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쓰고 읽고 나누는 시간의 힘
지난 편지에서 글쓰기 수업에 대해 이야기 했었는데요. 돌아온 금요일, 2회차 수업에서 드디어 합평을 했습니다. 각자의 취향, 성격, 배경이 듬뿍 담긴 엽편 소설을 낭독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수업 전에 서로의 글을 미리 읽어와달라는 당부의 메일이 와서, 부랴부랴 읽고 참석했는데요. 현장에서 누군가 창작한 글을 다같이 읽고, 바로 따끈한 의견들을 직접적으로 꺼내놓은 게 낯설어서요. 처음엔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의견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긴장 되었는데, 점점 그마저 즐기게 되었습니다.
수업 전, 혼자 타인의 글을 읽으면서 ‘이건 선생님이 알려주신 이어쓰기나 다시쓰기 의도에서 벗어난 것 같은데?’ 생각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연결이 잘 안되는걸’하며 평가 했었어요. 저도 모르게 또 정답을 찾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수업에서 개인적인 소감과 장점을 위주로 합평하기로 약속했더니, 저의 시선도 변하더라고요. 처음 읽을 땐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한 것들이 3시간이 넘는 합평 마라톤에서 쏟아져 나왔어요.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고, 오랫동안은 그게 에세이일 거라고 막연히 상상했어요. 그러다 최근엔 쏟아지는 에세이 중의 한 권이 되기보다, 깊숙이 묻히더라도 저만의 이야기라면 좋겠다고, 나는 창작을 하고 싶다고 확신하게 되었어요. 새로운 것을 탐험하고, 경험한 것과 상상한 것을 잘 버무려 의미 있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다고요. 잠시 잃어버렸던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찾아오는 과정에서 만난 이 글쓰기 시간은 큰 용기가 되는 것 같아요.
제 글은 어땠냐고요? 써놓고도 마음에 찜찜하게 남은 문장은 다른 분들에게도 수정하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고요. 전하고 싶다고 의도한 메시지는 옆자리 분이 꼽은 최애 문장으로 남았습니다.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그래서 설레고요! 다 커서 ‘괜찮다’ ‘잘했다’는 칭찬을 받기 위해 취미 학원에 다닌다는 친구들과의 수다가 떠오르는 밤이네요. 언젠가 마음에 드는 글을 쓰게 되면(이런 날, 과연 올까요..?ㅎㅎ) 펜팔에서도 나눠볼게요!
P.S. 하나 동의 운동 이야기에 덧붙이자면요. 저도 대체로 비슷한 의도로 운동을 대했던 것 같아요. 요가, 필라테스, 테니스, 달리기 모두 적당히 만족스러웠지만 빨리 운동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거든요. 딱 하나, 농구만 빼고요! 2번의 부상으로 저의 짝사랑을 끝내게 되었지만, 진하게 농구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닌 1년에 후회는 없습니다요:) 그런 운동 또 어디 있을까요? 저도 어서 만나고 싶어요.
편지를 쓰며 좋은 순간을 회상하는 게 즐거웠던 챈 드림
의견을 남겨주세요
동
발리 더위 속에 읽은 편지라 평냉이 정말 정말 절실했어요. 어떤 음식을 사랑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네요. 조금 마음에 드는 글을 쓰게 되더라도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농구처럼 팀으로 하는 운동이 역시 답일까요? 뒤꽁무니 쫓아다닐 운동 어서 만나보고 싶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