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 빅테크 취준 이야기: TSMC

박사 학위, 그 너머의 삶

2026.02.07 | 조회 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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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산 LAB

스탠포드 이공계 박사 부부가 보는 세상 이야기

전 미국에서 기계공학, 그것도 항공유체역학을 전공했지만, 첫 직장은 반도체 회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습니다.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제 경험을 공유해봅니다.

이왕이면 박사를 했으니, 그 전공을 딱 살려 취직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저를 포함해 제 주변을 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전공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갑니다. 박사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경험과 능력은 분명 큰 값어치가 있지만, 굉장히 세부적인 분야의 경험을 깊게 쌓기 때문에 그 분야만을 고집하기엔 문이 너무 좁아지거든요. (특히 저의 경우엔, 이전 "메타" 편에서도 언급했었듯 외국인으로서 항공 분야 취직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분야의 취직에 도전하기엔, 직군과 회사를 고르는 것부터가 보통 곤란한 일이 아닙니다.

박사 전공과 딱 맞아떨어지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인접한 분야에서,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내가 원하는 분야/직군'의 교집합을 찾는 것이 결국 핵심입니다.

이번 시리즈 앞에서 언급했던 메타과 우버는 이 교집합에 속하지 않은 경우였습니다. 메타에서는 제가 일에 흥미를 못 느꼈었고, 우버와의 면접은 잘 진행됐지만 돌이켜보면 그마저도 썩 좋은 궁합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실리콘 밸리에 살다보니, 친구들이 많이 가있고 익숙한 회사들에 무턱대고 지원을 했었지만, 사실 저와는 거리가 좀 먼 회사, 제 능력과는 잘 안 맞는 직군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커리어 초반, 사회 초년생 입장에서 이 교집합을 찾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아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고, (분야를 바꿔 처음 취직하는 경우)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또, 어떤 회사의 어떤 팀이 나를 좋아할 지도 알기가 어렵고요. 그래서 저는 보통 같은 연구실/분야 선배 중 학계를 떠난 사람들을 찾아보고, 그분들 혹은 관련 직종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고 말합니다. 물론 개개인의 경험 차이가 있겠지만,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보고 가면 한결 수월하니까요.

제 경우, 처음 회사 취직을 알아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한국 전산유체역학 전공자들은 반도체 업계 (삼성, 하이닉스) 로 많이들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체역학에서 열전달 (냉각) 등의 주제로의 연결이 자연스럽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복잡한 물리적 시뮬레이션을 경험해본 인재가 반도체 업계에서도 필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산업에 중요한 주제로, 전산 물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겐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2023년 여름, 무턱대고 찾아간 반도체 학회.
2023년 여름, 무턱대고 찾아간 반도체 학회.

그래서, 반도체 업계의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학교에 방문한 삼성 연구원과 커피챗을 하고, ASML 직원에게 콜드 메일을 보내 회사에 초대 받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은 생전 처음 접해보는 반도체 분야 학회에서 네트워킹 이벤트가 있다기에, 무턱대고 찾아간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보니 업계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저와 이 분야가 잘 맞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찾은 교집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인맥들과 학회 경험이 이어져 TSMC 연구팀 디렉터와 개인적 친분을 쌓을 수 있었고, TSMC, 삼성, 지멘스, ASML 등 반도체 업계 다양한 회사와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전공 경험을 살려 어느 정도 잘 할 수 있는 분야, 그리고 제 전공 경험을 인정하고 채용하고 싶어하는 회사, 그 교집합을 잘 찾고 나니, 인터뷰도 많이 들어왔고, 더 자신감을 가지고 인터뷰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학교에선 반도체를 아예 공부해본 적 없는 제가, 시놉시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긴 이야기를 요약해보자면, 전공 외에도 다양한 분야를 탐색해보고,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세요. 링크드인, 콜드 메일, 학회 행사 등 방식 상관없이, 비슷한 경험을 가진 선배들과 관심있는 업계의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조언을 구해보세요. 학교를 다닐 때는 전공이 내 전부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세상은 학교에서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넓고, 다양한 커리어가 있으니까요. 

어느새 이번 시리즈도 세번째네요. 다음 편은 시놉시스 편으로, 본격 미국 직장 생활 이야기입니다. 다음 주에 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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