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
2월호의 주제는 '리추얼'입니다. 이번 주제 선정은 순탄했습니다. 에디터들이 좋아하는 단어이고, 리추얼이라는 말이 주는 감도와 온기가 시기적절하다고 모두 공감했거든요. 아무래도 지지부진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어, 모두에게 의식적인 따뜻함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냉대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중심을 잡기 위해 발끝에 힘을 주고 살아가는데요. 그 과정에서 잠깐의 휴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과 다시 힘을 내고자 하는 응원의 목소리로 리추얼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의 리추얼은 어떤가요? 월간 커프레 에디터들의 리추얼은 어떠한지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이번 2월 월간 커프레에서는 6명의 에디터와 함께 4명의 객원 에디터가 함께 했습니다. 에디터들의 '리추얼'이 궁금합니다. 글을 보면서 독자분들의 시간도 뒤돌아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커프레와 함께 봄을 기다리는 2월의 리추얼, 즐겁게 읽어주세요 :-)
목차
- 1. 레몬 - 릴리
- 2. 나에게 머무는 30분, 더 좋아지는 오늘의 나 - 레이첼
- 3. 여러분은 리추얼의 의미를 아시나요? - 희진
- 4. 하루의 끝을 맞이하기 전에 - 장옥
- 5. 꽤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 혜니
- 6.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든 - 토마스
- 7. SUNDAY MARKET & COFFEE - 녕
- 8. 커피를 내리는 과정 자체의 즐거움 - 병규
- 9. 나의 일상을 채우는 작은 의식들 - 조이
- 10. 언제든 시작할 수 있도록 - 소연
- 11. 월간 커프레, 플레이리스트 - 효주
1.
레몬
릴리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이러쿵 저러쿵
끊임없이 흐르는 소음 속에서
나는 하루를 헤엄친다.
다 이겨내고
드디어 집으로
드디어 나만의 고요 속으로
아아,
지쳐 쓰러질 듯하지만,
고달픈 오늘을 수영해온 나는
잠으로 마무리하기엔
스스로가 안타깝다.
그러나 거창한 무언가를
할 힘조차 없다.
그때, 문득 시선이 머문다.
마당에서 키운 레몬이라며
선물 받았던 레몬
햇살을 머금은 노란 빛이
살며시 나를 부른다.
너를 깨끗이 씻어내어
칼로 조심조심 잘라낸다.
얇게 스치는 과육,
예쁜 물컵에 담아 띄운다.
너의 노란 빛이 물속에서
개나리 피어나듯 번지고,
나는 그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는다.
너의 싱그러움이
고되었던 나를 안아준다.
너의 향기로움이
지친 나에게 생기를 준다.
잿빛이였던 나는 어느 순간
노란 개나리를 머금은 채
다시 숨을 쉰다.
그저 손바닥 크기 레몬으로
시작되었던 나의 리추얼.
레몬워터를 마시며,
하루의 무게를 정리하고,
비워내고, 따뜻하게 마무리한다.
소박한 한 모금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만난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이 작은 순간이
긴 여운과 따스한 위로가 되기를.
그리고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갈 힘이 되기를.
2.
나에게 머무는 30분, 더 좋아지는 오늘의 나
레이첼
[거창한 건 없지만, 오늘도 잘 살았습니다]
삼 년의 시간 동안 소중한 가족들을 떠나보내며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죽음이란 무척 공허한 것이었습니다. 모든 건 살아있기 때문에 의미를 가질 수 있더군요. 죽음을 앞둔 나는 무엇을 남기고 싶을지 고민해 보았고, 이전과 다르게 살아보려고 목표도 세웠습니다.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실천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저에게는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갈 힘을 기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렇다면 무너져 있는 일상을 바로잡는 게 훨씬 더 중요했죠. 우선 [기상, 외출, 귀가, 취침] 시간을 체크하며 생활 패턴을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간 시간에는 사소하지만 좋은 습관 네 가지를 선정해서 실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제가 정한 습관은 [이불 정리하기, 아침 거르지 않기, 스트레칭하기, 좋아하는 음악 듣기]였습니다. 크게 어렵지는 않죠?
여기에 1년을 365개의 블록으로 보여주는 앱을 사용하며 하루를 시각화했습니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쌓여가는 블록을 바라보며 ‘오늘도 잘 살았구나’라는 확신을 얻고 싶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하루 딱 30분, 오로지 제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몸과 마음을 살피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제 리추얼의 시작이었습니다.
