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 OOOOO를 가져야 한다? 로빈후드 이야기

세계은행을 다니는 경제학 교수의 아들, 스탠포드 물리학과 입학, UCLA 수학과 박사 과정 중퇴, 퀀트 연구원 취업, IT 서비스 창업. 방황하는 청년의 커리어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천재 괴짜의 행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IT 서비스 창업은 1번의 피봇 끝에 성공했고, 그것이 바로 “수수료 없는 주식앱”으로 IPO에 성공한 로빈후드입니다. 여러 논란에 휩싸였지만, 그는 ‘두꺼운 피부’를 갖추며, 자신이 생각하는 ‘금융 거래의 민주화’라는 비전을 현실로 바꾸고 있습니다. 오늘은 창업자 블라드 테네브의 Day 0, 2008년으로 돌아갑니다.

1. 커넥팅 닷츠, 결국 모든 점은 연결된다.

로빈후드의 창업자 블라드 테네브(Vlad Tenev)는 1986년 불가리아에서 태어났습니다. 경제학 교수이자 세계은행에서 25년 이상 일해온 부모 밑에서 성장한 테네브는 5살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살게 됩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는 물리학에 관심을 가졌고, 그래서 일반 상대성 이론, 특수 상대성 이론에 관한 책을 읽곤 했죠. 그리고 물리학과 교수가 되고자 스탠포드 대학 물리학과에 진학하게 됩니다.

그리고 1학년 여름 방학, 공동창업자인 바이주 바트(Baiju Bhatt)를 만납니다. 둘은 물리학과에서 소문난 괴짜이자 사교가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을 수 있지만, 이 둘은 금방 친해졌습니다.

두 집안 모두 자신이 어릴적 이민을 온 가정이었고, 두 아버지 모두 학자였습니다. 둘 다 외동아들이었고, 심지어 둘 다 학창시절에는 머리를 길게 기르고 다녔죠. 그렇게 그들은 친해졌고, 졸업을 한 이후에도 계속 교류했습니다.

테네브는 스탠포드를 졸업하고 UCLA 수학과 박사 과정으로 진학합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유학 온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며 생각했죠. “내가 정말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 “아버지가 가난하게 공부하는 과정을 지켜봤는데, 나는 그걸 이겨낼 수 있을까?” 같은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학 방정식만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후, 퀀트 트레이딩을 하는 작은 회사에 취직합니다. 매수-매도 스프레드를 이용하여 초단타 매매로 수익을 거두는 회사였죠. 그 때가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벌어진 한 달 뒤였습니다. 남들은 금융권을 기피하던 그 시기였죠.

그는 바이주와 계속 교류하는 과정에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그 당시의 주식 거래는 여러 개의 컴퓨터에 분산 처리하던 방식이었는데, 이걸 더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었죠. 헤지펀드와 같이 대규모 물량을 사고 파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B2B 트레이딩 소프트웨어’가 그들의 첫 사업 아이템이었습니다.

회사 이름은 크로노스 리서치(Chronos Research)라고 지었죠. 당시에는 이런 초고속 트레이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가 많이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헤지펀드는 이런 시장의 예상보다 제품을 많이 구매하지 않았죠. 결국 그들은 다른 사업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 때 문제의식이 생각납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무료로 수 백만 건의 거래를 처리하는데, 왜 일반 사람들은 주식 거래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일까?” 였죠.

이전의 소프트웨어에서 만든 경험에서 거래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클라우드, 모바일, 통신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지속해서 줄어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죠. 그리고 이러한 추세라면 일반 소비자들도 수수료 없이도 주식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전 회사를 접고, 곧바로 로빈후드라는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2. 빠르게 만드는 MVP 방법론이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로빈후드의 “수수료 없는 주식 거래 앱(No Commission Trading Software)”이라는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드는 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을 씁니다. 로빈후드는 그 당시 유행했던 린스타트업, 최소한의 검증을 위해 빠르게 실행하라는 것을 철저하게 거슬렀죠.

전략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들은 금융업계에 종사했었고, 이전에 초고속 트레이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경험을 통해 이 업계의 규제와 레거시를 잘 정비해야 제대로 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실제로 CFO, CMO와 같은 포지션 대신 CCO(Chief Compliance Officer, 최고준법책임자)를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채용합니다.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팀 빌딩과는 완전 다른 방식의 팀 빌딩이었죠.

