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가 그런가봅니다
일에 대한 고민이 많을 나이요. 이정도 연차쯤 되면 이 분야에서 제법 괜찮게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며 아직도 나의 팀내에서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찾아 방황하고 있네요. 덕업일치라는 면의 편지에 뜨겁게 공감했고, 저도 제법 일을 사랑하며 살아온 것 같은데, 언제 찾아온건지 모를 권태감은 아무리 기다려도 떠나가주지 않더라고요. 재밌고 많이 벌지 못하는 일과, 재미는 없지만 안정적 수입을 가져다주는 일과의 선택지에서 저는 후자를 선택한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그러던 중, 지난주 수요일, 퇴근을 앞둔 시간 갑자기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어요. 일본은 4월이 신년의 시작이라, 올 상반기에 제가 담당하는 일에 대한 간단한 확인사항과, 조심스럽게 지금까지했던 대화를 모두 뒤엎을 제안을 해왔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도 없는 가벼운 이야기였지만, 5분남짓의 짧은 면담에서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기분을 느꼈어요. 고민도, 생각도, 걱정도 많아서 항상 결정이 느린 제가 바로 예스를 외친 것도 스스로는 제법 신선했습니다. 헤프닝으로 끝이 날지, 실현이 될지는 아직 두고볼 일이지만, 오랜만에 느껴본 이 감정만으로 큰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변화를 정말 두려워하지만, 어쩌면 사실은 변화를 갈구하는 중일지도 모르겠어요.
이것도 나이일까요?
정리능력이 엄청나게 떨어지고 있다고 있습니다. 이게 나이인건지, 내 그릇보다 큰 것들을 안고 있어서 일어나는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진실이 어떠하든 나이탓이라도 해보고 싶네요.)지난 편지에서도 정리얘기를 여러번 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요즘 저의 고민과 문제의 대부분이 "정리하지 못함"에서 일어하는 일인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이 정리의 대상은 감정이나 인간관계 같은 형태가 없는 것부터, 5월 4일부터 더 이상 메일을 수신하지 않겠다고 협박하기에 이른 구글 메일함까지 포함됩니다. 나이 탓을 해버렸지만, 다시 젊어질 순 없으니, 나름의 방법을 찾아봐야겠죠. 일단은, 아프고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둔 각종 정산과, 서류들부터 처리를 하러 가보겠어요.
마지막으로 또한 정리의 대상인 사진첩에서 사랑해마지않는 도쿄의 봄을 몇장추려전해봅니다.우리 모두에게 멋짐 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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