[우리 자신을 알면, 좋은 선택을 자주 할 수 있습니다]
리추얼은 심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자기 관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면 나의 기준을 찾게 되는데요. 그렇게 나의 기준에 따라 생활의 우선순위가 정해집니다. 나답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자기 관리로 연결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보다 안정된 일상을 보내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힘이 생겼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불안해하기 보다, 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의 어떤 점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차츰 힘들었던 감정은 사라지고, 어느새 그만큼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중요한 일에 집중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위해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리추얼을 시작하면서 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면서도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좋은 습관을 반복하면, 결국 좋은 사람이 됩니다]
지금과는 다른 삶을 꿈꾸는 분들께 리추얼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리추얼을 지속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누군가 강요하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리추얼은 일상 속에서 고요히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며, 소중한 나를 위한 휴식 공간입니다. 변화는 거창한 목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습관의 반복에서 시작된다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이것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삶의 일부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실 거예요.
나를 돌보는 시간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아끼는 마음이 쌓이다 보면, 결국 우리는 누군가에게도 따뜻한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리추얼을 통해 자신과 주변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이 될까요? 좋은 일을 반복하면 됩니다.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습관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습관도 그렇습니다. 습관이 좋으면 사람이 행복할 확률이 높아요.”
<최성운의 사고실험> 중 이동진 영화평론가
[리추얼을 시작하는 방법]
1. 하루에 딱 30분,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주세요.
2. 리추얼을 시작하며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해 보세요. 긴장감이 풀리면 감각이 깨어나고, 그렇게 몸과 마음의 상태를 스스로 알아차려봅니다.
3. 리추얼을 진행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 상태를 기록해 보는 것도 자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4. 리추얼에서 생산적인 활동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것도 좋은 리추얼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아침 루틴이 되는 리추얼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리추얼을 시작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자세한 내용은 별도 페이지로 공유해 볼게요. 리추얼 모임에 관심이 있는 분은 언제든 저에게 연락 주세요.
https://r4cheleee.notion.site/
3.
여러분은 리추얼의 의미를 아시나요?
희진
리추얼은 의식 절차, (항상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과 같은 일 나를 위한 나만의 의식처럼 행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루틴과 비슷하지 않을까 했는데 다르더라구요. 루틴은 어떤 목적을 갖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리추얼은 노력하지 않아도 짧은 시간동안 사소한 일을 하면서 심심의 안정을 주는 행위라고 한답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고 스트레칭하는 습관, 계획하지 않아도 늘 가던 장소에 가는 습관, 자기 전 일기를 쓰는 습관 모두 리추얼의 해당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렵게 다가가기 보단 오히려 저의 라이프에 다가가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첫 번째, 책 들고 카페 가기
저는 사실 어디를 가든 책 한권을 들고 카페로 이동합니다. 예전에는 그저 빈손으로 많이 가고는 했는데 생각해보니 핸드폰 말고는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이템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한 아이템이 책은 어떨까 했습니다. 들고 다니기에도 간편하고 온전히 글 시로 집중할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책의 장점은 읽게 되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온전히 그 시간들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때로는 그 글로 인해서 공감을 하기도하고 배우기도 한다는 게 좋더라구요. 어떤 때는 사진의 아이템으로 쓰여서 좋았습니다. 사실 별거는 없지만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책으로도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두 번째, 걸으며 음악듣기
어렸을 때부터 항상 밖을 나와서 걸을 때 이어폰을 함께하는데요. 전 걷는 것을 무지 좋아해요. 어디를 가던 어느 곳을 가던 버스보단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걸으면서 풍경도 보고 예쁜 곳들을 보면 사진도 찍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면서요. 이만한 행복이 따로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좋은 것 같아요. 힘들 때나 때론 고민에 잠겨 있을 때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는 건 저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청계천 가기
청계천은 보통 산책, 운동하기 좋은 장소인데요. 저는 사실 집 근처이기도 하고 걸어서 12분정도면 도착하는 장소입니다. 어두울 때 많이 가는 것 같아요. 마음이 답답할 때 일이 잘 안 풀려서 머릿속이 어지러울 때 늘 가던 자리에 앉아서 멍을 때립니다. 앉아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 물이 흘러가는 소리를 감상하기도 하고 물 쪽에 있는 새들을 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흐르는 것 같아요. 계획을 하기보단 자연스레 혼자만의 시간이 가지고 싶을 때 발걸음이 이동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이런 사소한 일상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저의 리추얼의 일상이 특별하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글쓰기로 생각 정리를 하고싶어서 끄적끄적 써보았습니다. 부족한 글이어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
하루의 끝을 맞이하기 전에
장옥
매일 출, 퇴근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하루의 끝을 맞이하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의식이 있다. 오늘 하루의 일과에 대해 반성하는 부분이나,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 정리, 무엇보다 찰나의 시간 동안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음에, 지금처럼 잠 들기 전에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에 대한 내 이야기.
