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 초현실적이다.
객실에서 문 열고 나가면 이세계가 펼쳐진다. 어찌 이걸보고 감탄을 안할 수 있을까. 대자연 속에 파묻힌 이 기분.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 그런 와중에 프라이빗하게 야외 온천까지 할 수 있다니.
이 호텔은 최소 2-3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겨우겨우 잡을 수 있는 호텔이야. 창 밖으론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아이슬란드를 여행가는 사람들은 시간적/비용적 여유가 된다면 이 호텔을 꼭 들르곤 해.
심지어 타임지 선정 전세계 100대 호텔/리조트 중 한 곳으로 선정.
그리고 이 호텔의 또 다른 핵심이 하나 더 있어. 바로 호텔 근처에 있는 '블루라군'.
아이슬란드 하면 바로 떠오르는게 바로 '블루라군' 아니겠어.
여기는 뭐하는 곳이냐면 거대한 야외 SPA 공간이라 생각하면 되. 온천의 따뜻한 물에 들어가서 맥주도 마시고 막 그런 느낌. 스파와 호텔을 같이 운영하고 있어. 그래서 호텔 투숙권 + 블루라군 이용권을 같이 팔기도 해. 여기에 하나 더 신기한거.
블루라군에 가면 야외 온천을 하면서 얼굴에 뭔가를 바를 수 있게 해준단 말이지. 마치 아이스크림 고르는거 마냥 4가지 종류 중 하나를 고르면, 크림 같은거 한 스쿱을 크게 떠줘. 그리고 그걸 얼굴에 바르는거지.
이들은 왜 이런 행동들을 하는걸까...
더 놀라운건 연구원들이 만들었다는 거야.
대박이지?
아 그전에, 그래서 이 호텔이 어디냐구?
여긴 바로 실리카 호텔이야.
이 호텔의 인기 비결은 대체 무엇인지
왜 이들은 유황온천에 진심인지,
온천하던 곳에서 호텔을 만들게 된 이유는 뭔지,
그리고 과학자들은 왜 이걸 하는지
그 맥락을 낱낱히 파해칠거야.
사람들이 환호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이미 잘 하고 있는 곳들의 맥락을 파악해보는것 만큼 훌륭한 공부도 없어.
하지만 다들 너무 바쁜 관계로 일일히 뜯어볼 시간이 없으니
내가 대신 해서 떠나 먹여줄게. 너는 앉아서 인사이트만 쏙쏙 빼가면 되!
난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럼 실리카 호텔로 체크인 해보자!
연구원들의 집착 덕에 태어난 호텔?
실리카 호텔은 자신들을 소개할 때 뭐라그러는지 알아?
보통은 ~하는 호텔입니다 하잖아. 애네는 그렇지 않아. 호텔이란 말이 없어.
그 대신에 이런 말로 자신들을 소개하더라고.
'과학의 힘과 자연의 경이로움이 혁신적인 경험을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웅???? 뭐라구???
처음에 저걸 보고 꽤나 당황스러웠어.
갑자기... 과학의 힘? 혁신? 자연? 뭐지..?
그런데 더 뜯어보니 무릎을 탁 치며 '아 이런 큰 크림이 있었네' 싶더라구.
재밌겠지? 설명해줄게.
1992년. 아이슬란드에서 어떤 연구들을 하고 있었냐.
바로 '지열 해수'의 신비함을 밝히는 것이었어.
그럼 왜 이걸 밝히려고 했느냐.
1980년대. 레이캬네스란 반도에서 지열 에너지가 발견되었어. 그런 와중에 반짝이는 푸른 석호가 모습을 드러내어 아름다운 모습을 띄고 있었어.
사람들은 미네랄이 풍부한 따뜻한 물의 치유와 활력을 되찾아주는 라군의 힘을 알아차리고, 목욕을 하기 시작했어. 라군의 회복력에 대한 소문이 아이슬란드 전역으로 소문이 퍼져나간거지.
이 때 지열 해수의 결정적인 효능,'치유력'을 알게 되고 연구대상이 되어버렸어.
