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은 독

내일도 기억할 걱정인가?

2023.01.30 | 조회 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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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작일기

초보 작사가 마작을 배우며 느낀 점을 보내드립니다.

마작에는 이런 말이 있다. "어차피 똑같은 패다."

그게 그거니까, 고민하지 말고 버리라는 뜻이다. 마작은 정해진 수의 패를 모아서 더 아름답고 어려운 모양을 만드는 것으로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다. 모든 패를 들고 있을 수 없고, 잘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손에 패를 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패를 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순서가 올 때마다 어떤 패를 버릴 것인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긴 고민 끝에 버린 패는 대부분 끝맛이 좋지 않다. 패를 고민한다는 것은 현재의 패가 이도저도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역은 정해져있고, 역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좋은 역이든 나쁜 역이든 하나의 목표를 정해서 나아가야 한다. 마음이 정해지면 고민은 길지 않다. 버릴 것과 버리지 않을 것이 명확해진다.

그러나 방향을 갈팡질팡하고 있다면 모든 것이 고민이 된다. 좋은 패와 그렇지 않은 패를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살다보면 이런 일을 수도없이 겪게 된다. 별 것도 아닌 걸 두고 끊임없이 고민한다. 고민할수록 시간은 낭비되고, 사소한 것에 계속 집착하게 된다.

내 경우엔 쇼핑을 할 때 그랬다. 한창 취준생이라 형편이 궁했을 시절엔 돈 한 푼이 아까워서 100원이라도 저렴하게 사려고 가격 비교를 하루종일 하곤 했다. 그 시간을 좀 더 공부에 쏟았다면 취직이 1분기는 빨라졌을 것이고, 그랬다면 100원이 아니라 월급을 더 받을 수 있었겠지.

그러나 그 때에는 '돈을 아낀다'는 사실 자체에 깊이 집착하게 되어 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그저 눈앞에 놓인 것을 재기 바빴던 것이다.

1000원 저렴하고 엠보싱이 없는 휴지를 살까, 1000원 더 비싸지만 엠보싱이 있는 휴지를 살까를 3시간쯤 고민하다가 결국 집앞 교회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휴지를 받아온다. 의외로 답은 선택지 밖에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고민이 쓸데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 때 그 고민이 남긴 흔적이 선명해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마작을 하면서 패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만약 내가 4, 5, 7통과 4, 5, 7만을 각각 가졌다면 이 패의 가치는 어떻게 다를까? 손에 든 패가 어떤 형태인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 패들은 거의 같은 가치를 갖는다.

일기통관, 일색, 구련보등 등 한가지 패만 가지고 만드는 역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니라면 결국 두 패는 모두 똑같은 슌쯔이다. 그러므로 통을 버릴지 만을 버릴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어떤 수를 버리느냐가 더 중요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작의 초입에서는 이 사실을 모른다. 특히 앞뒤로 1, 8처럼 애매한 숫자가 붙어있으면 더욱 그렇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 모으기 어려운 상태이므로 빨리 버리는 것이 현명할 수 있는데도 손에 든 것을 어떻게 놓아야 할지 모르게 된다.

패의 가치를 비교하는 여러가지 방법들, 확장성이나 조성 등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고 나면 쓸데없는 고민이 바로 잘못된 조패의 원인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상대방에게 힌트를 줄 수도 있고, 고민이 깊어질수록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쳐 큰그림을 못 보게 되기도 한다.

결국 좋은 고민을 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깊이와 방향이 깊고 뚜렷해야 한다. 더 크게 보고, 더 많은 방향을 뚫어놓았을 때야 비로소 고민은 의미있어진다.

 

많은 고민들이 다음날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 1000원 차이의 휴지를 고르는 것, 심지어는 어느 아르바이트를 지원할지도 그렇다. 모든 일들은 일단 지나가고 나면 천천히 흐려지고 대부분은 마음 속에서 사라진다.

남는 것은 고민이 아니라, 고민에서 배운 흔적들이다.

그러니까 너무 오래 고민하지 말고, 고민에서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지를 빨리 찾는 것이 낫다. 결국 결과는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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