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의 최대 난제에 도전하다
지난주, 스페이스테크 분야의 한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리플렉트 오비탈(Reflect Orbital)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기업은 태양광 발전의 가장 큰 약점을 기회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방안을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바로 저궤도 위성에 반사판을 설치해 지상의 태양광 발전소에 더 오랜 시간 빛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태양광 발전이 낮에만 가능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美 스타트업, ‘태양광 거울’ 아이디어로 650만 달러 유치
리플렉트 오비탈이 올해 4월 공개한 비디오로 한차례 화제를 모은 후, 2025년 4분기 서비스 상업화를 위한 계획들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문형 태양광 공급(Sunlight On-Demand)'이라는 참신한 이름의 서비스는 이미 만 명 이상의 신청자를 유치하며 태양광 설비 운영자들의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유명 벤처캐피탈인 세콰이어캐피탈은 시드 라운드의 리드 투자자로 참여하며 '스페이스X 이후 처음으로 선택한 스페이스테크 기업 투자'라고 언급과 함께 리플렉트 오비탈의 든든한 지원자로 나섰습니다.
3년간 검증과 테스트에 몰두하다
아이디어는 간단합니다. 리플렉트 오비탈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지구 상공의 저궤도에 마일라 "거울" 위성 군집을 구축하여 배치하는 것입니다. 이 위성들은 일출 90분 전이나 일몰 90분 후에도 태양광 발전 시설로 햇빛을 반사하여 보냅니다. 이렇게 낮은 조도 시간대까지 햇빛을 보내면 하루 최대 4시간의 추가 발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이자 CEO를 맡고 있는 벤 노왁(Ben Nowack)은 전 세계 최대 드론 배송 업체 집라인(Zipline)의 엔지니어 출신입니다. 드론이라는 흥미로운 기구가 어떻게 '장소귀속탈피'라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며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을 창출해낼 수 있는지를 직접 경험한 노왁은 꽤 오랜 기간 태양광 에너지 발전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고민해 왔습니다.
기존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기술 혁신은 항상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사용해 태양 전지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거나 비싼 송전선 건설, 배터리 저장 등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1 - 2% 효율성을 개선하는 과업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노왁은 더 많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햇빛을 제공할 수 있다면 태양광 발전의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주목하였습니다.
2021년 10월 창업에 나선 노왁은 무려 3년간 아이디어 검증에 몰두하였습니다. 리플렉트 오비탈의 주요 구현 방법은 크게 위성 군집 구축, 반사판 설계, 반사 기술 개발, 그리고 정밀 제어 시스템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현존하는 반사판과 반사 기술을 통해 유의미한 수준의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죠.
초기 프로토타입은 10x10 미터 크기의 반사판이었습니다. 위성을 띄울 수 없었기에 열기구를 이용해 테스트를 수행하였습니다. 또한 반사 기술 측면에서는 여러 위성의 반사광을 한 지점에 집중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상의 특정 지역에 더 강한 빛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목표는 정오의 태양 밝기의 1/5 수준을 달성하는 것인데, 이 정도의 밝기라면 기존 태양광 발전 시설의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2023년 8월 반사판 및 반사 기술에 대한 검증을 마친 팀은 이후 위성 설계에 돌입하였습니다. 2025년 하반기 첫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준비도 마쳤습니다. 리플렉트 팀은 이번 80억 원 규모의 시드 라운드 자금을 활용해 서비스 및 제어 기술 고도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왜 지금인가?
기술 디플레이션과 변곡점은 새로운 변화와 트렌드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특히 하드웨어 분야에서의 기술 디플레이션은 어느 순간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기폭제가 되곤 합니다.
2018년 왜 전 세계적으로 공유 스쿠터 사업이 등장하기 시작했을까요? 왜 2017년도 아니고 2019년도 아니고 2018년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중국의 세그웨이가 공유 스쿠터 제조 비용을 $500 이하로 낮추면서도 하루 이상 사용 가능한 배터리 성능을 확보, 공유 모델로 과금을 하면서 하루 2 - 3회 수준의 이용 빈도만 확보하면 스쿠터의 파손 및 분실 비용을 감안해도 BEP를 달성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스페이스테크에 베팅하는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페이스X가 위성 발사 비용을 대폭 낮추면서도 관련 서비스를 민간에 개방하기 시작하자 이제는 스타트업이 위성 발사 비용에 대한 고민을 덜고 혁신적인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서버에 대한 고민 없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리플렉트 오비탈의 아이디어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창업자 노왁과 이번 투자 라운드를 리드한 세콰이어의 숀 맥과이어도 인정하듯이, 태양광을 반사시켜 지구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자는 개념은 이미 15년 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리플렉트 오비탈이 주목받는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배경이 있습니다.
- 첫째, 저궤도 위성 발사 비용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리플렉트 오비탈의 비즈니스 모델의 실현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요인입니다.
- 둘째, 태양광 에너지가 미국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5%를 넘어서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리플렉트 오비탈의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수요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 더불어,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다양한 에너지 생산 기술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시장 흐름은 리플렉트 오비탈에게 매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리플렉트 오비탈은 이러한 시장 환경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3년간의 기술 검증 기간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시장 환경이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후에야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선 것입니다. 이는 기술의 실현 가능성뿐만 아니라 시장의 준비도까지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스타트업을 묻다
리플렉트의 아이디어가 우호적인 평가만 받은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유튜브와 레딧에는 리플렉트가 시도하는 아이디어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부터 이전에 발표한 영상이 조작에 가깝다거나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평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개 스타트업이 도전해서 성공할 수 있는 분야라면 왜 여태까지 비슷한 시도가 없었느냐는 조소는 기본입니다.
리플렉트의 여정은 본질적으로 '아이디어'와 '도전'의 이야기입니다. 성공을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노왁은 이 과정이 의미 있고 인류의 미래에 필요한 것이라고 확신하며 자신의 도전을 설명합니다.
리플렉트의 아이디어가 현재 목표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이 아닌 다른 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팀에게는 누군가는 허무맹랑하다고 치부했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자 했던 도전과 경험은 남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아이디어는 사라지고 얄팍한 방법론만 난무하는 시대, 리플렉트 오비탈의 여정은 스타트업의 도전이 가지는 본질적 의미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