왜냐면 이 치유력을 활용하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피부질환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거든. 친환경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치유.
이들이 그토록 원했던 키워드야. 이 때부터 돈과 사람 그리고 시간이 투자되기 시작해. 그리고 그 효능을 확인한게 바로 1992년.
그렇게 1992년, 물의 주요 원소인 '실리카', '조류', '미네랄'을 연구하고 개발을 하는 '블루라군 리미티드'가 회사가 설립되지. (실리카 호텔 이름이 왜 실리카 였을지도 짐작이 가는 순간이야.)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1995년.
지열 해수력의 치유력을 확인한 이들은 곧 바로 '블루 라군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해. 그러다가 99년에는 스파 시설, 그리고 2005년엔 '헙' 소리나게 아름다운 용암지형에 클리닉 호텔을 오픈. 그리고 이 클리닉 호텔이 2016년에 실리카 호텔로 다시 태어나.
그러니까 지열 해수를 연구하다 스킨케어 브랜드부터 스파, 숙박시설까지 다 만지게 되는거지.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가네. 왜 이들이 자신들을 호텔이라 칭하지 않고 '과학의 힘과 자연의 경이로움이 혁신적인 경험을 만들어내는 곳'이라고 표현했는지 말이야.
그렇다면 이제 실제론 어떤지 봐야겠지?
바로 체크인 해보자
실제로는 어떨까? 직접 가봄.
아이슬란드 갔을 때 1주일 넘는 기간 동안 크게 한 바퀴 도는 코스였어. 운전한 거리로 치면 한 1,800~2,000km 가까이 되는거야. 매일 이동하면서 다니다 보니 조금씩 피로가 쌓일 수 밖에. 그래서 실리카 호텔은 마지막 일정의 마지막 숙소로 잡았어.
주차를 딱 하고 내리자 마자 보이는 단층짜리 건물. 그리고 주변엔 지구가 막 태어났을 때의 모습이란 이런 것일까 싶을 정도의 경이로운 용암지형이 눈 앞에 펼쳐져. 심지어 객실 안도 마찬가지. 문 열고 테라스 공간으로 나가면 바로 절경을 만끽할 수 있어.
사실 이걸로 게임 끝.
앞서 설명했듯 이 호텔은 블루라군 회사가 설립이 되고 난 다음에 생긴 곳이야. 그래서 이들의 철학을 이어가게 되. 바로 친환경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치유.
이들이 호텔을 지을 당시 위로 쌓지 않고 수평적으로 퍼트려 놓은 것도 이유가 있었어. 가장 큰건 환경훼손의 최소화. 지형의 형태, 모양, 패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건축물이 땅과 어우러지도록 설계를 했어.
게다가 인간과 자연 사이의 균형과 조화로움을 찾으려면 너무 분리가 되어선 안되겠지. 그래서 실리카 호텔의 모든 공간은 사람의 눈높이로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게 되어있어. 심지어 충격적인건 복도를 걷다보면 거대한 바위가 복도로 들어와있어.
이걸 자르지 않고 그대로 살려둔거야. 그래서일까. 인공 건축물 안에 있지만 자연과 함께 한다는 느낌이 확 들더라구.
이렇게 계속 설명을 하는 이유가, 브랜딩을 한다는 것이 소셜미디어, 로고, 그래픽, 프로모션 이런건만 뜻하는게 아니라 그 이전에 어떤 경험을 줄 것이냐에 따라 공간/건축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어. 맥락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해.
유행을 쫓는게 아닌 나의 철학을 가시화 하는데 집중하는거지. NO.1이 아니라 ONLY 1이 되는 유일한 지름길이야.
그 다음에 앞서 말한 블루라군까지 도보로 10분 거리로 걸어갈 수 있는데, 전용 밴이 준비되어 있어. 실리카 호텔까지 갔는데 블루라군을 안가볼 순 없잖아? 역시는 역시. 이들은 블루라군 이용권까지 엮어서 세일즈를 하고 있어. 그리고 로비에서도 이들의 스킨케어 제품이 진열 되어 있어.