9 to 6, 나는 흔히들 진행되는 이 업무 시간보다 더 빠르게 시작하고 늦게 마무리되는 일과의 연속이기에, 비록 괴롭고 힘든 시간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소비하지만, 그렇기에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오늘의 마지막 순간에, 나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몇 년 동안, 아무리 생각해도 좋아하는 것은 역시 커피밖에 없는 나의 취미생활을 떠올리며, 역시나 재미없는 내 자신에 대한 한탄과 동시에, 지금까지 살면서 하나라도 좋아하는 것이 있었음에 실패한 인생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주전자에 담긴 물을 끓이며 하루의 마무리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물을 끓이는 도중, 최근에 볶은 원두를 갈면서 느껴지는 달콤한 향을 맡으며, 오늘 하루 힘들었던 일에 대한 소소한 위로와 함께, 분쇄된 원두를 드리퍼(커피를 직접 내릴 때 쓰는 기구)에 얹혀진 필터에 담아, 끓은 물이 담긴 주전자를 들어올려 원두에 적시는데, 물과 원두가 닿아서 올라오는 풍부하고 향긋한 향과 드리퍼에서 투명한 서버로 추출되어 떨어지는 커피는 마치 내 등을 토닥이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
'오늘 일을 하면서 겪은 수많은 실패는, 분명히 다음에 이룰 성공을 위한 밑거름일 거야!'
자리에 앉아 추출된 커피가 담긴 잔에 입맞춤을 하는 찰나의 시간, 생각이 정리되면서 커피가 주는 위로가 마무리되는 동시에 내일을 위한 원동력으로 다가오며, 또 다시 내일의 나 자신은 성공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라며,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5.
꽤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혜니
리추얼이란 단어는 '밑미'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밑미'는 내면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마음성장 플랫폼으로 진짜 나를 발견하고 삶을 내 뜻대로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커뮤니티를 이루어 가고 있는데요. 이 밑미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에 하나가 리추얼이에요. 리추얼 메이커를 따라 하루하루 나를 위한 의식적인 행동을 하면서 기록하고, 참여하는 사람들과 서로 응원을 주고받으며 꾸준히 지속함으로써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지요.
몇 해 전 무더운 여름, 날씨 탓인지 녹아버린 마음에 무기력한 나날들이 지속되던 계절이 있었습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 싶은 마음에 처음으로 밑미의 리추얼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요. 무과수님의 <나를 위한 한 끼>라는 리추얼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하루에 한 끼, 나를 위해 건강한 식사를 차리고 기록하는 ‘식사 일기’를 적는 것이에요.
이 리추얼에서는 거창한 요리를 할 필요도, 건강한 메뉴가 아니어도 내가 이 음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게 리추얼의 중요한 첫걸음이었습니다.
저는 매일 가지는 커피 타임을 활용한 리추얼을 이어나갔어요. 아침이나 저녁에 커피를 내리면서 간단하고 건강한 끼니를 챙기는 ‘나를 위한 커피 타임’을 가지고 기록했습니다. 커피를 내릴 때는 조용히 추출하는 데에만 집중했고, 함께 곁들일 제철 과일을 정갈하게 차려 먹거나 건강하고 간단한 음식을 같이 챙겨 먹기도 했고요. 대신, 그 시간 동안엔 기록 외엔 핸드폰과 sns를 멀리하고 오롯이 내가 먹고 마시는 행위에 대해서만 집중했어요.
사실 긴 시간 축적되어 왔던 습관이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고쳐지기엔 쉽지 않았어요. 인증 사진 찍는 걸 깜빡할 때도 있었고, 스멀스멀 찾아오는 무기력함에 귀찮을 때도 많았지만 조금 더 나아질 내일의 내 모습을 믿으며 리추얼을 지속해 나갔습니다.
