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꽉 채운 금요일을 보낸 토요일의 편지 from. 진

💌 진

2025.03.08 | 조회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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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펜팔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2025 이메일 펜팔

#2025-03-08 매번 제목에 ‘금요일’이라고 쓰려다가 ‘아 나는 토요일 당번이지, 편지를 열어볼 분들은 토요일을 살고 있겠구나’ 하며 제목을 고쳐요. 면님의 지난 레터를 읽으며 입학식 장면이 상상되어 괜히 가슴이 울렁~ 했다가, 언제 회사를 다녔었나 부분에서는 '내 얘기인가?' 공감하며 재밌게 읽었어요. 이번엔 저의 '당연하지 않았던 일상의 고마움'과 '당연해져 버려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들'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

 


OPTION 1. 꽉 채운 하루

백수가 된지 어언 4-5 개월. 하지만 한번도 늦잠을 자지 않았어요. 게을러 지고 싶지 않았거든요. …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사실은 제가 모시는 왕자님 학교 도시락을 싸야해서요.😇

매일 6시 일어나 점심 & 간식 도시락을 싸고 아침을 차려드린 후 7시 35분까지 학교에 모셔다 드려야해요. 오늘은 집에서 먹을 반찬 만들어서 아주 뿌듯하게 하루를 시작했어요. 이런 날은 괜히 에너지가 생겨서 하루를 꽉꽉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요.

금요일 8시에는 화상영어과외를 해요. 10분이 남은 상황. 재빨리 1,2층 빨래를 모아다 구분해서 돌리고 따뜻한 차까지 끓였어요. 1분 남은 상황. 재빨리 2층으로 올라가 컴퓨터를 켜고 선생님을 만나요. 자유 주제로 한 시간동안 대화를 하는 형식이라 그를 카운셀러처럼 여긴지 어언 육개월. 아무에게도 말 못할 비밀들을 털어놓으며 수다를 떨다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어요. 오늘도 상담해줘서 고마워요(?)로 마무리하며 과외가 끝났어요.

9시, 빨래를 한번 더 돌리고 뉴스레터를 쓰기 시작해요. 아직 1시간이 남았어요! 뉴스레터를 무사히 쓰고나면 마트에가서 Curbside를 받아올거에요. 앱으로 먼저 주문을 해두면 2시간 뒤에 마트 주차장에서 직원이 짐을 실어주는 시스템인데요. 평소엔 직접 가서 비교해가며 장을 보지만 오늘은 그럴 여유가 없거든요! Curbside 픽업까지 15분정도 걸릴 예정이니 집에 돌아와 30분 내로 나갈 준비를 해야해요.

11시에 브런치 약속이 있거든요. 여기와서 만난 가장 편하고 좋은 친구 둘과 다운타운 테라스에서 햇빛을 맞으며 와인을 마실 거에요. 다행히 오늘은 남편이 휴가라 왕자님 픽업을 담당해주기로 했어요. 평소같으면 2시에 다운타운에서 떠나야하지만 오늘은 5시쯤 돌아오기로했어요.(야호!!!!!!)

6시에는 다소 격식을 차려야하는 저녁 약속이 있어요. 오전에 마트에서 Curbside로 산 과일과 디저트를 챙겨 가려고해요.

9시쯤 집에 돌아 오면 뉴스레터를 재정비해 발송 버튼을 누르고, 학교에서 받은 영어 숙제도 다시 한 번 검토해서 제출해야해요. 숨가쁘게 쓰다보니 오늘은 정말 바쁜 하루가 되겠네요. 

 

OPTION 2. 아무것도 안하는 하루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 하루… 그런게 있을까요? 저는 상상해본 적이 없어요. 15년 넘게 학교를 다니고, 10년 넘게 회사를 다니면서 단 한 번도 이유 없이 결석하거나 당일에 월차를 써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백수가 되고 보니, 안 그래도 진짜 아무 일도 안 일어나네요? 

그동안 대체 뭘 위해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을까요? 뭘 그렇게까지 오버하나 싶지만 한창 아픈 아이에게 항생제 먹여 가며 어린이집에 보내고 죄인처럼 출근하던 지난 날이 떠오르니 가슴 한쪽이 휑해지는 것 같아요. 

여기서 핵심은 ‘일 하는 엄마의 죄책감’ 보다는 ‘커리어에 대한 아쉬움’에 더 가까운거 같아요. ‘이렇게 그만두게 될 거 뭐하러 그간…’ 같은 허무함이요. 이제는 조금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타이핑을 하다보니 눈물핑이 되는 걸 보니 아직인가 봅니다. (앞 단락에서는 테라스 + 와인 조합에 설레기만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우울해진다니요?)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는 하루가 선택 옵션에 있다는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나면, 월차에 가까운 자유 시간이 생기거든요. 하루종일 침대에서 뒹굴 수도 있고, 넷플릭스 정주행도 하고,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 무한재생할 수도 있고요. 생각해보면 꽤 괜찮은 일상이에요. 나름 적성에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일순 아니 그래서 언제까지 이렇게….? 이게 내가 원하던 인생 맞음…? 하는 생각들이 무한 반복되어요 🫠  그래서 당분간 계획이라든가, 목표라든가, 꿈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조금 멀리해보려고 해요. 일을 하든 안 하든 어느 하나로 내가 규정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지금 멈춰 있더라도 결국 내 방향대로 인생이 흘러갈 거라는 것도 아니까요. 일단은 물 흐르듯 살아볼게요.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변화들을 기록해보려고요. 지금으로서는 딱 그 정도의 계획이에요.

… 이렇게 쓰다 보니 어느새 Curbside 픽업 시간이네요. 오늘 제 선택은 ‘꽉 채운 하루’ 입니다. 그럼 기분 좋게 출발해볼게요!

 

+  행복까지 꽉 채운 오늘 하루, 하이라이트 장면 공유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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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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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의 프로필 이미지

    0
    2 months 전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기분이예요. 장면들이 스쳐지나갑니다.😌

    ㄴ 답글
  • 면의 프로필 이미지

    0
    2 months 전

    커리어에 대한 아쉬움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느끼는 감정인 것 같아요.. 이대로 정년 퇴임이 정녕 내 목표인가? 좀 더 나아가거나 확장할 수 없을까..? 이렇게 욕심내지 않을거면 회사를 왜 다녀야하지? 아쉬움이 끝도 없네요.. 그래서, 현재의 행복과 과정을 즐기는 태도가 더 필요하겠다 생각이 들었는데.. 이 내용은 저도 레터로 써봐야겠네요~! 그래도그래도 여기선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일상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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