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꼭꼭 씹으며 살아간다는 것.

2025.07.28 | 조회 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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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LETTER

행복에 대한 인사이트와 영감을 받은 내용을 전달합니다.

연일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들 합니다.

 

찌는듯한 습도와 내리쬐는 햇볕은

어쩐지 마음을 좁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위는 늘 그렇듯,

땀을 유발하고, 불쾌함을 유발하지요.

 

피할 수도 없고, 매년 찾아오는 것이어서

잠시 잊기도 하지만

결국 어릴 때부터 줄곧 함께해왔던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매년 더위는 매년 새롭습니다.

저에게는 특히나 그렇습니다.

 

작년에 얼마나 더웠는지,

혹은 얼마나 추웠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저는

매년 가장 춥고, 매년 가장 더운 삶을

이제까지 살아왔습니다.

 

다만 올해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더위가 덜하거나 더하다는 것보다

더위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요즘들어 꽤 하는듯합니다.

 

저에게 지금까지 더위는 피하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가급적이면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고,

짧으면 짧을 수록 좋고, 

어쩐지 성가신 것으로 늘 기억되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제가 맞이하는 더위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더위나 추위 모두 그저 삶의 일부일 뿐이기에,

더위나 추위 모두 나의 삶의 한 부분이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려는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조금은 즐기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오늘은 조금 이른 시간이 집을 나와 

나무 그늘 아래에서 글을 씁니다.

 

현재 기온은 35도이고

체감 온도는 38도라고 하네요.

 

날이 더운 탓인지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벌레 역시 더위를 피한 것처럼 보이네요.

 

땀은 아주 작게 맺히고,

맥북과 맞닿은 살에 옅은 땀이 맺힙니다.

 

그런데, 이렇게 여름은 보낸 적이 있나 싶습니다.

 

땀이 나면 불쾌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위는 꼭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카페나 집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그저 저의 생각이었음을 발견합니다.

살짝 맺힌 땀방울은 푸근한 바람을 마주할 때

도리어 시원함이 되곤 합니다.

어쩌면 잊고 있던 상쾌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카페나 집이 아닌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있으니

잊고 있던 소리가 들립니다.

새나 벌레,

여름을 여름답게 하는 소리말입니다.

 

여름은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지 않는 계절이었습니다.

불가항력적인 찝찝함이랄까요,

그런 것들이 제게는 매우 부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 느낌과 감각 같은 것들이 말이죠.

 

그런데 이제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어쩌면 저는 여름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본질적으로 좋아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싫어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것이 감정적인 변화로 말미암은 것인지

그냥 받아들인 것인지 명확히는 알 수 없으나

요즘의 제게, 그리고 오늘의 제게 여름은

꽤나 괜찮은 시간임에 틀림없습니다.

 

-

여름은 여름만의 빛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뭇잎에 비춰진 햇살은 

각 계절마다 다른 형태를 띄고 있어서

그런 변화를 보는 재미도 생각보다 쏠쏠합니다.

 

-

 

어쩌면 저는 스스로를 규정하고

몇 가지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었을지도 모릅니다.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것과

어떠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좋은 것이고

이것 외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

 

이런 종류의 틀 말입니다.

 

꼭 그렇지는 않을텐데도,

그렇게 정해두는 게 편해서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사고를

쉽게 갈아 마실 수 있게 해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건 꽤 효율적인 방식이라 생각됩니다.

하나하나 다 조목조목 짚어가며 살아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하고,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닐테니 말입니다.

 

다만, 오늘처럼 삶을 꼭꼭 씹는 날이면

제가 지금까지 살았던 삶이 완전히 다른 것이었음을,

제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 나와는 달랐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것들은 때로는 당혹감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기쁨이 되기도 합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이러한 순간과 시간들이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게 하고,

나라는 존재를 확장시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삶에는 늘 유쾌한 것과 불쾌한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즐거움과 당혹스러움이 공존하는 것이 삶이지요.

 

자기 자신 역시 그런듯합니다.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즐겁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내가 날 안다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알 수 없는 것들이 보이고,

그것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줄지 않고

왜인지 점점 늘어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여름이 제게 그랬듯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그 모든 것들이 조금 더 괜찮아질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런 모습들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죠.

 

삶을 꼭꼭 씹는다는 것은 그런 같습니다.

 

좋은 것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고,

쉬운 것만 반복하는 것도 아니죠.

 

하나하나 세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가 어쩌면

삶을 꼭꼭 씹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안에는 더위와 추위,

유쾌함과 불쾌함,

사랑과 아픔, 질투와 만족 같은 것이

한데 뒤섞여 있을 것 같습니다.

 

꼭꼭 씹는 사람에게는 그것을 분간해 내어

쓴 것들만 따로 뱉어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저, 그것들의 맛을 누리거나 느끼는 수밖에 없지요.

 

제가 부디 이해되지 않는 나를 외면하지 말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가슴 속에 묻어두지만 말고,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언젠가 더위도 사랑하고 추위도 사랑할 수 있는,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넓은 마음이

차츰 생겨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여전히 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한꺼번에 다 알 수도 없을 테지요.

 

그저 이렇게, 계절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나를 마주하며

그 속에서 달라지는 나를 마주할 뿐일 겁니다.

 

그러니 자신이 세운 규칙과 틀로 인해

자신에게 너무 매정하지 않기를,

변화에 너무 야박하지 않기를,

자신을 끌어안고 인정하며 사랑하기를.

 

그렇게 하루하루,

꼭꼭 씹으며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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