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 손님 맞이 비법
챈 님이 궁금해하신 손님맞이 계의 프로 진의 비법은 특별히 잘해주지 않기입니다! (이런 비법을 바라신 건 아니시겠지만...) 왠만하면 공항에 데리러 가지 않고요. 제 상황에 맞춰 친구들의 일정을 조정해요. 전체 여행 중 1~2끼만 정성스레 차려주고요. 제가 아이를 케어해야 하는 저녁 시간엔 친구들이 식사 준비를 하는 식이에요. 제가 부담을 갖지 않아야 친구들이 오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될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친구들이 자주 와도 설레는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좋은 걸 좋다고 말하기 2
동의 편지를 읽고 한 달 전 친구들과 나눈 대화가 생각났어요. 꽤 기억에 남았던 대화인데요. 한국과 뉴욕에서 오스틴을 방문해 준 친구들과 밀린 근황 토크를 하고 있었어요. 미국 생활은 어떤지 묻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사소한 불평 불만을 늘어놓았어요. 사실 크게 힘든 점도 없었는데 굳이 찾아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한 친구가 "그게 널 많이 힘들게 해?"라고 물었어요. 뜨끔한 저는 "아니, 그것 빼곤 다 좋은데. 좋다는 얘기만 늘어놓을 순 없잖아" 했던 것 같아요. 그제야 친구는 싱긋 웃으며 "좋다는 얘기만 해도 돼. 좋은 얘기 같이 들으면 더 좋지"라고 말해 주었어요. 먼저 두 친구의 고민을 들은 후라 그랬던 걸까요? 겸손이 미덕인 나라에서 자라서인지 좋은 얘기만 하는 건 왠지 자랑 같아 보이고, 겸손하게(?) 누구에게나 힘든 점이 있다는 걸 내비치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친구의 그 말이 한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좋은 걸 좋다고 말하기! 좋은 것을 마음껏 표현하기! 그날 이후로 자주 되뇌는 말인데, 동의 편지를 읽고 더 오래도록 마음에 새길 수 있어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얘기 하지 말까...?
(3초 고민) 저는 별로 비밀이 없는 사람이에요. 비밀이 없다기보다 뭐든 털어놓는 걸 재밌어하는 사람이랄까요? 그래서 왠만하면 다들 안 할 법한 얘기도 잘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에요. 오늘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는 갑자기 들어온 잡오퍼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아직 전혀 진행된 바가 없고, 일하게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가늠도 안 되지만 오늘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이슈라 털어놔 버려야겠어요.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이었어요. 친한 친구가 이끄는 팀에서 갑자기 팀원 3명이 빠지는 바람에 친구는 멘붕 상태였어요. 며칠간 당장 일할 사람이 없어 큰일이라며 하소연을 늘어놓더니, 어제 갑자기 전화가 와서 뜬금없이 제 비자가 뭐냐고 묻는 거예요. 그러더니 한술 더 떠, 일하고 싶다며 그렇게 노래를 부르지 않았냐고 하는데 친구의 회사는 영주권자만 지원할 수 있다는 슈퍼 대기업, 엄청난 경쟁률에 응당 그에 걸맞는 인재들을 솎고 또 솎아 복잡한 절차를 뚫어야 하는 곳 아니겠어요? 속으로 ‘내 스펙에, 내 영어 실력에 무슨 수로 거길 가'라고 생각했는데요. 뇌보다 빠르게 입이 "좋아"라고 대답해 버렸어요!
그렇게 10분 만에 영문 이력서를 급조해 보내고, 하루 만에 면접 날짜가 잡혀버린 거예요! 바로 지난 뉴스레터에서는 당분간 계획도 목표도 꿈도 생각하지 않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는데, 무슨 일이 이렇게 흘러가나요? 저질러놓고 나니 마음 한쪽에선 '떨어지면 진짜 행복하겠다 백수 라이프 개이득' VS '그래도 붙는다면! 미국에서 대기업이라니' 하는 마음이 이중플레이 중이에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상황이니, 좋은 걸 좋다고 말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어요? 3일 후 면접인데요. 다음 뉴스레터에는 면접 후기와, 그다음 뉴스레터에는 면접 결과를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과야 어떻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이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상황을 아는 사람은 가족뿐이에요. 이렇게 비밀을 털어놨으니 우리 더 가까워진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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