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야 빨리 간다는 것

2025.08.04 | 조회 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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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LETTER

행복에 대한 인사이트와 영감을 받은 내용을 전달합니다.

요즘 꽤나 달리기를 열심히 합니다.

오늘도 역시 달리기를 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자분들께만 한 가지 비밀을 말씀드리자면

5년 안에 서브3를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

목표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단한 계기나 목적 같은 것도 없습니다.

다만, 서브3라는 것이 일반인에게는 매우 어려운 도전이고,

어려운 수준은 평생 해도 하지 못할 수도 있는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주 평범한 일반인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혹은 거의 힘들다고 말할 만한 목표를 가지고

이왕 하는 달리기를 제대로 해보자 싶었을 뿐입니다.

 

평소에도 달리기를 끊이지 않고는 했었습니다.

다만 요즘처럼 제대로 달리지 않았을 뿐이었죠.

 

-

5년 안에 서브3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잡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천천히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굉장히 역설적인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입니다.

‘천천히 달리기’는 언뜻 보면 쉽게 느껴지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천천히 달리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꽤나 많은 연습 말이지요.

 

-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를 시작할 때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떠한 영역에 들어서면,

특별히 그것이 취미의 영역이라면 더더욱

쉽게 달성하거나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금방 한계를 느끼고 몸으로 경험하게 되지요.

 

그래서 초반에 재능을 가지고 있던 사람도

금방 흥미를 잃기도 하고, 재미를 잃기도 해서

들쭉날쭉하게 어떤 일을 반복하게 됩니다.

했다 하지 않았다 하는 것이죠.

 

그럼 시작할 때 나보다 잘하지 않았던 어떤 사람이

어느 순간 나보다 잘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정말 재능이 없다고 느껴졌던 누군가가

갑자기 나보다 훨씬 앞서 있게 됩니다.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천재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들은 매우 소수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평범하거나

평범함보다 아주 조금 낫거나 부족한 정도를 유지하지요.

 

그래서 결국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내 재능을 믿는 것이 아니라

반복하는 시간을 믿어야 합니다.

무수한 반복의 시간을 믿어야 하는 것이죠.

 

-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2달 내에 부상을 입는다고 합니다.

 

부상의 이유는 별게 아닙니다.

‘무리해서’입니다.

 

그런데 달리기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별로 무리한 것 같지 않은데 다치게 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다지 무리하지 않았는데 다쳐서

억울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몸의 말을 듣지 않은 내가 나를 다치게 방치한 것일 겁니다.

 

빨리 달리기를 하다 보면,

내 상태가 어떤지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빨리 달리려고 하다 보면,

내 자세가 어떤지, 호흡이 어떤지 신경 쓸 수 없습니다.

 

빨리 가는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러면 그럴수록 자세는 무너지고,

호흡은 가빠지고, 무릎과 정강이, 햄스트링에 충격은 더해집니다.

 

아직 몸은 준비되지 않았는데

마음만 바빠서,

몸과 마음이 충돌해 부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결국 자기 자신을 자기가 몰라줘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

서브 3를 목표로 잡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달려본 적도 없을 만큼 느린 속도로,

아주 지루할 정도로 느린 속도로 달렸습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웃긴 것이,

달리기는 혼자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천천히 달리는 나를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괜히 작아지는 것처럼 느끼곤 합니다.

 

마치 내가 체력이 없는 사람이 된 것 같고,

이것밖에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그 짧은 시간이 마구 솟아나게 됩니다.

그럼 나도 모르게 다시 빨라지게 됩니다.

 

-

천천히 달린다는 것은 

그저 느리게 달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달린다는 것은

나를 점검하며 달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내 자세는 어떤지, 호흡은 어떤지,

내 허리가 잘 펴져있는지, 지면을 잘 디디고

지면을 잘 밀며 나아가고 있는지와 같은

아주 세세한 부분을 신경 쓰며 나아가는 것입니다.

 

어딘가 아플 것 같다면 달리기를 멈추기도 합니다.

어딘가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면,

이것밖에 달리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자괴감을 안고서라도

멈출 줄 아는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나라는 사실을,

나는 내가 그 정도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실제 나는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

물론 더 빨리 달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달리다 보면 다치게 됩니다.

다치면 달릴 수가 없습니다.

달릴 수가 없으면 달리기가 늘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달리는 것이 때로는

나에게 가장 적합한 속도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선택적으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

모두가 빠른 사람을 좋아합니다.

빠르게 치고 나가는 모습이 멋집니다.

천천히 호흡을 체크하며 리듬을 만들어가며 나아가는 사람은

왠지 초라해 보이기 마련입니다.

 

다리를 열심히 앞으로 뻗으며 나아가는 어떤 사람들,

팔을 크게 휘두르며 질주하는 어떤 사람들이

더 멋져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오래 달릴 수가 없습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나에게 맞는 속도를 유지하며.

다른 사람들의 속도는 신경 쓰지 않고,

다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 정도의 속도.

즉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용기가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

그렇게 지난 한 달을 달렸습니다.

물론 느리게만 달린 것은 아닙니다.