리추얼을 한다고 해서 내 삶이 두드러지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를 꽤 괜찮은 사람으로 살게 해 주더군요. 귀찮음을 이겨내고 예쁘게 잘 차려먹은 내 모습. 건강한 음식들로 신선한 에너지로 채워진 내 모습. 나쁜 음식들의 유혹에서 벗어나 더 나은 선택을 한 주체적인 내 모습에서 잘 살아낼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는 리추얼을 ‘꽤 괜찮은 사람으로 살게 해주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직도 저는 커피를 내려 정성스럽게 한 상을 차려 저만의 작은 리추얼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내일도 꽤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죠.
6.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든
토마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저는 ‘리추얼’이라는 단어가 더는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최근 미디어를 통해 자주 듣는 단어지만, 과연 ‘리추얼(Ritual)’이 루틴(Routine)이랑 뭐가 그리 다를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행위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소개 글을 읽다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보았습니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는 루틴과 달리 리추얼은 명확하게 ‘내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일상의 수많은 행동 중에서 ‘나의 마음을 안정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찾고, 그것이 실제로 내게 효과를 주는지 스스로 검증하고, 또 그것을 어느 시간대에 하면 좋을지 설계하는 아주 능동적인 자기 탐색의 여정입니다.”
- 마이크로 리추얼
비뚤어진 마음 때문일까요, 감명보다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설명이었습니다.
제게는 ‘삶의 중심이 없는, 그저 무의미한 행동을 행하는 이들이 평화를 찾아 해매고 여유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현대 사회 때문에 생겨난, 무기력한 성인에게 삶의 이유라도 만들어 주기 위한 행동’ 같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루틴과는 차별화를 두고 싶어 하지만, 리추얼이라는 행위 자체도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에 합리화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현대사회에 ‘리추얼’과 같은 행위를 갈망하는 이유도 이해가 됩니다.
일상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뉴스들이 끊임없이 보이고, 조리되지 않은 날 것의 의견들이 작은 화면을 통해서 여과 없이 노출되고, 모든 것이 정답이며 오답인 상황에 놓여 있는 획일화되지 않는 사회에서 온전한 나만을 위한 시간은 분명히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서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어 일상의 행동에서 ‘리추얼‘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붙이며 ‘이것이 스스로를 평온하게 만들어준다’라는 당위성을 찾아야 하는 이 상황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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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리추얼’이라는 단어를 방패 삼아 현재의 삶을 합리화하지 않고, 자기 탐색을 위한 느긋한 여유를 찾고, 자기 행동에 당당할 수 있는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이상(理想)적인가요?
하지만 우리는 유년기에 이미 이런 시절을 보내왔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애써 부여잡는 것 없이, 그냥 그 순간을 즐기는 철없는 시절을 보내왔습니다. 지금 그렇게 살라고 해도 못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의 언어가 이해되고, 다양한 기준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고, 내 목소리를 내는 것에 확신이 없어서 일지도 모릅니다.
-
철이 없던 그때도, 해내야 할 일이 많은 지금도,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든 살아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일상에서 자그마한 행위에서 스스로를 찾는 것보다는 내가 세상을 보고 대하는 마음가짐을 먼저 바뀌는게 어쩌면 더 효율적이고 여유를 찾는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지금 ‘살아간다’라는 행동에 너무 많은 힘을 주고 있다면, 잠시 내려두었으면 합니다. 시간의 흐름에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가장 스스로를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이미 그런 시절을 살아보았으니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거는 그리 어렵지 않을거라 믿습니다.
그렇게 여러분의 삶이 그저 평화로웠으면 좋겠습니다.
7.
SUNDAY MARKET & COFFEE
녕
8.
커피를 내리는 과정 자체의 즐거움
병규
홈 바리스타의 리추얼: 커피를 내리는 과정 자체의 즐거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조금씩 다르죠.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집에서 직접 내려 마시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솔직히 커피 그 자체. 그러니까, 컵에 담긴 그 검은색 액체만을 좋아하는 거라면 굳이 직접 내릴 필요는 없겠죠? 전자동 머신을 쓰거나, 가까운 카페에서 사 마시는 게 훨씬 편하고 시간도 절약되니까요.그런데도 저는 매번 직접 커피를 내려 마셔요. 이유는 간단해요. 저에게는 커피를 내리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기 때문이에요.
