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 실리콘밸리의 이직 문화

팀원들이 동시에 경쟁사로 떠났다

2025.02.10 | 조회 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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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산 LAB

실리콘 밸리 이공계 박사 부부가 보는 세상 이야기

얼마 전, 저희 회사 팀에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2주 전의 어느 평범한 팀 미팅, 예상치 못한 높은 직급의 사람이 참석했습니다. 전례 없는 일에 저를 비롯한 팀원들은 모두 당황했고, 그런 분위기에서 미팅은 시작되었습니다. 그 날의 주요 소식은 팀의 핵심 연구원 세 명이 동시에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세 명 모두 경쟁사로 이직한다는 소식이었죠.

저희는 연구개발(R&D) 팀인데, 떠나는 세 명 모두 연구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특히 그 중 한 명은 20년 넘게 팀을 이끌어 온, 저희가 개발하는 기술의 선구자였기에 인수인계 할 것이 많았고, 또 한 명은 제가 지난 1년 동안 주로 함께 일한 엔지니어였고, 제가 그 분의 빈자리를 채워야하는 상황이라 일이 특히 바빴습니다. 미국에서는 퇴사를 원하면 보통 2주 전에 통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남은 저희 팀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주, 모든 인수인계를 그 안에 끝마쳐야 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반도체 업계는 전반적으로 소수의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이기에, 그 소수의 기업 간에 인재 경쟁이 있고, 엔지니어들이 이 몇몇 기업 내에서 이직하는 일이 흔한 편입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제조 산업, 그러니까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삼성과 TSMC 간의 인재 경쟁이 치열하죠.

경쟁사로 핵심 멤버 셋이 이직하는 건 조금 이례적인 일이긴 하지만, 사실 실리콘밸리에서 이직 자체는 굉장히 흔한 일이긴 합니다. 대체로 3-5년을 주기로 새로운 회사로 옮기며, 이보다 더 짧은 시간 내에 이직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끊임없는 이직을 통해 다양한 배움과 경험을 쌓고, 동시에 연봉 협상을 새롭게 하기도 합니다. 특히 많은 회사가 입사 후 첫 몇 년에 걸쳐서 가장 높은 주식 보상(RSU)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 기간이 끝날 즈음 자연스럽게 이직을 고려하는 경우도 많죠.

물론 사람마다, 혹은 업계마다 차이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빠른 이직과 분야 전환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회사를 떠나는 것도, 업계를 떠나는 것도, 터부시되는 문화는 아닙니다. 기업들도 이러한 상황들을 늘 대비하고 있고, 적절한 인력 조정을 통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할 일을 계속 해나가는 편인 것 같아요.

이번에 이직을 결정한 팀원들은 모든 인수인계를 마치고 저번 주를 끝으로 퇴사했습니다. 제가 걱정했던 것보다 팀 분위기는 냉랭하지 않았고, 떠나는 인원들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인수인계를 해주고 떠났습니다. 이게 흔한 이직과 냉정할 정도로 효율적인 인력 조정에 익숙한 실리콘 밸리의 문화인가, 생각이 드는 경험이었습니다. 함께 일했던 동료가 떠나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업계가 좁다 보니 언젠가 다시 마주칠 거라 생각하니 또 괜찮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이직 경험, 혹은 팀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경험한 적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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