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주말을 시작하며 보내는 편지 from. 진

💌 진

2025.03.01 | 조회 115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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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펜팔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2025 이메일 펜팔

#2025-03-01 오스틴에 놀러 온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다 보니 정신없이 일주일이 지나갔어요. 지난주에는 최저 기온이 -8도까지 내려가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이번 주는 최고 기온이 25도까지 올라 따뜻하게 친구들을 맞이할 수 있었답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이번에 저희 집을 찾아와 준 친구 1과 친구 2는 자매 같은 사이예요. 20년 넘게 같은 아파트에서 지내며, 세 자매인 친구 1의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외동이던 친구 2까지 네 자매처럼 자랐다고 해요. 저희 셋은 중학교 동창이지만, 각자 친해진 시기도 다르고 친구 그룹도 달라 셋이 함께한 시간은 의외로 많지 않았는데요. 이번 여행을 하면서 두 친구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큰언니답게 듬직하고 시크하기만 한 줄 알았던 친구 1이 친구 2 앞에서는 투정을 부리고, 서운했던 점을 말하며 눈물까지 글썽이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새로웠어요. 또, 배려와 양보가 몸에 밴 친구 2가 친구 1에게는 쿨하고 논리적으로 자기 의견을 말하는 모습도 흥미로웠달까요?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내 안의 다양한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순간들이었어요. 일주일 동안 두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함께 쌓아온 시간과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느껴져 저도 소중한 친구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려 봤답니다.

 

우행시

친구들이 오기 전, "이 시기에 어디를 가야 하지?" 고민이 많았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제가 떠올린 장소 외에는 딱히 추천받은 곳이 없었지요. 그도 그럴 것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아이 중심으로 오스틴을 즐기고 있어서 아이가 없는 친구들과의 여행 코스를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여름이 긴 텍사스 특성상 물놀이 위주의 액티비티가 많아, 겨울에는 어떤 여행을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다행히 친구들은 오스틴에 큰 기대 없이 왔지만, 그래도 뭔가 본때(?)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가볼 곳을 찾아봤어요. 뉴욕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친구 1과 함께 온 친구 2는 이미 뉴욕을 여행하고 온 터라, 한적한 자연과 큼지막한 방만으로도 행복해하더라고요.

그러던 중, 라이브 뮤직의 성지인 오스틴에서 클럽을 아니갈 수 없잖은가 하는 남편의 부추김(?)으로 다운타운 밤 나들이가 계획되었어요. 친구들이 도착한 날은 금요일 밤. 퇴근을 한 남편이 육아 바톤터치를 하겠다고 서둘러 집에 도착했을 때 저희는 술 한 방울 마시지 않은 채 잠옷을 입고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어요. 평소 미국 치안을 걱정해 밤에는 절대 나가지 않는 남편이지만, 친구들이 한국에서 온 만큼 다운타운에서 신나게 놀고 왔으면 했나봐요. 10년 동안 저와 제 친구들을 봐온 남편이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어요.

“너희도 많이 늙었구나…”

결국 다음 날 남편은 기어이(?) 저희를 다운타운에 데려다주었어요. 중늙은이 셋은 클럽 앞을 서성이며 이제와서 이게 재미가 있겠냐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아요. 뻔한 결말이지만 저희 셋은 누구보다 신나게 흔들어 재꼈고, 다행히 사라진 이는 없었으며, 집에 오는 길 내내 우버 드라이버를 붙잡고 오스틴이 얼마나 재미있는 도시인지 떠들어댔어요. 우버 드라이버도 덩달아  "내가 태운 손님 중 제일 신나는 팀"이라며 함께 즐거워해 주셨어요. 

 

가까이 가까이 더 가까이 

친구들이 돌아가고 이틀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미국에서 만난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저희 집 근처로 이사할 집을 보러 온다는 게 아니겠어요? 몇 달 전부터 부동산 앱을 보며 이 동네 매물을 같이 찾아봤던 터라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친구가 부탁하지도 않았지만, 임장을 좋아하는 저는 당연히 같이 보러 가겠다고 나섰어요. 이 집으로 이사 오면 아이들을 같은 학교에 보낼 수도 있고, 함께 산책할 수도 있고, 코스트코에서 대용량으로 장을 봐서 나눌 수도 있겠다는 상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사실, 친구의 남편은 주재원이라 회사와 약속한 기간이 9개월 밖에 남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비자 연장도 불확실해서 이전에 어플라이한 집들에서 여러 번 거절을 당해 멘탈이 탈탈 털린 상태였어요. 미국은 집 주인이 임차인의 여러 조건을 확인하고, 컨펌을 해야만 집을 빌릴 수 있거든요. 바쁜 남편을 대신해 친구가 홀로 집을 구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말하길 "집 하나 이사하는 걸로 이런 말을 하긴 웃기지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의식주가 얼마나 중요한데! 당장 살 집이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혼자 감당하는 거,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인지 알아?" 하며 친구를 위로했어요.

다행히 이번에 본 집이 지금까지 본 집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고, 집주인도 친구 가족을 마음에 들어 해서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해요! 야호! 텍사스는 워낙 땅이 넓고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걸어갈 수 있는 곳이 집 근처 공원뿐이에요. 친한 친구들의 집도 가까워야 차로 15분 거리인데, 도보권에 친구가 이사온다니 너무 신나더라고요! 무엇보다 친구의 마음이 한결 편해질 걸 생각하니 덩달아 어깨가 가뿐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유독 짧은 2월이지만, 돌아보니 좋은 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여러분도 2월을 잘 보내주고 새로운 3월을 씩씩하게 맞이하시길 바라요. 😊

 

클럽에서 브라이덜 샤워를 하는 귀여운 친구들을 만났어요! 카우걸과 할머니 컨셉 너무 귀엽지 않나요? 나도 요란하게 브라이덜 샤워 하고싶다...생각하며 남은 미혼 친구들에게 마음에 준비를 하라고 사진을 보내줘야겠어요!

클럽1 에서 브라이덜 샤워를 하는 카우걸들
클럽1 에서 브라이덜 샤워를 하는 카우걸들
클럽2에서 브라이덜 샤워를 하는 MZ 할머니들
클럽2에서 브라이덜 샤워를 하는 MZ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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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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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의 프로필 이미지

    0
    10 months 전

    앜ㅋㅋㅋ 내내 웃으며 읽었어요. 카우걸들 구경하면서 다운타운에서 신나게 흔들고 싶네요. 그리구 도보권 친구라니 너무 부럽다….. 서울에서도 쉽지 않은데… 저도 꼭 해보고 싶어요… 코스트코 나누기…

    ㄴ 답글 (1)
  • 간의 프로필 이미지

    0
    10 months 전

    아 미국 사람들 정말 컨셉 확실하네요..

    ㄴ 답글
  • 면의 프로필 이미지

    0
    10 months 전

    읽는 내내 덩달아 신나는 기분이에요~ 진님을 찾는 많은 친구 만큼 진님이 얼마나 좋은 분일지 간접적으로 느껴지네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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