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삶의 기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싫은 나머지 것들을 참고 하는 사람'과 '정말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기 위해서 덜 하기 싫은 나머지 것들을 참고 하는 사람.' 이렇게. 그리고 나는 명백히 전자이다. 만날 하고 싶은 거 하기 위해 울면서 달리는 날들이 많지. 오늘은 8월의 마지막 날이다. 8월에 자랑할 만한 많은 일이 있었고, 나의 한계도 절감하고 있다. 쉬는 거 하는 거 내가 맘대로 정할 수 있는 프리랜서인데 마음은 왜 프리하지 못한 걸까.
1. 8월 초에 엄청난 일이 있었다. 첫 번째 내 이름을 걸고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는데 14시간 만에 매진이 되었다. 유튜브에 온라인 강의 안내하는 동영상을 저녁에 올리고 나서 그날 거의 못잤다. 결제가 하나씩 될 때마다, 너무 설렜다. 짝사랑에게 응답받은 날처럼 주체할 수 없는 설렘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느새 세 번 강의하고 한 번 남았다. 그리고 너무 죽고 싶게 창피한데?
2. 어쩜 다 모든 경험이 비슷한지. 뭐만 되면 다 망사형통일 줄 알았는데, 그건 그냥 시작일뿐. 온라인 강의도 그냥 시작하면 신날 줄 알았거든. 그런데 너무 힘들다. 일단 내가 어느 단체에서 의뢰를 받아서 강의하는 거랑 내가 직접 모객해서 강의하는 것은 마음의 부담의 정도가 너무나도 차이난다. 전자는 그냥 마실나가는 것 처럼 즐거웠거든. 후자는 모두가 다 나의 고객이니까 마음에 부담이 너무나 크다. 2시간 줌 강의가 끝나고 나면 죽을 거 같이 힘들어서 이틀간 아무것도 못하겠다. 강의에서 반응이 좋으면 너무나 신나고 없으면 너무나 쥐구멍으로 숨고 싶게 죽고 싶다. 이제서야 진짜 야생의 세계로 넘어온 것 같다.
3. 수업 전에 수다타임에서 한 수강생 분(예전 라이브 단골손님이시기도 하다)이 "최종 목표가 뭐예요?" 물어보셨다. 그때는 생각이 안 나서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 시간이 끝나고 곰곰히 생각해봤다. 순수하게 그냥 하고 싶은 것은 '생각을 말이나 글로 형형하게 잘 그려내는 사람들'을 모시고 비결을 듣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 꼭 챙겨보는 채널은 요정재형과 최성운의 사고실험이다. 그걸로 뭘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인터뷰라는 장르를 유독 좋아했다(집 책장에 인터뷰 책만 놓는 칸이 따로 있다). 그러나 내가 그 깜냥이 될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만약 기회가 온다면 나는 또 울면서 달리게 되겠지.
4. 채널이 커지면서 악플이 달리고 있다(2025년 8월 31일 밤 10시 33분 현재 구독자수는 5,440명이고 유튜브 수익창출 시청시간 기준을 넘었다). 주로 mbti에서 entp(내 유형이다)를 욕하는 댓글이 조금 달렸었고, 하나는 나의 딕션을 평가하는 댓글도 달렸다. 하하핫. 이것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쉽지 않다. 배우분들 딕션 평가하시는 분들 본인도 한 번 본인 녹음한 거 들어보시라. 쉽지 않아. 뭐든 평가하는 건 쉽지. 나의 멘탈은 어느 정도로 강해질 수 있을까? 부정적인 자극이 올 때 흔들리지 않는 게 강한 게 아니라, 흔들리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게 강한거라고 생각한다.
5. 아, 채널명을 '생각스테이'로 바꾸었다. 지난 주 어느날 갑자기 새벽 2시쯤에 깨서 6시까지 4시간동안 여러 LLM AI의 도움을 받아서 만들었다. 일단 '머리는풀악셀'은 친구들도 기억을 잘 못하더라고. 그리고 채널 확장성 면에서 내 입으로도 얘기하기가 좀 민구한 측면이 있다. "안녕하세요, 유튜브 머리는풀악셀입니다."입에 잘 안 붙어. 생각STAY라고, 지어봤다. 생각이 머무는 공간.
6. 사업자등록증도 나왔고, 인스타그램도 한 달에 10개는 올리려고 하고, 늘 할 건 많다. 이 게으른 육체와 미약한 멘탈을 데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신이여, 저를 굽어살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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