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가 17번째 삶에서 다다른 곳
일요일에 <미키17>을 보고 왔어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어영부영 내릴 때까지 영화관 가는 걸 잊어버리기도 하는데요. 이번에 3일 만에 호다닥 다녀왔습니다. 유튜브로 봉준호 감독님의 뉴스룸 인터뷰만 보고 최소한의 정보를 가지고 감상했고요. 보고 싶었던 영화치곤 그렇게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굉장히 재미있고 만족스러웠어요! 제목 <미키17>은 죽는 게 직업인 미키가 17번째 사는 삶을 뜻하는데요. 미키가 17번째 삶에서 비로소 찾은 것들이 애틋하고, 참 부러웠습니다. (스포가 될까 봐 조심스럽게 적어봅니다요🤐)
봉 감독님의 외국 자본 합작이었던 <설국열차>, <옥자>는 세계관이 시각적으로 촘촘히 구현된 것을 보는 희열이 있었지만, 스토리나 감정선은 꽤 단순했다고 기억해요. 물론, 한국 특유의 인간 관계와 사회 구조를 진하게 담아낸 <마더>, <기생충>과 비교했을 때요! 그래서 이번에도 '멋진 SF 배경에 또 너무 뻔한 권선징악 스토리일까?' 싶었는데, 개인의 성장과 진정한 사랑과 너무나 현실과 닮은 블랙 코미디가 좋은 균형을 이루고 있었어요. 미키 역의 로버트 패틴슨이 낸 가벼운 목소리와 무감한 표정, 마샬 부인 역의 토니 콜렛이 쏘아붙이던 기괴한 대사들을 계속 곱씹게 되고요. 오늘로 벌써 13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하니, 영화관 나들이 다녀오신다면 꼭 감상 나눠주시겠어요?🥹
무기력한 일상을 벗어나는 일
오키나와 여행 이후 약간 가라앉은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자기효능감에 모든 걸 불태우다 갑자기 방향성을 잃어버린 저는 조금만 틈을 주면 머릿속이 금세 불안으로 가득 차버리거든요. (지난주 편지에 썼던 자존감 이슈, 맞습니다!) 새로운 걸 배워보는 것,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이 좋다는 추천을 받아 실천을 해보려고 하는데요. 공유 오피스에 꽂혀 잠시 찾아보다가, 글쓰기 강의를 검색하고, 독서 모임까지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확 끌리는 게 없다니, 작은 재미에도 '일단 고'를 외치던 저로선 조금 낯선 상황이에요. 이런 때에 펜팔 친구들은 어떻게 하시나요?
우선은 펜팔에 담겨있던 루틴들, 작은 도전들이 좋은 해결책이 아닐까 싶어서 마음을 다잡고 작은 것부터 시도해보려 해요. 오브젝트라는 문구 상점에서 사 온 사과나무 스티커를 꺼내 들고요. 어린 시절 칭찬 스티커처럼, 내가 정한 목표를 하나 클리어하면 사과를 하나씩 나무에 붙이는 시스템이에요. 3월에는 '글쓰기'와 '달리기' 사과나무로 목표를 정했습니다. 이 펜팔도 저에게는 하나의 글쓰기인 셈이니까, 오늘 밤 첫 사과 스티커를 붙이고 자러 가려고요!
눈이 오는 3월 풍경을 즐기셨길 바라며, 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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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미키17!!! 기대중인 영환데 아직 못봤어요 얼른 보고 돌아오겠습니다! 힣. 사과나무 스티커 좋네요, 저도 비슷한 목적으로 매일 노션에 투두리스트를 쓰고있어요. 정~~말 별것 아닌 것들도 다 할 일로 만들어서 체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예를들면 아침에 유산균먹기... 아무것도 아닌데 체크를 하는 순간 어떤 일을 마무리했다는 감각도 들고, 흘러가는 하루 안에 무언가를 해내며 살고있다는 느낌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꼭 매일이 대단해야 괜찮은 삶이 아니니까요. 풍성한 사과나무 기대할게요!
챈
ㅎㅎ맞아요! 체크리스트가 루틴도 계속 이어나가게 도와주고, 뿌듯함도 주는 것 같아요:)) 사과나무 완성되면 또 소식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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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오! 미키17로 혼영 도전 해보아야겠어요~~ 가치관 맞는 몸담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하나 있으면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조금만 틈을 두면 불안해지는!! 같은 증세가 있는데, (간님과는 전혀 다른 분야겠지만) 저는 육아/투자 두 장르에 4년째 몸담고 있는 커뮤니티가 있거든요 무기력할 때 멱살잡혀 어깨걸고 같이 나아가는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같은 결의 사람들과 단순 저 분야 뿐만 아니라, 확장되는 무한 주제로 소통하니 동기부여 받기 참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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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사과나무 스티커 너무 귀여워요 🥹 저도 옥님처럼 노션에 투두리스트를 썼었는데.. 어느새 잊혀졌네요. 다시 써야겠어요! 스티커 붙이는 아날로그의 맛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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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미키17! 저도 보고싶어요! 개봉이 늦기로 유명한 일본도 다음달이면 개봉한다니, 오랜만에 저도 영화관에 가봐야겠어요! 저도 불안한 영혼이라 비슷한 고민을하면서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지루해서 어떻게 계속하냐는 질문을 주변에서 받는데, 저는 그럴때마다 대답합니다. 달리는게 재밌는게 아니라, 오늘도 이 귀찮음을 이겨내고 달려낸 내가 재밌어서 계속 할 수 있는 거라고요. 뭐라도 하나 이루어 낸 오늘의 나, 멋지다 칭찬해주면서 살아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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