커피를 내리는 모든 순간이 저에겐 하나의 리추얼이에요
아침에 원두를 꺼내고, 저울 위 도징 트레이에 담아요. 이때 손끝으로 느껴지는 원두의 촉감이 있어요. 그라인더를 돌리면 미세한 진동이 손으로 전해지고, 갓 갈린 원두의 향이 코끝을 스치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커피 배드가 먹음직스럽게 부풀어 올라요.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참 재밌어요. 핸드드립이 끝나고, 첫 모금을 마시는 순간까지—. 이 모든 과정이 단순한 준비가 아니라, 커피를 즐기는 하나의 경험이에요. 누군가에겐 이런 과정이 귀찮을 수도 있어요.
‘커피는 그냥 마시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 분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이 순간들까지도 커피를 경험하는 일부라고 생각해요. 커피를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커피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좋아하는 거죠.
커피를 직접 내리는 것
커피를 좋아해도 아직 직접 내려 본 적은 없는 분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꼭 핸드드립이 아니어도 좋아요. 프렌치프레스든, 에어로프레스든, 심지어 그냥 모카포트든. 원두를 만져보고, 직접 커피를 만드는 순간이 있으면 충분해요. 그 과정에서 오는 감각적인 즐거움이 있어요. 손끝에서 느껴지는 촉감, 코끝을 스치는 향, 물을 부을 때 들리는 소리까지. 이런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해 보면, 커피가 그냥 ‘마시는 음료’에서 오감으로 즐기는 리추얼로 바뀌게 될지도 몰라요.이미 내리고 계신 분이라면, 그동안 습관적으로 해왔던 추출 루틴에서 내가 어떤 것들을 느끼고 있는지 섬세하게 다시 한번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커피 리추얼은 어떤 모습인가요?
여러분만의 리추얼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9.
나의 일상을 채우는 작은 의식들
조이
10.
언제든 시작할 수 있도록
소연
작년 하반기는 3-4개월 정도 꾸준히 달리기를 했습니다. 커프레에서 만들어진 러닝 크루와 함께 해서 더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추위를 많이 타는지라 겨울엔 잠시 쉬는 시간을 가져왔는데요.
‘리추얼’이라는 주제를 생각하다보니 문득 한창 달리기를 할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프렌즈들과 함께 사용했던 러닝 어플의 훈련 프로그램에서 듣게 된 것인데요. ‘아침과 저녁 중에 언제 뛰는 게 좋은지’, ‘정해진 시간에 뛰는 게 좋은지’ 보다는 뛸 수 있을 때 뛰러 나가면 된다는 이야기였어요. 불규칙해도 좋다는 말이라기보단, 정해 놓은 시간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때 시도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별 것 아닌 말일 수도 있지만, ‘계획’이라는 언어가 주는 무게감을 넘어서기에 좋은 격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정한 시간이나 요일에 진행하는 습관, 루틴 등 무언가를 정해놓고 반듯하게 해나간다는 것은 멋지고 대단한 일이지만, 상황상 지켜내지 못하는 순간들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럴 때는 지나간 것을 훌훌 흘려보내고 완벽한 계획과 실행보다는 더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가벼운 발걸음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꾸준함이라는 행위는 매일의 시작이 단련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 는 것일테니까요.
리추얼이라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워둔 목표를 잘 지켜 나가는 순간에도, 그렇지 못한 순간에도 계속해서 나에게 유의미한 것을 챙길 수 있는 가벼운 시작을 만들어 나가길 응원하고 싶어요.
저는 작년 초여름부터 몸의 활동과 식사 생활을 기록하는 리추얼 모임에 참여하 고 있습니다. 기록하는 행위가 모임의 포인트이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좋은 식사’를 주고자 하는 마음이 제가 리추얼 시간을 가지는 이유인 것 같아요. 저에게 좋은 식사란, 음식을 통해 계절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기도 한데요. 가벼운 시작에 대해 이야기 나눈 만큼 이번 달에는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계절의 밥을 소개해보고 싶었습니다.
