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캐나다에서 성수동 찾기

토론토부터 벤쿠버까지

2023.10.16 | 조회 1.9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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떫은 단풍

전직 홍보대행사 AE 조무래기의 캐나다 LifE

공간 기획이 잘된 가게를 보면 기분이 좋다. 건축학과 출신이자 기획자로 일했던 나로서 '공간 기획'은 그 건물을 소비하는데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성수동 근처에서 일했을 당시에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몇 공간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찾아보면 거의 '기획력'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출처 : 쎈느 인스타그램 (https://sceneseoul.com/)
출처 : 쎈느 인스타그램 (https://sceneseoul.com/)

예를 들어, 성수동 회사 근처에 쎈느라는 공간이 있었다. 이 공간은 매주 거의 팝업 행사로 사람들이 진을 쳤다. 보통의 이 공간은 카페로 운영되는데,  브랜드 팝업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그 브랜드에 맞게 공간 전체(내/외부)가 꾸며진다. 디올 성수만큼 핫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공간은 팝업이라는 형식에 맞게 그 브랜드의 분위기, 이미지, 카피 등등이 내부 곳곳에 붙어있다. 

팝업의 장단점은 제한된 공간의 구조안에 기획력을 녹여내야 한다는 것이지만, 한편으로 인지도를 제고하고 소비자들에게 가볍게 먼저 브랜드에 대해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래의 롱샴의 팝업 스토어는 직접 방문해서 본 적이 있는데, 실제 이런 분위기로 내외관이 다 브랜드에 맞춰 꾸며진다. 

하물며 이런 제한된 구조 안에서 공간을 기획해야하는 '팝업'도 이런데, 실제로 운영하는 가게는 더욱 더 가게의 이름과, 공간과, 느낌이 주는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캐나다에 거주하고, 여행하면서 방문했던 여러 공간들 중 마음에 들었던 공간들을 소개해보고자한다. 


House of Moses - Toro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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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여행 했을 때, 켄싱턴 거리에서 지나가다가 본 가게였다. 외관과 사장님의 Vibes 부터 느껴졌던 이 공간은 외벽을 모두 노란색으로 칠했고, 그곳에는 여러개의 벽화가 그려져있다. 

실제로 내부로 들어가면 그 힙함이 극대화된다. 여기서 내가 인상적으로 봤던 포인트들은 이 나라를 대표하는 색깔인 빨간색, 녹색, 금색을 조화롭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가게 앞에도 역시 금색, 빨간색, 녹색으로 대표되는 작은 풀들이 심어져있다. 나는 이런 디테일들이 너무 좋았고, 이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색으로 압도 당한다는 느낌이 컸다. 그래서 이 '색'과 '제품'들의 기원은 무엇일까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겼던 것이다. 공간이 주는 강렬한 색감에 자연스럽게 이 기원들을 알고자하게 만들었다면 그것 또한 기획의 하나의 목적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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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설립된 이 가게는 공정 무역을 지지하고, 가나 및 인도에서 온 현지 제품들을 판매하는 매장이었다. 특히 녹색은 지구를, 빨간색은 해방과 평등을 위해 피를 흘린 흑인 순교자들을 의미하며, 금은 조국 아프리카의 부를 상징한다고 한다. 결국 이 매장은 제품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전 세계의 다이아스포라를 연결하는 매장인 것이다. 


The Plaza Theatre - Calgary 

캐나다에 살게되면 여러 영화관을 가보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미 가장 좋아하는 영화관을 만들어버렸다. 캘거리 켄싱턴에 위치한 'The plaza'라는 영화관은 외관부터 매력적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사방의 벽, 인테리어가 모두 핑크색으로 덧칠되어있다. 옆에 있는 액자 속 사진은 영화관의 매력을 돋운다. 이 공간의 가장 주요한 색은 핑크색이다. 

