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으로 두말할 용기

2024년 128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2025.02.17 | 조회 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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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LETTER

행복에 대한 인사이트와 영감을 받은 내용을 전달합니다.

2024년 128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1년에 128권을 읽으려면

한 달에 10권 이상은 읽어야 합니다.

 

2025년 2월 17일. 

현재까지 읽은 책은 1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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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새해 목표에 독서는 빠지지 않는 품목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독서를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독서를 하는 모습을 멋있는 모습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물론 저 역시 처음 독서를 시작할 때는 그랬습니다.

허영과 허세가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대 중반부터 꾸준히 책을 읽어왔습니다.

1년에 60권에서 80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꾸준히 읽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덕분에 남들은 잘 알지 못하는 정보들을 빠르게 알 수 있었고

때로는 박식하다거나 똑똑하다는 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은근한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칭찬은 무지했던 저도 책을 꾸준히 들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지식이라는 곳간에 많은 곡식을 쌓아 둘 수 있었습니다.

 

20대 후반, 졸업을 앞둔 시기에 저는

미친 듯이 책을 읽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책은 취미일 수 있지만

최소한 그때의 저에게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저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삶에 대한 방황에 대한 해답이 거기에 있을지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도서관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리고 책은 저에게 아주 작은 실마리 하나를 던져주었습니다.

그 실마리를 쫓아 어두운 밤길을 떠나 지금까지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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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빛을 마주하고 그 이후로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적이고 디즈니적인 마무리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삶은

밝은 채색에 뒤덮인 한 편으로 끝날 영화 같지 않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가 아이를 낳는다면

저는 절대 디즈니는 보여주지 않을 작정입니다.

거짓과 허황된 상상으로 점철된 이야기는 삶의 도피처밖에 되지 않기에

그런 이야기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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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저에게 작은 실마리 하나를 던져주었고

저는 홀린 듯 그 실마리를 따라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 실마리 끝에는 더 깊은 어둠.

더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의 허탈함과 공허함, 혹은 배신감은 잊을 수 없습니다.

때때로 디즈니뿐만 아니라 책도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저는 뼈저리게 깨달아버렸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소중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마주한 어둠, 그것은 이전과 같지 않았습니다.

더 짙고 깊었습니다.

마주한 험난한 길, 그것 역시 달랐습니다.

더욱 뾰족하고 과격하게 말하자면 지랄맞았습니다.

 

오랜 시간을 헤맸습니다.

어둠은 좀처럼 밝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절망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베이고 찔리고 긁히고 부딪혔습니다.

 

그리고 이내 해가 떴을까요?

 

이쯤이면 영화는 끝나야겠지만

삶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해는 여전히 뜨지 않았고

길을 평탄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에 분명해진 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절대 멈추면 안 된다는 것.

이 길에 들어선 이상, 이 어둠으로 들어온 이상

멈추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 말입니다.

 

-

계속 걸어야 했습니다.

언제 뜰지 모르는 해를 기다리거나

평탄해질지 모른다는 희망 같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다만, 지금 이 길을 걸어야 하고

이 어둠을 헤쳐가야 한다는 사실.

그것만에 제게는 존재했고

이것만이 제게는 진실이었습니다.

 

결국 다시,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나를 속였던 그 책을 집어 들어

거짓말하는 녀석들을 골라냈습니다.

 

완벽히 걸러내지는 못했습니다.

여전히 가끔 속고, 자주 뒤통수를 맞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걸러내는 속도가 조금은 빨라졌습니다.

 

그전에 책은 거의 신성한 것에 가까웠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누군가의 생각과 이야기일 뿐이며

때때로 그것은 잡생각과 개소리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그렇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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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8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여전히 취미는 아니었습니다.

처절한 몸부림과 울부짖음에 가까웠습니다.

알고 싶었습니다. 이 길이 맞는지, 이 어둠에 의미가 있는지 말이죠.

 

그리고 마침내 책은 침묵하던 입을 열었습니다

128권의 끝에 다다라서야 책은 한 마디를 내뱉었습니다.

 

‘멈추지 말 것’

 

-

놀랍게도 이것이 전부였습니다.

128권의 책이 제게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분하고 열 받게도

저는 그 결론 앞에 감격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제 길이 무조건 맞다고 해주는

편향적 공감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책들은 애초에 사지도 않을뿐더러

쓰레기통으로 바로 갈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사실’이자 ‘진실’이었습니다.

이 길이 진짜 유효한 것인지,

이 어둠의 의미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사실’과 ‘진실’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128권의 끝에 책이 제게 내린 결론은

이 길은 유효하며 이 어둠은 유의미하기에

멈추지 말라는 사실과 진실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미 은연중에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추측이 사실이 되고 의심이 진실이 되었을 때

같은 의미의 무게는 달라지게 됩니다.

 

-

저는 그 결론을 얻은 후 책을 거의 읽지 않습니다.

읽어도 정말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습니다.

그리고 읽기보다 행동하기를 많이 합니다.

진정한 변화는 읽음이 아닌 행동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말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2025년 만큼은

제가 하는 말과 반대로 살 예정입니다.

 

지금은 그럴 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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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은

때때로 아주 쉬운 일이지만

때로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크지 않은 명예라도 손상받기 마련이며

명예의 손상은 인격에 대미지를 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린 진실과 사실을 쫓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 권리는 누군가의 비난이나 조소로 인해

침해받거나 강제될 수 없는 것입니다.

 

제가 읽었던 어느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인생을 격정적으로 돌파하는 사람은 1년 전의 자기 말을 부정합니다.

한 인간의 삶을 그릴 때는 모순되고 비약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단절의 순간이지요. 그 순간을 짚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 소설가 김탁환

 

저는 올해 한 입으로 두말할 준비를 합니다.

모순되고 비약되는 포인트, 

그 포인트는 때때로 사람들과 단절되는 순간입니다.

혹 그런다 할지라도, 

 

내게 진실하며 내게 사실인 것을 쫓을 용기를 내려 합니다.

 

이것 역시 정답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디즈니 영화의 결말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유효한 이 길과 유의미한 이 어둠을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입니다.

 

 

때로는 처절하게 울부짖어도 좋습니다.

때로는 한 입으로 두말하고

지금의 것들을 내팽개치고 돌아서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일이, 그 시간이, 그 순간이

우리에게 사실이자 진실이라면

그 끝에 햇빛이 없고, 정답이 아니어도

 

멈추지 말고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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