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 같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과거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고
역사로 기록된 모든 것들은
한 줄의 문장과 글자로만 남아
작은 기록물의 한 켠을 장식해
잊혀진 채 묻어져 있습니다.
아무리 위대한 업적도,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한 줄의 문장,
하나의 단어.
개념으로서의 존재,
사라져 버린 인간성.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삶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간 흔들렸던 마음과 발버둥 친 노력들,
그 모든 것들은 기억될 수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이 더 중요하거든요.
-
이러한 관점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기겠다거나
대단한 사람이 되겠다는 꿈은 어쩌면
아무런 소용도, 의미도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모든 것들은 어쩌면 허상.
나만이 가지고 있는 가로막힌 이상 같은 것일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의 마음에는
누구나 그런 것이 존재합니다.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 말입니다.
위대함과 대단함의 깊은 본질에 있는 그것.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것입니다.
위대함과 대단함 같은 것 말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우리는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인정, 환호, 존경, 인기.
이 모든 것들의 깊은 바닥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방식과 방향성의 차이가 조금은 있겠지만
우리는 관심과 사랑을 원합니다.
우리의 평생은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을 위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인정, 환호, 존경, 인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는,
목표와 목적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 그것이 무엇인지 헷갈릴 때가 참 많습니다.
무엇을 위한 삶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때때로 의심이 듭니다.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해왔던 일들이
정말로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로부터의 인정을 위한 것인지.
본질적으로 타인의 인정이
사랑받고 싶은 나를 위한 것일 수 있으나
이 모든 것들의 끝에는 늘,
타인이라는 변수가 존재해서
내가 원하는 만큼의 인정,
내가 바라는 만큼의 사랑,
내가 소망하던 정도의 환호는
없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때 우리는 느끼게 됩니다.
이 모든 노력이 무의미했음을,
이 모든 시간이 어쩌면
허무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하게 됩니다.
오늘의 값어치가,
지난날의 모든 것들이
저렴해지는 순간,
빛을 잃은 것 같은 순간.
-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세대가 3번 지나면 잊힌다고 합니다.
전 세계를 지배했다고 할만한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듣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우리의 다음 세대에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기억할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요.
저는 어린 시절 그의 죽음을 뉴스로 봤습니다.
그의 죽음에 울고 슬퍼하던 이들을
공중파 뉴스를 통해 접했었습니다.
그의 죽음은 전 세계적인 충격이었습니다.
그 뉴스를 보는 제게는 그의 죽음보다
그의 죽음에 우는 사람들이 더 충격이었습니다.
도무지 그를 추억할 수 있을 거리가 제게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죽음은 세계적인 것이었지만 제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제가 사랑하는 축구클럽
리버풀의 선수 디오고 조타 선수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뉴스를 접한 저는 일주일간 마음이 심란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그가
제게는 짙은 슬픔으로 남았습니다.
실제로 만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으며
일방적 관계였음에도 저는 그랬습니다.
-
지난 10일에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의 소식이었습니다.
저는 일을 마치고 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이틀을 친구의 곁을 지키며
애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친구의 어머니를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아픔과 슬픔,
애도의 마음 가득했던 며칠.
그분의 죽음은 더 짙게,
저의 삶에 스며들었습니다.
-
우리는 전부 사라질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아름다움이나 능력은
우리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하지 않습니다.
그 모든 것이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의 노력은 전부 사라집니다.
우리의 기쁨은 전부 사라집니다.
우리가 울고 웃었던 그 모든 순간은 사라집니다.
희미한 기억 속에 잠시 남아있을 수는 있어도
그 모든 것들은 결국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사라지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그럼 우리는 대체 삶에서 무엇을 남겨야 할까요,
우리의 삶에는 우리는 대체 무엇을 남기고 사라져야 할까요.
한없이 유약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우리의 인생이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무엇을 마음에 품고 존재해야 할까요.
-
제가 늘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워런 버핏이 말한 성공의 개념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사랑받고 싶은 이들에게
실제로 사랑받고 이”는 것,
워런 버핏은 이것을 성공이라 얘기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슬픔의 근원은
사랑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만큼 슬퍼하고,
사랑하는 만큼 아파하고,
사랑해서 눈물을 흘립니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 앞에.
애도하고, 기억하고, 추념하고, 회상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사랑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저는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가 남길 것은 별로 없습니다.
이름은 파도 앞에 적힌 글씨와 같고
업적은 언젠가 흐려질 글씨와 같습니다.
대단한 투자와 업적, 성공은
그 자체로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점은
절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사라질 우리들이
그 모든 것들에 목매며 살아가지 않기를,
그로 인해 사랑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랑 역시 영원하지 않습니다.
사랑 역시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잊혀지고 사라집니다.
우린 그렇게 사라질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대단함보다 사랑을 택할 용기가
때로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은 유한합니다.
게다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죠.
우리가 바라는 것들은
그 근본을 들여다보면 결국 사랑이라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러니 너무 돌아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 사랑하고, 오늘 아끼는 것이 어쩌면 최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것이 정답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대단함을 추구하지 말라는 말도 아닙니다.
다만, 오늘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삶은 유한하고, 우리는 결국 사라질 테니까.
그 어떤 위대함도, 이름도 결국 사라질 테니까.
마음껏, 두려움 없이,
사랑했으면 합니다.
가족을, 친구를, 이웃을, 우리를.
나와 서로를, 사랑했으면 합니다.
행복이 있다면 결국 그런 것 아닐까요?
서로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 말입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