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님의 Job에 대한 이야기가 공감되어 저의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취업 후 처음 직업을 기재하는 란에 당당하게 ‘디자이너’라고 적으면서, 그냥 ‘직장인’이 되지 않을 거라 다짐했던 순간이 기억나요. 이 업에 대한 자부심이 더욱 커질 거라 기대하면서요. 전공과의 덕업일치를 이룬 제가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Job에 익숙해진건지 무뎌진건지 Work로 정체성이 변하면서 직업 란에 ‘직장인’으로 적어도 어색하지 않게 되었어요.
저는 일의 과정에서 재미와 감동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에요. 하루에 작은 성취감과 재미만 있어도 꽤 그럴듯한 하루였다고 만족하기 굉장히 쉬운 타입이죠.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삶에서 우선순위가 달라지니 제가 직장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세상의 모래알처럼 느껴지지 뭡니까. 직장에서 꽤 괜찮은 평가도 받고 일도 재밌게 했는데, "직장을 그만 두면 다 사라질 일들인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싶었어요. 아이와 지낼 시간과 대치하여 하루에 출퇴근 포함해서 11시간을 직장에 할애하면 업무가 그만큼 더 내 삶에서 가치가 있고 감동적인 순간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일은 본업으로 그냥 해야하는 것이고, 재미는 부업으로 밖에서 찾는 것이 아닌가가 제가 내린 결론이었지만, 결국 마음의 해결책을 찾지 못해서 휴직을 하게된 이유도 있습니다.
시간과 감동이 꼭 비례해야할까?
동료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직장을 다니는 걸까 궁금해서 유심히 살펴본 바로, 직장에서 단단함이 느껴지는 동료 분들을 보면 일 외에 명확한 취미를 전문가 수준으로 즐기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탄탄하게 채워나가는 분들이 많았어요. (재미있는 건, 일을 잘하는 분들이 취미도 굉장히 잘한다는 점이었죠.) 클라이밍, 요가, 여행, 캠핑, 블로거, 인플루언서, 목공, 작가, 화가 등등.. 저는 몰입해서 즐기는 취미도 없던 터라 마음을 온전히 쏟아부을 곳이 없어서 더 아쉬움이 컸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것을 찾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몰입할 만한 것을 찾고, 아이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일을 실컷하면 다시 멀리 나아갈 힘이 생기겠지요. 동님의 이야기를 보니,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제가 기록을 더해 좋았던 순간을 많이 표현한다면 더 행복이 넉넉한 일상이 되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아는 것이 많으면 사랑하는 것이 많다.
제 20대의 모토였는데, 친구들이 추천한 플랫폼들을 하나하나 눌러보고 설치하다 보니 잊고 있던 문장이 다시끔 떠올랐어요.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 많고 알고자 했던 저였거든. 다시 사랑할 것들을 늘려줄 기회를 만들어주어서 고마워요! (Drawer journal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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