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시간>
8년 전,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앞두고 이유 모를 우울감에 침대에 누워 있던 날이 생각나요. 다니던 회사도, 새로 가게 될 회사도 하루하루가 아쉬운 시점이었죠. 공휴일을 포함해 이틀간 쉬기로 했고, 그 하루는 바로 출근 전날이었어요. 쓰나미처럼 몰려올 변화에 벌써 지쳐버린 사람처럼 이불 속에서 볼만한 영화를 찾다가 ‘내일을 위한 시간’ 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어요.
영화 줄거리는 이래요. 복직을 앞둔 산드라는 회사로부터 전화가 오는데요. 동료들이 그녀와 함께 일하는 대신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었죠. 하지만 공정하지 않은 투표였다는 제보로 월요일 아침 다시 투표가 진행되기로 해요. 산드라는 주말 내내 16명의 동료를 찾아다니며 자신과 함께 일해달라고 설득을 시작해요. “보너스를 포기하고 나를 선택해줘.” 이 말 한마디가 그렇게도 어려웠어요. 각자의 사정으로 고민하는 동료들, 마음을 바꿔 산드라의 손을 잡는 이도 있었지만, 반발하는 이도 만만치 않고… 산드라가 내일을 되찾을 수 있을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영화였어요. (네이버 줄거리 참고)
자기 자리를 되찾으려 무던히 노력하는 산드라를 보며 회사에 가기 싫었던 마음이 스르륵 바뀌더 순간이 있었어요. 조용히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 날 저에게 딱 필요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영화가 아주 깊게 제 인생 한 부분에 자리잡은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그날 이후 회사에 가기 싫은 일요일 저녁마다 이 영화가 떠오르곤 했어요. 내 자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누군가는 간절히 원했던 자리였을테니 더 열심히 해보자 하는 생각이 아주 뻔하고 단순한 생각이지만, 이상하게도 늘 힘이 되었어요.
지난 주말, 다시 그 비슷한 기분이었어요. 일하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불렀던 내가, 막상 다가온 새 시작 앞에서는 설렘보다 불안이 더 컸던 걸까요. 찾아보니 이런 감정을 ‘온보딩 블루’라고 하더라고요. 이번에도 산드라가 떠올렸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와인 한 잔의 유혹을 눌러두고 침대에서 일어났습니다. ‘몸이 가뿐해지는 요가’라는 키워드로 영상을 찾아 따라하며 생각을 비워냈고, 명상을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죠.
알람은 5시 40분. 아침이 밝자 일어나 다시 요가를 하고,아이 도시락을 챙기고 등교 준비를 마쳤습니다. 전날 미리 다려둔 셔츠를 꺼내 입고, 출근길에는 긍정확언을 크게 틀고 반복 말하며 그날 쓸 긍정 에너지를 비축해두었어요. 그리고 일주일 내내 이 루틴을 반복했답니다.
결론적으로 괜찮은 일주일을 보낸 것 같아요. 새로운 연애를 시작해서 뭐든 다 좋아보이는 사람처럼 회사 위치도, 근무 형태도, 함께하는 동료분들도 무엇보다 새로운 일도 꽤 재밌더라고요! 또 언제 이 온도가 파삭 식을지는 모르지겠만 뜨거운 열정은 아닐지라도 따듯한 온기는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일이 아직 손에 익지 않아 노트북을 챙겨왔는데 마음이 급해 이만 줄여볼게요. 다들 평온한 주말 보내시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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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잘 해낸 진에게 박수를! 저도 다음 주 새출근을 앞두고 온보딩 블루 겪고 있어요. 전날 밤, 아침 새벽에 혼자 해낸 요가라니 멋지게 느껴져요. 9시에 출근할 수 있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었는데, 운동을 하고 출발해보면 어떨까 괜한 꿈을 꿔보는 설레임 가득한 편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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