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신에게 있는 것외에 다른 것을 타인에게 줄 수 없습니다.
어디서 본 것이나 잠깐 느낀 것을 전달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들은 도리어 나의 마음을 옭아매어 답답함을 느끼게 합니다.
결국 나는 나 스스로의 것만을 세상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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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소리가 있습니다.
해야 할 일도 많고, 해야만 하는 일도 너무나 많습니다.
각 카테고리 별로 멋있는 사람의 기준이 다르고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도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큰 파도 앞에 멈춰선 아이처럼
그 정보들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맞곤 합니다.
내가 한없이 작아보이고, 내가 무력해보입니다.
내가 쓸모 없는 것처럼 보이고, 무가치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그들이 말하는 기준에 나는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 여실히 보입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고
거기서 느껴지는 회의감과 허탈함.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무가치한 자신.
이 모든 것들이 나를 괴롭히고 나를 갉아먹습니다.
사실 그 누구도 나를 그렇다 평가한 적은 없습니다.
나의 마음 속 소리와 머리의 소음들이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나를 낮추고
나의 가치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럴 때에도
긍정적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믿으며 나아가야 한다고,
반드시 모든 것이 다 잘 될것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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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저는 긍정적인 것과 낙천적인 것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이 두 개념은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두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짓지는 못했습니다.
낙천적이라는 것은
상황을 외면한 채 좋은 미래를 떠올리는 것이고
긍정적이라는 것은
상황을 직면한 채 좋은 미래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낙천성은 때때로 회피적 성향을 띄게 됩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기에 문제로부터 도망치는 기술이 늘게 됩니다.
하지만 긍정성은 극복의 성향을 연습하게 됩니다.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을지라도 문제가 있음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태도,
그리고 문제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능동적 행동.
저는 어쩌면 미래에 대한 긍정적 사고방식을
낙천적 사고방식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돌아보곤 합니다.
문제가 있는데도 문제를 잘 보살피지 않은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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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문제는 아프고 피하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일어나지 않게 방지해야 하는 것이었고,
문제가 삶에서 일어나지 않게 미리 계획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없앨 수 있게 준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삶에서 문제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방지한다고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바로 없앨 만큼 연약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나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문제를 나와 동떨어진 무엇,
갑자기 생겨난 돌연변이 같은 것이라 여겼습니다.
나의 완전한 상태에 나타난 불완전의 무엇이라고,
그것은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고.
하지만 조금 돌이켜보니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나라는 존재는 원래 불완전하고 유약하고 부족해서
문제라는 것이 자연스레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문제는 원래부터 나의 일부였음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합니다.
그리고 문제 역시 나를 살피고 돌보는 문제와
어쩌면 같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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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문제는 세상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늘 나와 함께하는 것이며
내가 성장하는 과정에 반드시 발생하는
일종의 현상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거부한다고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도망친다고 도망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 역시 내 것이었음을
담담하게 인정해야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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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문제를 발생하게 놔둔 저를 탓합니다.
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저를 질책합니다.
타인의 문제나 잘못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의 문제와 잘못은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냉정하고 냉혹하게 대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따끔하게 혼냅니다.
그래서 같은 문제를 최대한 반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다양하고 새로운 문제가 끊임없이 생겨납니다.
문제는 잘못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잘못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늘
냉정하거나 냉혹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친절하고 다정하게 나를 타이르고 다독이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을 함께 찾아보는 과정 역시
자신에게는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늘 몰아붙이기만 한다고 해서
더 나아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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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앞에 우리는 격앙되고 날카로워집니다.
마음에 여유가 없고 나를 몰아붙이기 쉽습니다.
자책감에 빠지기도 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특히 삶에 대한 책임감과 더 나아지고자 하는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더더욱
나에게 냉혹하게 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냉혹함은 마음에 상처를 냅니다.
마음의 상처는 성공의 순간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누구라도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목표를 달성한다고, 원하던 결과를 이루어냈다고
거기서 사랑을 얻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목표와 결과를 위해 나아가는 우리의 발걸음에
조금의 친절함과 다정함을 더했으면 합니다.
이것은 낙천적이라거나, 자기 연민에 빠지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내가 완전해야 한다는 강박적 생각에서 벗어나
원래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뜻입니다.
다시 앞으로 기꺼이 나아갈 수 있게,
그리고 나아가는 그 길이 고되고 힘들지만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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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떠한 문제 앞에서라도
자신에게 조금은 친절하고 다정한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연약함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주었으면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하고,
부족해도 사랑하고,
연약해도 사랑하고,
넘어져도 사랑하고,
이 모든 걸 반복해도 사랑합시다.
친절하고, 다정하게.
나와의 삶을 살아갑시다.
우리가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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