프렌즈들은 봄을 맞이할 땐 어떤 음료와 음식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커피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수록 괜스레 좀 더 맑고 산뜻한 향미를 지닌 것들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봄이 다가오면 바로 떠오르는 재료가 향긋한 냉이와 달래인데요. ‘나물’하면 참 친숙하고도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달래로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봄의 메뉴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부디 계절을 누리는 가벼운 시작이 될 수 있기를!
11.
월간 커프레, 플레이리스트
효주
'아무래도 지지부진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어, 모두에게 의식적인 따뜻함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월간 커프레 2월호 첫 머리 글 중에서
안녕하세요 프렌즈들 ! 입춘이 지난 2월 모두 안녕히 지내고 계신지요.
유난히 이번 겨울이 길게 느껴져요. 고군분투하는 날들이 이어져서 그런걸까요? 이번 월간 커프레 2월호에 담긴 에디터들의 이야기들을 곱씹어보며 담아온 음악들을 소개합니다. 따뜻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요.
이번 플리는 에디터분들의 글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와닿는 문장을 채집하고, 그려지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음악을 담았어요. 글의 분위기와 순서에 맞게 음악을 선정했으니, 이번 월간 커프레를 읽으면서 플리를 함께 들어보시길 추천해요 !
1. 어떻게든 뭐라도 | 브로콜리너마저
‘애쓰지 말고 편해지렴. 수고했어 긴 시간 동안.‘
담백한 목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어요. 곧 터질 빵빵한 풍선처럼 잔뜩 힘을 주고있던 제 몸과 마음에 이 노랜 얇은 바늘이 되어주었어요. 빵빵한 풍선에 바람을 빼주었지요 !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편해지길 바라요.
5. 우리들 | 위아더나잇
‘각자의 모양들이 부딪히고 가끔 힘에 부쳐 질끈 해도 참 미워하고 사랑하며.’
아름다운 우리들 맘껏 들뜨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우리들, 우리들.
8. 산책 | 소히
얼른 따뜻한 봄 바람을 맞으며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산책을 다니고 싶어요. 다가오는 봄엔 우리 도란도란 피크닉도 갈까요?
9. 같이 걸을까 | 이적
사심이 조금 드러났나요? 봄바람 맞으며 다니는 산책이 함께면 몇 배 더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것 같아요. ‘길을 잃은 때도 있었지. 쓰러진 적도 있었지. 그러던 때마다 서로 다가와 좁을 어깨라도 내주어 다시 무릎에 힘을 넣어.’
10. 바른생활 | 브로콜리너마저
바른생활은 나를 돌보는 것이래요.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고. 물을 마시고. 청소를 하고. 물을 마시고 청소를 하자. ‘그냥 걸어 가다보면 잊혀지는 것도 있어. 아름다운 풍경도 또다시 나타날거야.’
13. Orange Coffee | Roketman
‘네가 피곤하고 지쳤을 때 이 노래가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린 네 곁에서 함께 갈 거니까. If you feel tired Hope this'll cheer up your mind Cause we'll get by with what left on our side
14. YOLO | 스텔라장
you only live once 당신은 단 한 번만 살아요. ‘오늘만큼은 애벌레가 아닌 Butterfly - 번데기는 나비가 될 거야. ‘
15. 레몬트리 | 박혜경
다른 음악을 듣다가 이 노랠 들으면, 부정적이었던 것들도 한 번은 긍정해보게 돼요.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가득히 싱그러운 레몬트리 하나 쯤 품고 살아갈까요? 이왕이면 유쾌하게 싱그럽게 살아가자고요 !
2월의 객원 에디터
- 장옥 : 월간 커프레에 2회 연속 글을 쓰는 기회가 생겨 기뻤고, 그만큼 글을 쓰는데 재미가 생겼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 토마스 : I like/write coffee.
- 조이 : 커피가 선사하는 행복에 감사하고 주말 로스팅을 즐기는 홈바리스타이자 홈로스터입니다.
- 희진 : 커프레, 막내이자 커피를 좋아하고 공간을 담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번 리츄얼이란 주제로 에디터를 하게되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
에디터 소개
*월간 커프레는 매월 15일에 발행됩니다.
*에디터 활동에 관심이 있는 '프렌즈 에디터'를 언제나 기다립니다.
해당 주제에 맞는 에세이, 정보, 사진 등 자유롭게 참여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면 로댕에게 연락주세요.
*저희 에디터팀은 피드백과
아이디어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에디터에 대한 응원의 말, 궁금한 내용 모두 자유롭게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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