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한국 가져갈거야?
저도 비우기를 시작했습니다. 혼자 사는 집인데 요상하리만치 뭐가 많습니다. 쌓이고 쌓이다보니 자꾸 집에 거슬리는 것들이 보입니다. 수납장을 하나 사면 정리가되지 않을까 싶다가, 늘리는 방향보다 비우는 방향을 먼저 실천 해보기로 했습니다. 집안 구석구석에 수납된 물건들을 다 끄집어내고, 하나하나 다시 담다보니 가구위치까지 움직이고 싶어져 결국 며칠을 이사 온 집같은 상태로 보내야했습니다.
정리는 험난했습니다. 다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도, 하나씩 살펴보면 버릴게 하나도 없는것 같아보이고. 고작 정리도 이렇게 힘든데, 진짜 이사갈 땐 어쩌지? 귀국이사는? 하는 두려움이 몰려오고나서야, 버려보자는 결심을 합니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인가, 꼭 필요한 물건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들이 No 인걸 알고는 있지만, 언젠간 쓰이지 않을까? 후회 안 할 자신있어? 라는 질문이 꼬리를 뭅니다. 그럴 때 스스로에게 한번 더 묻습니다 한국갈 때 가져갈거야? 이 질문의 효과는 굉장해서, 오늘도 끌어안고 살던 몇몇 물건들을 무사히 비워냈어요. (비우기는 계속 됩니다)
단샤리断捨離
일본에는 단샤리断捨離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말인데, 쉽게말하면 “정리”인데, 풀어말하면 불필요한 것들을 끊어断, 버리고捨, 집착에서 벗어난다離는 뜻으로, 요가 용어에서 착안한 단어라고 합니다. ( 와, 이 표현, 브랜드 등록이 되어있어서 수익창출을 위한 사용은 금지되어있다는 새로운 정보도 얻었습니다. )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소유에 대한 회의, 버블경제의 붕괴로 인한 장기불황등로 단순히 사는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이 표현의 유행하게 된 이유라고 하는데, 저는 더 심플하게 일본의 작고 작은 주거공간 또한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지난 한주, 청소를 하며 몇번이나 일본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사는거야?라고 중얼거린지 모르겠어요. 소비의 행위가 아닌, 소유한다는 행위에도 꽤 많은 비용을 필요로하는 이 도시의 생활에 대해서는 또 얘기를 써보고싶네요. 지금 쓰기시작하면 저 또 새벽에 자야할것 같아요. 하하
아직 정리 중인 집처럼, 글도 정돈되지 않은 기분입니다만, 오늘도 편지보내기를 해냈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겠어요. 이번주도 기억에 남는 한주가 되길바라며! 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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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봄님 글 읽으니 후련한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요? 여행 막바지에 이 곳에서 본 모든 좋은 것을 끌어 안으려던 찰나였거든요. 끊어 버리고 벗어나는 것에 대한 편지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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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원래 이렇게 비어있던 것 같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걸요? 비우기 성공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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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단샤리, 참 좋은 말이네요. 정리 전 비포 사진도 살짝 궁금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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