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정으로 급하게 이직을 해야 해서, 지난 몇 달 동안 골방에 박혀 취준만 하다가, 최근에서야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이번 화에서는 제 첫번째 '온사이트' 인터뷰 경험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회사마다, 직급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개발자 인터뷰는 크게 '스크리닝(screening)' 이라고 불리우는 단계와, '온사이트(on-site)'라고 불리우는 하루 종일 진행되는 단계로 나뉩니다. 스크리닝 인터뷰에서는 미래의 동료/매니저가 될 사람을 만나 이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직무에 필요한 지식을 묻거나 코딩 문제를 풀기도 합니다. 또는 팀과 무관한 사람과 순수 코딩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제 경험에 비춰보면 특정 팀으로 지원하는 경우에는 전자가 많았고, 팀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지원하는 경우(특히 주니어 개발자)에는 후자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스크리닝 단계를 통과하면 온사이트 인터뷰를 진행 하게 됩니다. 그날은 보통 회사에 초청되어 지원한 팀 사람들과 하루 종일 인터뷰를 하며, 이력서 기반 질문, 코딩, 직무 적합성, 인성 평가 등 다양한 평가가 한 번에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인터뷰 내용이 회사마다 정말 다르고, 같은 회사 안에서도 팀마다 크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저는 이력서 관련 질문을 잔뜩 준비해 갔는데, 갑자기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라이브 코딩을 시키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취준에서 꼭 강조하고 싶은 건, 취업에는 결국 운의 요소가 크다는 겁니다. 물론 실력이 뒷받침되어야겠지만, 그 못지 않게 운이 크게 작용한다고 느꼈습니다. 제 첫 온사이트 경험은 우버 머신러닝 엔지니어 직군에 지원했을 때였는데, 그때도 정말 운 좋게 인터뷰를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전날, 코딩 인터뷰 문제 은행인 리트코드(LeetCode)에서 처음 보는 특이한 문제를 봤는데, 마침 그 문제가 인터뷰에서 그대로 나온 겁니다. 덕분에 꽤 어려운 문제였는데도 술술 풀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직후 연락 온 채용 담당자로부터, "면접관들의 평가가 아주 좋았다.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 만큼, 운이 안 좋을 때도 있는 법. 그렇게 인터뷰를 잘 보고 난 뒤, 우버 채용 담당자는 2주 동안 아무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2주 만에 온 메시지는 이거였습니다.
"요즘 경기 안 좋은 거 알지? 우리 고용 정지 기간 들어가서 널 뽑지 않기로 했어." 당시 코로나 기간 동안 과잉 고용을 했던 수많은 테크 회사들이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회사 전체에서 채용을 중단하는 사례도 많았거든요. 말도 안 되는 운으로 기가 막히게 인터뷰를 보고, 말도 안 되는 불운으로 실력과 무관하게 탈락 해버린 거죠.
지금은 인생사가 그럴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처음 학교에서 나와 취직을 할 때는 참 당황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내가 가고 싶은 팀에 마침 자리가 있는 것도 운이고, 인터뷰에서 우연히 내가 잘 아는 문제가 나오는 것도 운이며, 그 때 경기, 회사 상황, 신분 문제(비자) 같은 요소가 다 맞아떨어지는 것도 운이라는 사실이요.
그래서 혹시 지금 취업 때문에 고생하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너무 낙심하지 않고, 조금만 더 힘내시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1년이 넘는 취준생 기간 동안 셀 수 없이 많이 지원했고, 셀 수 없이 많이 탈락했었는데요. 이 "운빨 게임"에서 결국 할 수 있는 건, 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최대한 다양한 문을 두드려보고,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것 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운의 요소가 너무 큰 싸움이지만, 운의 싸움이라는 건 결국엔 인내심과 꾸준함의 싸움이더라고요.
요즘 또 테크 업계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고 있네요. 다들 무탈하게 잘 지내길 바라며, 오늘도 힘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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