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정으로 급하게 이직을 해야 해서, 지난 몇 달 동안 골방에 박혀 취준만 하다가, 최근에서야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박사 졸업 전 첫 취직부터 이번 이직까지 합치면, 1년도 넘는 시간 동안 취직 준비를 하고 면접을 본 것 같은데요,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의 취준 이야기를 몇 화에 걸쳐 풀어보려고 합니다.
기계 공학과 박사 후 미국 개발자 취직이라는 다소 특수한 사례지만, 현재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최소한 흥미로운 썰이기를.)
박사 졸업 몇 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그때 저는 많은 박사생이 흔히 겪는 진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통은 "학계에 남느냐, 회사 취업이냐" 에서 고민이 시작되고, 후자를 택한 사람들은 "어떤 직군으로 갈 것인가" 라는 고민을 하게 되죠. 아무래도 제일 자연스러운 선택은, 본인의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경우인 것 같습니다. 유체역학을 전공한 사람이 Boeing 연구원으로 간다든지, 암 연구를 하던 사람이 Genentech 연구원으로 간다든지요. 하지만 저에겐 조금 더 복잡한 문제였습니다. 기계과에서 항공유체역학을 전공했는데, 외국인 신분으로서 군수/항공/우주 산업 쪽 취직은 사실상 불가능했거든요.
그렇게 박사 전공과 다른 길을 찾다 보니, 막연히 개발자(SWE) 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S), 두 직군이 저와 잘 맞아 보였습니다. 유체 시뮬레이션을 전공하며 어느 정도 코딩을 했고, 데이터 분석도 꾸준히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엔 고민 끝에 좀 더 코딩 반 데이터 분석 반 일 것 같다는 이유로 DS 직군을 선택했고, 메타에서 3개월 인턴십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꿈에 부풀어 시작했던 빅테크 인턴십. 회사 로고가 달린 모자, 옷 등을 잔뜩 입고 기대가 더 커진 상태로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저는 초반부터 “나와 맞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이 경험은 어디까지나 저 개인의 경험이며, 회사 또는 해당 팀을 대표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단지 그 팀과 저의 합이 잘 맞지 않았던 경험이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턴십이 저와 맞지 않는다고 느꼈던 가장 큰 이유는, 사실 DS 에 대한 제 이해도 부족이었습니다. 저는 막연히 DS 의 주된 업무가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등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목표로 했던 직군은 AI 연구직 혹은 리서치 엔지니어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일을 하는 DS 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에서의 DS 는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넓은 범주의 일을 합니다. 예를 들면, 제가 있던 팀은 ML팀 소속임에도, 비즈니스 전략 기획에 필요한 데이터 분석이 주된 일이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제가 속했던 팀의 DS 는 코딩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코딩 자체를 좋아했던 저는 “아, 나는 SWE 직군이 더 잘 맞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경험 후에 지금까지 SWE 의 길을 걸어오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가능한 꼭 인턴십을 해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회사에서 직접 일을 해보는 경험이, 특정 회사와 직군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에 정말 중요하거든요. 물론 주변 직장인 지인들을 통해 얻는 간접 경험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인턴으로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훨씬 많으니까요. (외부인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보안 등의 이유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고요.)
더 나아가, 인턴십은 정규직 전환 (일명 "리턴 오퍼") 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인턴십 인터뷰가 정규직 인터뷰보다 훨씬 수월할 뿐 아니라, 팀이 잘 맞아 정규직 전환이 된다면 미래를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그려볼 수 있게 됩니다. 보통 미국에서는 졸업 1년 전 쯤 인턴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기에 다음 진로가 정해지면 졸업에 더 편하게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
그때도 지금도, 저는 메타 인턴 경험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의 커리어로 방향을 전환하게 해 준 소중한 계기였으니까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개발자 취준을 시작하게 된 출발점이기도 했고요. 잘 안 맞는 팀과의 경험에서도 배울 게 많다는 점, 그리고 방향성을 명확하게 정하는 게 취준에 큰 도움이 된다는 좋은 교훈을 얻는 시기였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첫 개발자 인터뷰 경험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인턴십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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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dragon56
인사이트 너무 감사드립니다..^^ 지거국 석박중인 국내파 (노력파)의 입장에서는 국내 대기업에서 취업시장을 노리기엔 최종학력과 공학 베이스가 아닌 문제로 한 길만 가기 쉬웠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국립대 전임교원 임용에 한정해서만 사고를 하다가, DS 팀에서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남겨놓은 글을 읽으면서 뻥 뚫리는 포인트가 있네요. 구직(?_ 축하드립니다 :)
단산 LAB
감사합니다. 전공을 살릴 수 있다면 너무 좋지요. 주변 박사님들 보면 회사 이후 학계, 학계 이후 회사, 학계에서 스타트업 등등 다양한 커리어를 본 것 같아요. h_dragon56님도 재미난 커리어 쌓아가시길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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