라는 모그룹이 하고 있는 사업이 너무나 많다보니, 이동통신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T'로 계속 유지하고 키워가는 게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제품의 대표 브랜드를 강조하다가 사업 브랜드를 다시 강조하면서 브랜드 이미지의 회귀는 가전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 삼성 티비는 PAVV(파브)로, 냉장고는 ZIPEL(지펠)로, 에어컨은 HAUZEN(하우젠)으로 제품 자체의 브랜드를 각각 홍보하는 브랜드 전략을 실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뒤 꽤나 오래 유지하다가 이제는 모두 SAMSUNG이라는 사업 브랜드 중심으로 통일됐죠. 결국 기업브랜드를 떼고 제품 자체의 독립성을 강조한 브랜드로 운영되기 보다는 기업 브랜드가 보증하거나 대표격으로 나서는 게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이나 브랜드 자산 형성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사실 무수히 많은 패밀리 브랜드와 그 아래 개별 브랜드까지 큰 우산처럼 각 브랜드를 품고 있는 식품 브랜드의 포트폴리오와는 달리 통신이나 가전 분야는 그렇게 복잡하게 나눌 필요가 있을까 싶긴합니다.  예를들어 다이슨이나 샤오미같은 경우 모든 제품에 각각의 개별 브랜드 보다는 사업 브랜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독립성이 강조된 현대차의 '그렌저'가 아니라, 벤츠의 'E클래스'의 수준으로 내려간 느낌을 줍니다. 'U+(그랜저)Square' by LG(현대차)에서 'LG(벤츠) U+(E클래스)'가 된 느낌입니다. 

 

처음 LG에서 통신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Samsung이 자동차를 만든다고 한 것만큼이나 어색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K와 KT의 틈바구니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잘 살아남네요. 이제 LG를 가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LG텔레콤이란 말도 그리 어색하게 들리진 않고 무게감까지 느껴집니다.

리뉴얼된 LG U+ 매장에서 LG마크에 방점이 찍힌 것처럼, LG다운 이동 통신 사업을 앞으로도 기대해 봅니다.

| 매거진 브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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