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그런 게 좋더라

2024.07.13 | 조회 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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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채영

소중한 당신에게 제 일기장을 보여드려요.

*경고: 글에 성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자위했더니 너무 산뜻하고 기분이 좋아!"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가 신나게 아침 인사를 했다. 나는 그런 인사는 처음이라 웃음이 팍 터졌다. 여자인 내 친구가 그런 말을 쉽게 뱉었다는 게 왠지 후련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 보면 나도 자위하고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었는데…. 먼저 얘기를 꺼내본 적이 없었다.

그 이야기가 좋은 느낌으로 마음에 남아서 나중에 안전한 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자주 들려줬다. 어쩔 땐 '나 오늘 엉엉 울었는데 자위하는 것처럼 기분이 산뜻하더라!'라고 얘기해 보기도 했다. 내 말을 들을 때마다 눈을 반짝이는 여자들의 반응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더 말하고 싶어졌다.

자위는 섹스와 같이, 늘 끝내주기만 한 건 아니다. 그냥 좀 지겨워서, 외로워서, 어떨 때는 막힌 코를 뚫고 싶어서 자위를 하기도 한다(나만 그런지 몰라도, 오르가즘을 느끼면 동시에 막힌 코가 뻥 뚫린다. 그래서 울고 난 뒤에 자위하면 이래저래 참 개운해진다).

그냥 우머나이저를 켜고 무념무상으로 시간을 때울 때도 있고, 애인 생각을 할 때도 있고, 다른 판타지들을 떠올릴 때도 있다. 판타지들은 이상하다. 어떤 건 되게 성차별적이라 좀 곤란하다고 생각하지만, 빻은 것들이 꼴리는 것도 사실이다.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판타지 중의 하나는 '불한당에게 납치당하는 공주님'이다. 핑크색 화려한 프릴 드레스를 입고, 금발을 하늘하늘 흩날리는 미녀인 나는 갑작스레 덮친 괴한들로 인해 밧줄로 구속이 되고 예쁜 드레스는 찢어지고 머리는 헝클어진다(물론 당연히! 현실에서 범죄이기 때문에, 실제로 겪는 건 원하지 않기 때문에 판타지인 것이다).

강제로 할 때의 통제권을 잃는 느낌이 짜릿하고, 묶이는 것도 기분 좋을 것 같다. 내 상상력 안이기 때문에 크게 불쾌한 일을 당할 위험도 없다. 딱히 깊이 생각은 안 하지만, 괴한들도 잘생기고 생각보다 매너 있는 그룹이기도 하다. 자의식 과잉인 공주 코스튬을 입고 세이프워드 없이도 안전하게 즐기는 BDSM. 진짜 완전 최고….요새는 딱히 생각을 않고 있다가, 자위 얘기를 떠벌리고 싶다고 생각한 후 친구 하마에게 공주님 판타지에 대해 말을 꺼내 보았다.

"그래서 난 그런 게 좋더라…."

"아~그거 완전 있지."

"그래?"

"당연 당연. 근데 나는 중요한 게 있어."

"뭔데?"

"괴한들 손톱에 때가 껴 있으면 안 돼..."

"푸학~"

"그리고 섹스는 침대에서 해야 해."

"헐, 말도 안 돼. 동굴이나 이런 데에서 해야지."

"나는 생각보다 모래가 등에 닿는 기분은 별로더라고."

하마는 참 야무지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냥 '이렇게 저렇게 실랑이하다 섹스한다.' 요 정도밖에 그림이 없었는데, 상대방 손의 청결함이나 섹스하는 장소 같은 것도 원하는 방식으로 상상해 보는 모습이 재밌었다. 깨끗하지 않으면 안 꼴리니까 그랬겠지? 문득 나는 어떨 때 성욕을 느끼는지 더 잘 알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마는, 다른 친구들은 어떨까? 그리고 꼴리는 순간을 꼼꼼히 잘 느끼는 섹스는 어떨까? 그냥 애인과 방에 둘만 남겨져서 하는 섹스 말고, 어떤 눈빛이, 소리나 냄새가, 상상이 성적 충동을 올라오게 하는지…. 더 잘 알고 싶다. 그리고 얘기 나누고 싶다. 아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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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보옴봄

    0
    2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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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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