중간중간 빠르게 달리는 연습도 당연히 하고

속도에 변화를 주면서 달리는 훈련도 했습니다.

 

하지만 달리기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천천히 달리기가 되었습니다.

천천히 달리면서 몸이 회복하고,

천천히 달리면서 몸은 달리기에 익숙해지도록 했습니다.

 

-

그리고 오늘, 아주 우연하게 저는

10km 최고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아주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오늘도 그저 달려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달리기로 한 날이죠.

아침 7시부터 시작된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저녁 7시가 되었었습니다.

 

어제부터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오늘 달리기로 결정했기에 옷을 입고 양말을 신었습니다.

밖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고, 

바람도 꽤 부는 것 같았습니다.

 

비가 눈으로 치지 않게 챙이 있는 모자를 썼습니다.

어쩌면 달리기 더 좋은 날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상과 다르게 날씨는 비가 오면서 해가 떴습니다.

습하고 더운 최악의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오늘은 10km를 80%의 힘을 써서 달리는 연습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꽤나 힘든 훈련이었기 때문에,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오늘 하필 날씨가 매우 쉽지 않았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컨디션은 좋지 않았습니다.

피로감이 몰려오고, 몸이 뻣뻣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비가 갑자기 더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점점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신발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었는데,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을 정도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고요.

 

하지만 저는 80%의 힘으로 열심히 달렸습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기록이 좋지 않겠다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2km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리고 2km를 지나 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더니

달리기가 경쾌해지고 발굴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몸에 리듬이 맞아지기 시작하고,

발이 지면을 긁고 차는 감촉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시계를 확인했습니다.

평소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저는 달리고 있었습니다.

 

호흡은 예전과 비슷했습니다.

몸은 생각보다 편안했습니다.

어디가 아프거나 부담스러운 느낌도 없었습니다.

 

그 속도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오늘 한 번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

이 속도를 유지해서 10km를 달려보자.

 

대신, 자세가 무너지거나 몸이 아플 것 같으면 무조건 멈추자.

물론 7km 지점이 지나면서부터는 힘이 들었습니다.

 

자세가 무너질 뻔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비가 무척이나 쏟아졌고 바람은 더 거세졌습니다.

길을 비를 맞아 미끄럽고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생겼습니다.

 

뛰기 최악의 조건임에 틀림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20대 초반에 뛰었던 10km 최고 기록이었던

46분 30초 대의 기록보다 1분가량 빠른

45분 20초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대회도 아니고,

사람들이 다니고 있는 길에서

사람들을 피해 달렸음에도

이런 기록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제가 뛰는 동안 자세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이고,

호흡을 제대로 잡으려 했다는 점이고,

무엇보다 뛰고 나서 아프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0대 초반에 뛰었던 10km 대회를 끝나고 저는

한동안 달리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무릎과 발목이 시큰거리고 아파서

달리기를 쉬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비를 피해 집까지 다시 뛰어오는 데에도 무리가 없을 만큼 말입니다.

20대 초반의 저는 매일 같이 빠른 속도로 달렸습니다.

좋은 기록을 목표로 하며 그때와 비슷한 속도로 달렸습니다.

매일 숨이 가쁘고, 죽을 것 같은 달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지금의 저는 그렇게 달리지 않습니다.

아프지 않을 만큼 달리고,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달립니다.

천천히 달릴 줄 알게 되었고, 그 덕에 오히려 빠른 기록을

아프지 않게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심지어 이렇게 빨리 뛸 줄도 몰랐습니다.

그저 뛰다 보니, 어쩌다 보니, 이렇게 돼버렸습니다.

 

-

저는 천천히 달려야 빨라진다는 말을

오늘에서야 조금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무의미한 위로 문구가 아니었습니다.

이건 사실에 가까웠습니다.

 

우리는 모두 평범함을 타고났습니다.

천재로 태어났으면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천재가 되고 싶어 합니다.

처음부터 잘하고 싶어 하고,

부족한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죠.

 

천천히 달린다는 것은

그런 내 모습을 인정하는 것임을

저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정이

나에게 적절한 방식의 자세와 속도를

판단하게 해주고, 교정하게 해주며

마침내 적절한 형태로 꾸준히 나아갈 수 있게 해줍니다.

 

그렇게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바라던 것들이 비교적 쉽게 찾아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시작은 나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나의 모습이 어떠하든, 그것을 있는 그래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인정하고 받아들인 그 순간부터

더 나아지기 위한 적절한 방식을 취하는 것.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중요한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

우리가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살아갔으면 합니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 그로부터 개선하기를 바랍니다.

천천히 달리는 것에 조급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빨리 달리는 것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저 하루하루,

나에게 맞는 속도로 나아가며,

나에게 맞는 자세를 찾아갔으면 합니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휩쓸리지 말고,

그들의 페이스에 자괴감을 가지기 보다

지금 나의 순간을 경험하고 관찰하며

나를 이해하고, 나의 숨소리를 들으며

 

매일매일을 살아가시기를,

그렇게 매일매일 나와 함께

삶의 즐거움을 누리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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