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그림자

캔버스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2023.02.12 | 조회 148 |
0
|

마작일기

초보 작사가 마작을 배우며 느낀 점을 보내드립니다.

어제, 2월 11일 토요일은 스터디 면접일이었다. 수 년간 운영되어 온 체계적인 스터디로, 면접 질문도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이런 질문이었다.

"50%의 확률로 10억을 받을 수 있는 버튼과, 100%의 확률로 5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어느 쪽을 누를 것인가?"

가볍게 웃으며 "저는 10억 버튼을 선택하겠습니다. 인생은 큰 그림을 봐야 하는 거니까요." 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대답을 하면서도, 정말 그런 기회가 온다면 과감하게 10억 버튼을 누를 수 있을 것인지를 한참 고민했다.

 

마작을 하다보면 "확장성"이라는 개념을 자주 만나게 된다. 마작일기에도 여러 번 쓴 적이 있다. 확장성이란 말 그대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 가능성이다. 확장성을 고려한다는 것은 내 패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이나 9처럼 한쪽이 막힌 경우보다는 2, 8이 낫다. 그러나 2, 8 역시 열려있긴 하나 선택지 자체는 1, 3과 7, 9밖에 없다. 그에 반해서 3, 7은 그보다 한 칸 더 많은 선택지를 가졌다. 이런 식으로 확장성을 늘려가면 가장 확장성이 좋은 것은 중앙값인 5이다. 그러나 5보다는 4와 6이 더 유리하다. 5는 너무 한중간이라 4, 6이 모이지 않으면 이가 빠져 고립되지만 4, 6은 5가 없어도 앞뒤로 뭐든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확장성을 고려한다는 것, 즉 "큰그림을 본다"는 것은 이렇게 뻗어나갈 가지를 생각해가며 더 좋은 패를 만들 안목을 기르는 일이다.

 

살다보면 확장성을 고려해야 할 때가 참 많이 있다. 어느 패가 좋을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1, 2, 9를 가졌다면 9는 버려도 되겠지만 1을 버리긴 쉽지 않다. 하지만 길게 생각하면 3을 기다리는 것보다 1, 2를 빨리 버리고 새 패를 모으는 게 나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동물은 가진 것을 쥐고 있으려 한다. 판에 3이 4개 전부 나올 때까지도 1, 2를 쥐고 있는 경우도 있다.

4, 6이라고 무작정 좋은 패도 아니다. 후반으로 가면 누군가는 4, 6을 노리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나에게 좋은 패라면 상대방에게도 좋은 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 5가 없으면 4, 6은 완성되지 않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상대방이 나를 물어버릴 확률이 높아진다. 계륵이 되고 마는 것이다.

확장성을 고려할 때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확장성이 좋다는 말이 유효한 것은 초기에, 모일 패가 많을 때의 이야기다. 가져올 수 있는 패가 점점 사라지면 쥐고 있는 것을 놓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해진다.

 

50%의 확률로 10억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가진 게 많아서 안 받아도 그만인 사람? 오히려 가진 게 없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가진 게 많은 사람에겐 작은 선택지가 무수히 존재하게 된다. 당장 확정적인 5천만원이 있다면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있을 수도 있고, 확정적인 5천만원을 10억으로 불릴 계획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겐 50%의 실패가 쓰디 쓸 것이다.

나의 손엔 어떤 패가 들려있을까. 그리고 나의 앞에는 얼마나 많은 패가 놓여있을까.

종종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 불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미래는 알 수 없고, 그것은 뒤집힌 패이기 때문이다. 마작 초보인 나는 아직도 탁자에 놓인 패를 보고 상대의 패를 읽어내는 일을 하지 못한다. 어렴풋이 짐작해보아도 틀리기 일쑤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싸우는 것뿐이다. 손에 쥔 것으로, 그리고 내게 주어질 패를 가지고.

앞으로도 미래를 읽는 건 영영 어려운 일이겠지만, 손에 쥔 패를 하나하나 정리하며 더 넓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애써보려 한다. 확장성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쥔 것을 내려놓을 때 생기는 일이니까. 마음을 비우고, 한 방향으로...

마작일기가 재미있으셨나요? 마작의 세계는 언제든 열려있습니다. 함께 성장하는 작사가 되어보아요.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마작일기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마작일기

초보 작사가 마작을 배우며 느낀 점을 보내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