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 숨을 내쉽니다.
그리고 이내 다시 들이쉽니다.
익숙하던 일이어서,
어쩌면 당연해서 하는지도 몰랐던 일이
갑자기 익숙해지지 않고
의도적으로 하려니 생경함을 느끼게 합니다.
숨을 쉬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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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한 일입니다.
우리는 늘 숨을 쉬지만
숨 쉬는 사실을 기억하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 말입니다.
가끔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누워 잠에 들기 전
고요한 방 안에 홀로 있을 때,
지구가 요란하게 돈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토록 잠잠하고 고요한 세상이지만
내가 모를 뿐 실은 어딘가, 무언가,
강하고 요란하게, 때로는 처절하게
움직이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당연한 것.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중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단지 우리가 지각하지 못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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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생각해 보면 기적 같은 일입니다.
지금 숨을 쉰다는 것 말입니다.
내가 잠깐 잊은 사이 내 숨이 멈추지 않았고
여전히 원할 때면 언제든 숨을 쉴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지구가 돌고
그로 인해 여전히 나의 생명이 유지되어 있습니다.
자연의 섭리, 혹은 과학 같은 이야기들로 설명하려 하지만
온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것을 기적이라 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숨 쉬는 지금 이 순간,
이 순간은 어쩌면 우리가 마주하는
가장 큰 기적일지도 모릅니다.
이것 외에 삶에 무엇이 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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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일이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넘쳐납니다.
내 주변에, 혹은 조금은 멀리에 일어나는
아프고 슬픈 일들은 나를 옥죄어 옵니다.
그 앞에 무력하고 연약한 사람1 인 우리는
때때로 내 가치의 연약함이 애석하고
나의 무력함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욕심이자
자만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어쩌면 내 영역 밖의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나를 탓하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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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어떠한 경우에도 아름답습니다.
때때로 그것이 허망하고 무익해 보인다 하더라도
삶에 대한 방향과 목표, 그 너머의 삶 전체를 바칠
작고 짙은 그 하나의 점.
밝게 빛나며 동시에 멀리 있어
차근차근 밟아 나가게 되는 그 점은
때로는 포기하게 하고 때로는 외면하고 싶어집니다.
너무 멀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좌절하거나 절망합니다.
좌절감과 절망감의 농도가 짙어질 때 우리는
과도한 불안을 동반한 아픔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포기라는 선택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에 나를 탓합니다.
내가 부족해서라고, 내가 연약해서라고,
때로는 탓할 것이 나밖에 없어
나라도 탓해야만 할 것 같아
애꿎은 나를 탓하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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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얼마나 많은 우연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의도와 상관없이 벌어진 무수히 많은 우연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운도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언제나 옳은 말은 아닙니다.
때때로 운은 아주 뜬금없이 어떤 사람에게
무작위로 주어지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나의 탄생에는 우연이라는 것이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나의 직업과 나의 사고방식, 삶에 대한 태도.
이 모든 것에는 우연이라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의 작용이 반드시 있었습니다.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고
분석할 수 없어서 우리는 그저 이런 작용을
우연이라 부르기로 합의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건 전세계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삶에는 크나 큰 우연이 있습니다.
삶의 대부분에 운과 우연의 작용이 미칩니다.
우리는 각자의 운과 우연 속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주어진 일을 하고
맡겨진 일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얻고자 했던 걸 쉽게 얻고
누군가는 쉽게 도달합니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내가 아니라는 사실이
괜히 허탈하고 애석하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를 탓합니다.
내 노력이 부족한 거라고,
내가 부족한 거라고,
내가 연약한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늘 그래왔습니다.
늘 달랐고, 늘 다양했습니다.
패턴이 존재하지 않고,
해석되거나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운이나 우연으로 설정했고
그 영역을 미지의 세계로 남겨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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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다라 생각한다면,
아무리 좋은 배라 하더라도
강한 풍랑에는 쉽게 부서집니다.
하지만 유약한 배라 하더라도
평온한 날씨의 순풍을 맞으면
쉽게 앞으로 나아가기 마련입니다.
모든 것을 배의 탓으로 돌리기엔
바다의 날씨는 너무나 거대합니다.
바다의 넓이와 깊이는 배를 삼키고도 남을 만큼 커다랗습니다.
그러니 너무 모든 것을
배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든 게 다 내 탓은 아닙니다.
모든 게 다 내 잘못은 아닙니다.
모든 게 다 나의 부족함이 아닙니다.
모든 게 다 나의 연약함이 아닙니다.
그러니 좌절과 절망의 깊음에 빠지기 보다,
때때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포기하기 보다
아주 느리더라도, 옆에 무수히 많은 배가 지나가더라도
나의 길을 앞으로 나아가셨으면 합니다.
혹 조금 느리더라도 당신의 탓이 아닙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렇습니다.
자신의 노력을 폄하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결국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당신을 괴롭히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또한 당신이 스스로에게 친절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탓이 아닙니다.
그러니 자신 사랑하기를 주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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