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상은 한다"
내가 다녔던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밤 늦게 편집 일을 끝내고 회사 앞에서 스완을 만났을 때, 우연히 같은 방향이고 비슷한 지역의 동네라서 같은 택시를 탄 적이 있다. 얼굴은 아는 사이였지만 실은 그 순간이 거의 첫 만남이었다.
쑥스러운 마음에 난 앞 좌석에 스완은 뒷 좌석에 탔고, 별로 말도 섞지 않고 그대로 있다가 내릴 때 같은 동네 사람이니 나중에 맥주 한 잔 하자는 말을 건넸다.
그 때 같은 택시를 타지 않고 다른 택시를 탔거나 혹은 맥주 한 잔 하자는 말을 내가 건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봄이 오면 화분을 몇 개씩 샀는데 매번 죽이는 일도 없었겠지. 해외 여행 같은 건 꿈도 꾸지 않았는데 스완을 따라(?) 여기저기 다니지도 않았겠지.
영화 <파이란>을 보며 침대에 누워 울다가 엄마한테 들켜 데이트나 하고 다니라고 혼나는 그런 일이 다반사였을지도.
어제 조카의 결혼식을 다녀오면서 우리는 결혼 할 때 이랬지… 이십 년도 더 된 옛 사진을 되돌아 봤다.
친구의 다섯 번째 결혼 때 라임 선물을 했더니 그렇게 화분을 잘 죽이던 친구가 그 라임 만은 싱싱하게 잘 키우고 결혼 생활도 행복하단다. 그래서 그건 순전히 라임을 선물한 내 덕분이라고 고백하는 짧은 소설이 있다.
모든 우연에 라임 같은 축복을!
갱년기를 앓는 이 순간에도 추억은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마쿠스트가 추천해요!"
서태지와 아이들 - 너에게 (Audio)
1993.06.21 / 2집 하여가(何如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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