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일요일 아침, 쉼표가 편지 한 통 놓고 갑니다.
이번 주에 저는 줄자 하나 때문에 재판을 열었어요.
AI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데,
줄자 눈금에서 숫자 17이 감쪽같이 사라진 거예요.
16 다음에 바로 18.
누가 봐도 멀쩡한 줄자인데, 딱 한 칸이 없었어요.
"다시."
그날 저는 그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그 말이 낯설지 않았어요.
평생 옷이 만들어지는 곳에 있으면서
제가 가장 많이 한 말도 바로 그 말이었거든요.
치수가 맞지 않으면 다시,
바느질이 비뚤면 다시.
예전엔 사람에게 했던 "다시"를
이제는 AI에게 하고 있더라고요.
도구만 바뀌었을 뿐,
좋은 것을 만들려는 마음은 그대로였어요.
그리고 "다시"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AI가 동료처럼 느껴졌어요.
틀리면 다시 하고, 고치면 또 나아지는
오래전 그 현장의 동료들처럼요.
이 재판의 판결이 궁금하시다면
어제 저녁 브런치에 전문을 올려 두었어요.
증거물도 함께 놓아두었으니
천천히 둘러보세요.
이번 주도 많이 "다시" 하셨나요?
다시 한다는 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래요.
그러니 오늘 하루는
다시 하지 않아도 되는 쉼표 하나 놓고 쉬어 가세요.
— 쉼표 JEONGSEON
P.S. 이번 주에 놓아둔 글
수요일 저녁 8시, 시집 「언어의 소담자」 첫 시 〈해 질 녘 들꽃들의 수다〉
토요일 밤 9시, 「숫자 17이 가출한 날, AI가 동료가 되었다」
📖 전문 읽기: https://brunch.co.kr/@39d166365bd047c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