그러니까 블루라군에 가서 이들이 40년 가까이 연구한 '신비로운 물'에 몸을 담가 그 효능을 쎄게 경험을 먼저 시키는 구조야. 기가막히지. 이보다 더 좋은 쇼룸이 어디있을까. 하지만 아직 제품을 직접적으로 사용해본거는 아니기에 망설여질 수 있지.
그래서 이들은 신의 한 수를 둬.
위 사진은 블루라군의 실제 모습이야. 그리고 온천 한가운데에 요상한 집이 떡 하니 있지. 저게 뭐지 싶었어.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 앞에서 줄을 서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거든. 알고보니 세상에. 아까 그 로비에 있던 제품을 직접 발라볼 수 있게 준비해뒀지 뭐야!
더 재밌는건 종류별로 깔려 있어서 내가 원하는걸 고르면, 마치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뜨듯 내 손등에 올려줘. 그리고 그걸 얼굴에 쫙 바르는거지. 그래서 블루라군에 가면 얼굴에 다들 크림을 한 가득 바른채 돌아다니고 있어. 어찌나 다들 귀엽던지.
참고로 실리카 호텔에서 블루라군 이용권까지 패키지로 구매를 하면 제품 크림을 무료로 1회 발라볼 수 있어. 훌륭한 브랜드 경험 설계라고 생각해.
지열 해수를 연구하다 '치유력'이 있는 효능을 발견하고, 제품화 한 다음 숙박공간까지 만들고 블루라군에 직접 몸을 담가 온천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제품을 경험하는 설계.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블루라군 로비에는 아예 대놓고 쇼룸이 있어.
이왕 아이슬란드까지 멀리 여행까지 왔는데 기념품이라도 좋으니 하나씩 손에 쥐고 가는거지.
그렇게 블루라군 코스까지 마치고 다시 돌아온 실리카.
이렇게 아쉽게 끝낼 수는 없지. 사실 실리카 호텔 안엔 투숙객 전용 '실리카 라군'이 있어. 프라이빗하게 멋진 풍경을 바로 옆에 두고 유유자적하며 물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거지.
그리고 운이 좋으면 이 상태로 오로라를 마주할 수도 있다고해.
(아쉽게도 나는 못봤어, 실리카 오기 전날에 봐서 다행)
인상 깊은 경험은 일관된 설계에서 비롯된다.
지금까지 실리카 호텔에 대해 쭉 살펴보니까 어때?
기획, 디자인, 경험설계가 하나의 줄기에서 뻗어 나온단걸 느낄 수 있지 않았어?
'요즘 이게 유행이니까'
'이런게 잘 나가니까'
'이런 가구를 또 많이 쓰니까'
이런 관점으로 숙박 공간을 기획하는 것보단
내가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은지 그리고 왜 하고 싶은지에서 출발을 할 수록 훨씬 더 매력적인 공간이 나온다 생각해.
'쉼'의 경험이 중요한 숙박공간이라면 '어떤 쉼'의 경험을 만들건지 쪼개볼 수 있지. 파티 하면서 노는게 쉼일 수도 있고, 정말 가만히 고요하게 명상하듯 시간을 보내는게 쉼을 수도 있어. 하루 종일 밀린 유튜브 보면서 쉬는 것도 방법이지. 정답은 없어.
여기에서 나에게 맞는 노선을 선택하기 위해서 필요한게 '나는 이 공간을 왜 만들려고 하는가' 란 질문을 던져야해. 지열 해수의 '치유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작한 블루라군과 실리카 호텔처럼 말이야.
그 과학의 힘과 용암지형의 경이로움을 통해 혁신적인 쉼의 경험을 만들어낸 이들에게 배울 . 수있는 점은 바로 일관된 경험이었어.
나의 공간을 어떻게 하면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면, 오늘 이 실리카 호텔의 이야기가 많은 영감이 되었길 바래. 잊지 말자구. '왜'에서 출발하여 그 왜를 말로만 그치는게 아니라 실제로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 오늘 글의 핵심이야.
앞으로도 이렇게 인기 있는 호텔과 스테이를 뜯어가며 당장 너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브랜딩/마케팅 인사이트를 공유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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