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즈의 '빙글빙글'이 뭐길래"
엘리베이터 벽에 손글씨로 쓴 종이가 붙어있었다.
어젯밤 헤이즈의 ‘빙글빙글’, 버스커버스커 ‘처음엔 사랑이란게’ 무한반복으로 들으신 분, 다음엔 소리 좀 줄여주세요. 밤새 ‘빙글빙글’ 무한으로 듣느라 머릿속이 어지러워요... 라는 멘트와 함께 (원문보다 조금 얇은 펜으로 쓴) ㅠㅠ로. 마무리.
서체가 가지런하고 사려 깊은 젊은 여성의 느낌이었다.
한솥도시락을 주문하러 가면서 스완에게 카톡으로 엘리베이터 벽에 붙은 손글씨 사진을 전송했는데, 조금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남자는 실연 당해 밤새 음악을 틀어 놓고 잠이 들었고, 여자는 층간 소음에 귀를 막으면서 괴로워하다 편지를 엘리베이터 벽에 붙여 놓은 거야. 어떻게 될까? 혹 남자가 사과를 전하지 않을까? 그래서 둘이 사귀게 될 수도 있고…"
헐! 말랑말랑한 로맨틱 드라마를 좋아하면 이렇게 된다.
믹 재거의 “Old Habits Die Hard” 라는 곡을 듣고 있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오랜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였다. 앤드루 포터의 신작 <사라진 것들> 단편 속에 갑자기 죽음을 맞은 절친한 친구 대니얼의 유품을 정리하던 주인공 나와 대니얼의 연인 앙뚜와네뜨가 이런 말을 주고 받는다.
“사람의 마음이 어떤 차원에서 저항하는 거겠죠. 누군가가 그렇게 사라져버린다는 것에 대해. 우리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일상의 상실과 공허감을 서정적이고 문학적인 문체로 사로잡는 이 단편에서 죽은 친구의 창고 속 위스키 몇 병을 가져다 쓰라린 속을 달래는 주인공에 감정이입하는 나를 보며 이것이 오랜 습관? 중독인가 생각한다.
무한반복은 기억의 루프 같아서 빙글빙글 돌기 마련이다.
궁금증에 헤이즈의 ‘빙글빙글’을 한동안 무한반복으로 듣다가 처음에 사랑이었던 것이 그럼 어떻게 변한건데? 엉뚱한 상상에 빠져든다.
2024.02.04 일 날씨 입춘
"마쿠스트가 추천해요!"
Old Habits Die Hard
Mick Jagger
Alfie -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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