출처 : the plaza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theplazayyc/)
출처 : the plaza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theplazayyc/)

영화관은 딱 하나 존재하며, 하루에 세편 정도 시간마다 운영된다. 관 안에 들어서면 넓찍한 공간에 한번 놀란다. 그리고 다른 영화관과 달리 '좌석 자유제'라 아무곳이나 편하게 앉아서 영화를 볼 수 있다. 공간의 너비만큼 스크린의 너비도 넓다. 특이하게 좌석이 앞뒤로는 가까이 붙어있어, 주변 관객들의 소리가 더 잘 들렸는데 알고보니 영화를 볼 때 주변 관객들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들의 메시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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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관은 1935년도에 개장되어 지금까지 캘거리의 켄싱턴에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오래된 역사 만큼 큼 주말에 가면 많은 어르신 분들, 젊은이 분들이 찾아온다. 특히나 내가 좋았던 점은 영화관 문 앞과 상영관 앞에 바로 자그마한 테이블들을 곳곳에 비치해놔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자연스럽게 그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잘 형성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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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분홍색 디자인의 내관이 독특한 만큼 이 색을 이용해서 인스타그램이나 홈페이지에 사용한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Nan's Parlour - Ottawa 

오타와 여행 당시 새벽녘 버스를 타야해서 근처 술집에서 보드카를 마시며 거의 노숙 아닌 노숙을 했는데 그때의 공간이 너무 따뜻했던 기억이었다. 일단 이 가게의 이름은 'Nan's Parlour' 인데, Nan 할머니의 수납장(공간)이라는 뜻으로 케비넷이 있는 보드카, 술 종류들을 먹는 컨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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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게 벽에 붙어있던 접시와 메뉴판의 디자인이었다. 묘하게 매치되는 이 감성에 합격점을 주고 싶었다. 메뉴에도 'Grandma's liquor cabinet'으로 여러가지 tap, 보드카, 술 종류들이 즐비했다. 이 메뉴판의 디자인이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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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가게 곳곳에서 오래된 잡지나, 실제 할머니집에 있을 것 같은 골동품들이 배치되어있었고 손님과 바텐더와의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아서 주문도 편했던 것 같다. 또 의자, 책상 등에 할머니가 두를 것 같은 여러 담요 같은 것도 놓여져있어서 공간 자체의 분위기가 따뜻한 편이었던 것 같다. 

이 수납장이라는 컨셉도 마음에 들었고, 그에 맞게 가게 전체가 Old&Unique한 분위기를 풍겼던 것 같다. 결국 공간의 디자인, 메뉴판, 플레이팅, 음료 모두가 컨셉에 잘 맞았던 공간이었다. 단지 맛이 없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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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ville Island - Vancouver 

출처 : 그랜빌 아일랜드 (https://www.granvilleislandbrewing.ca/en-CA/our-story)
출처 : 그랜빌 아일랜드 (https://www.granvilleislandbrewing.ca/en-CA/our-story)

벤쿠버에 가면 그랜빌 아일랜드라는 큰 동네가 있다. 그곳에 있는 양조장을 방문했었는데, 이 양조장은 1984년 지어질 때부터 건물 위에 크게 마름모꼴 모양이 있었다. 당시 벤쿠버에서 첫 번째로 시그니처 맥주인 'Island Lager'을 선보였던 이 매장은 일요일에 맥주를 파는 유일한 곳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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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93년 수제 맥주에 캔을 사용하는 최초의 소규모 양조장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캔으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다시 84년도에 자리잡았던 곳으로 돌아가고자하여, 겉을 리모델링하여 현재 운영되고 있다. 이 가게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저 마름모꼴 모양이었는데, 메뉴판이나 가게 앞 간판이나, 맥주잔에 모두 마름모꼴 모양이 담겨있었다.

나는 이렇게 메뉴판, 간판, 모든게 일치되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나는 이렇게 메뉴판, 간판, 모든게 일치되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저 마름모 모양의 공장은 가게 뿐만 아니라 그랜빌 아일랜드에서 보급되는 모든 캔맥주에 담겨져있다. 기사를 찾아보니 작년 그랜빌 아일랜드는 다이아몬드 로고를 리뉴얼 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정말 흥미로운데, 양조장의 시작인 벤쿠버와 브리티시 컬럼비아(BC)를 더욱 더 가깝게 엮으면서 다이아몬드 안에는 벤쿠버 주변 지역의 이미지를 담아 더욱 더 브랜드의 정체성을 견고히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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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에 장소와 사람에 대한 감각을 담았다고 밝힌 브랜드 관계자는 서부 해안에서 시작된 그랜빌 아일랜드의 정체성을 견고히하는 것을 다이아몬드 모양 안에 모두 담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로고와 브랜드, 가게의 정체성에 알면 공간이 더 설득력있고 재밌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래서 반대로 기획이 잘못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에 가면 큰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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