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래 및 투명> 上

2026.09.14 | 조회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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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에 느끼고 있긴 했다. 요즘 들어 미지 세계 존재들의 출현이 심상찮다 싶더니, 이제는 이른 아침부터 대놓고 나를 찾아온다. 여름의 손을 붙잡고 달리다가 어느 조용한 원룸 골목을 지날 무렵이었다. 내리막길을 앞에 두고 걸음을 늦추던 오전 9시 12분. 어떤 미지 생명체의 모습이 불쑥 나타났다.

 

또 왔구나. 또 왔어.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잠시 멈추어서 누군가, 하고 골똘히 들여다 보였다. 아, 들여봤다는 건 어디까지나 표현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을 현실의 용어로 굳이 표현하자면 '환상 소설 쓰는 사람'이긴 하나, 실제로는 미지의 소통자라고 할까. 저어기 먼 데 있는 환상의 존재들과 자주 마주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람이다. 

 

아무튼. 

 

설명은 차차 하기로 하고. 

 

오늘 만난 이는 다행히도 인간이었다. 이 사람이 있는 시간대는... 주말이다. 오전이고. 그런데 꼭 늦은 여름 오후처럼 지치고 쓸쓸하다. 그에게서 공허한 기분이 밀려온다. 제법 깔끔한 후드를 입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가려는 것 같은데. 음. 목적지가 없다. 그냥 어디론가 훌쩍 떠나려고 한다. 나이 대는 많게 봐야 십 대 후반? 움직임을 보아하니 이십 대 초반 같다. 이 남자는 무언가 찾고 있다. 뭔지도 모르는데 찾고 있다. 나도 모르게 묻는다. 

 

뭘 찾고 있어요. 그렇게 슬픈 눈을 하고요. 자기가 슬프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요.

 

만약 그가 내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이렇게 답할 것만 같다. 

 

어디론가 가고 싶은 마음을 견딜 수 없어서요. 어디론가 멀리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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