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플랜 마쿠스트 ep.19 넌 립스틱 난 커피.

구독자님에게 보내는 열아홉번째 편지

2024.03.06 | 조회 1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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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쿠리 잡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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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정착하거나 끊임없이 이동한다.
 사람들은 정착하거나 끊임없이 이동한다.

수원 인계동에 있는 윌스기념병원에 갔다. 다리 골절로 1년 동안 스완의 뼈 속에 박혔던 핀을 제거하는 수술 일정을 잡았다. 아직 병원은 마스크를 썼다. 누군가 병원 1층 엘리베이터 앞 설립자 윌스의 동상에도 마스크를 씌웠다. 수술 부위는 말끔하게 회복되었다. 건망증! 진료비 계산을 깜박 잊은 바람에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는데 한데 섞인 마스크가 누구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마스크 안쪽을 보니 립스틱 자국과 커피 자국이 선명했다. 오호!!!

 

어제는 동탄으로 이사를 했고 북향이라 짧게 저무는 햇살의 느낌을 아쉬워했다.

사람들은 정착하거나 끊임없이 이동한다.

남미 여행을 할 때 볼리비아에서 아르헨티나로 가는 국경선에서 새로운 여행 비자를 받아야 했다. 버스로 꼬박 24시간을 달려 새벽에 국경선에 도착했는데 그 곳에서 또 4~5시간의 긴 기다림 끝에 지루한 검문 검색을 통과하고 비자를 발급 받아 아르헨티나로 가는 버스에 탑승 할 수 있었다. 국경선에 길게 늘어선 볼리비아 이주민들, 외국 여행객들, 무시로 길 바닥에 배설하는 검은 개들...

 길게 줄을 늘어 선 볼리비아 이주자들
 길게 줄을 늘어 선 볼리비아 이주자들

 

아르헨티나 국경선에서 5시간 가까이 출입국 수속을 밟았다. 길게 줄을 늘어 선 볼리비아 이주자들... ‘난민의 슬픔’을 느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버스가 국경 근처에서 다시 멈춘다. 권총을 찬 군인이 남루한 행색의 볼리비아 승객들 짐을 풀어헤친다. 그들은 이웃한 나라의 가난한 주민들을 조롱하는 듯 했다. 가방 속의 속옷과 컵라면 상자 등을 검색 당한 후 무심히 나무 그늘에 서 있던 볼리비아 청년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마크, 스완의 게으른 탱고 1950> 중에서

 

무심히 나무 그늘에 서 있던 볼리비아 청년
무심히 나무 그늘에 서 있던 볼리비아 청년

꽃을 사러 다리 너머 레이크 꼬모 상가를 갔는데 꽃이 다 떨어졌다. 대신 이마트에서 아르헨티나 와인 한 병을 샀다. "CARACTER"란 이름이다.

병원에서 휴대폰 인터넷이 갑자기 끊어지더니 통화도 안되고 먹통이 되었는데, 난 농담으로 지독한 바이러스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원인은 유심칩이 소모된 것이다. 모두 소진되고 버려지고 또 새롭게 교체되고... 지난한 과정들…

더 나 다운 캐릭터로 변해야지 생각했다. '이제 어떤 캐릭터로 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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