우버나 리프트가 처음에 규제 문제로 인해 서비스 종료를 당하고, 2년 이상의 시간을 규제 문제 해결을 위해 쓴 것과는 반대의 행보였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최대한 규제와 업계의 레거시를 최대한 잘 파악하고, 대비했습니다. 그 결과 앱 출시 이후 초기에 서비스 강제 종료나 큰 규제 문제 없이 앱을 성장시킬 수 있었죠.

기술적인 문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주식 수수료를 무료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양의 거래를 하는데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버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면서도, 주식 거래 앱이기 때문에 안정성을 갖출 필요가 있었죠.

이 모든 것을 준비하기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을 썼습니다. 그들에게 이 기간은 투자금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주식 거래를 무료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죠. 결국 2015년 앱을 출시한 이후에는 꾸준한 성장을 하게 됩니다.

3. 가장 어려운 문제는 고객이 좋아하느냐. 

로빈후드의 수수료 없는 주식 거래앱은 어떻게 돈을 벌지? 라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처리하기만 해도 많은 인건비, 서버비, 개발비 등이 들어가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블라드는 돈 벌 걱정은 전혀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인스타그램과 로빈후드가 별 반 다를 게 없다고 느꼈던 것이죠. 오히려 그의 걱정은 “고객들이 과연 이 제품”을 좋아할 것이냐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로빈후드의 가장 큰 수익원은 PFOF(Payment For Order Flow) 입니다. 쉽게 말해 기관 투자자들에게 개인의 거래 정보를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입니다. 기관 투자자 중 초단타 매매를 하거나, 시장 흐름을 분석하는 퀀트들이 이 데이터를 매우 큰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제품은 바뀌었지만, 자신들이 원래의 타겟 고객에게 자신들의 제품을 팔게 되는 것이죠.

다른 수익 모델도 있습니다. 로빈후드 골드라는 월 구독형 유료 멤버십이 바로 그것이죠. 골드 회원이 되면 여러가지 혜택이 부여됩니다. 옵션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주거나, 수수료 없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과 같이 차별화된 혜택을 주는 것이죠. 이외에도 이자 수익도 있습니다. 거래 예치금을 통한 이자 수익도 그들의 수익원이 될 수 있습니다. 수 백 만명 이상이 쓰는 앱을 만들었고, 결국 자신들의 생각과 같이 수익을 만드는 것에 성공합니다.

4.창업을 했다면, 피부가 두꺼워야 한다.

로빈후드가 아무 우여곡절없이 성장한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투자를 받지 못해 힘들었고, 첫 앱 출시 당시에는 주식 시장 거래에 필요한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앱의 출시일을 미루는 경험도 했습니다. 서비스와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많은 구설수와 논란에 올랐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팔고 환불 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닌, 금융 인프라를 만드는 산업이기에 당연히 따르는 결과였죠.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는 앱의 오류와 고객센터를 운영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한 자살 사건입니다. 자신의 앱을 이용하던 한 20대 청년이 옵션 상품에 표기된 손실액을 비관하고 자살한 것이죠. 하지만 앱의 오류로 인해 실제 손실액이 아니었기에 로빈후드와 블라드는 많은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그 유명한 게임스탑(Gamestop) 사태의 중심에도 로빈후드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개인투자자들과 기관투자자들의 싸움으로도 유명했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로빈후드는 자신의 앱 내에서 게임스탑 종목의 거래를 정지시킵니다. 너무나도 많은 거래량으로 인해 주식 거래소가 막대한 보증금을 요구했지만 그것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로빈후드의 설명이었죠. 하지만 이로 인해 로빈후드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클럽하우스에서 블라드에게 해명하라며 요구하기도 했죠.

그는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냐는 질문에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의 말을 인용합니다. “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두꺼운 피부를 가져야 한다.”고 말이죠.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철판을 깔라는 말처럼 들리지만, 그보다는 비판이나 모욕에 쉽게 동요하지 말고, 둔감해지란 의미에 가까워 보입니다.

자신은 주식시장의 거래 수수료를 없앤다는 미션, 나아가 금융의 민주화라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는 당연한 비난과 비판이 따라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데 당연히 감수 해야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죠.

💬 ”전례 없는 성장이었어요.” - 블라드 테네브

뉴스레터에 소개되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전문을 읽고 난 후, 아래 질문에 고민해보시면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거예요.

❓ 나는 돈을 버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우선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가?

❓ 나는 두꺼운 피부를 가진 사람인가? 문제가 터졌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왜 출시 전 CCO(Chief Compliance Officer, 최고준법책임자)를 채용했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 매주 목요일, 가만히 있어도 유니콘 창업자들의 인사이트가 내 메일함으로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