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소녀 막내가 Billboard·NME·Forbes에 실린 날
지난해 9월, 케이팝 씬에서 조용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우주소녀라는 걸그룹을 아시나요? 모르셔도 괜찮습니다. 사실 이 글의 주인공은 그 그룹의 막내, 다영입니다. 데뷔 9년 차, 그룹 내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멤버. 솔로 활동을 하고 싶다고 소속사에 말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시장이 쟁쟁하니 쉽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사실상 만류였죠. 그런데 2025년 9월, 그녀가 솔로 데뷔곡 'body'를 발표했을 때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국내 음원차트 최고 9위, 음악방송 1위. 그리고 해외에서는 Billboard, Teen Vogue '2025 베스트 K팝' 선정, NME와 Forbes의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케이팝 그룹의 주목받지 못하던 막내가, 소속사의 만류를 뚫고, 솔로 데뷔 첫 작품으로 글로벌 미디어에 실렸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인터뷰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음악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런데 인터뷰를 보다가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멈췄습니다. 장르만 다를 뿐, 이건 제가 1인 개발에서 매일 고민하는 것들과 완전히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오늘은 다영의 'body'가 글로벌 레벨에서 주목받은 이유를 파헤치고, 그 안에서 1인 개발자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4가지 전략을 뽑아보겠습니다.
전략 ①: 처음부터 글로벌을 겨냥하라

다영은 처음부터 팝스타가 꿈이었습니다.
케이팝 걸그룹으로 데뷔했지만, 그녀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음악은 따로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팝 음악을 좋아했고, 그 장르 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고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래서 소속사 고위 임원들에게는 "제주도에 쉬러 간다"고 말하고, 몰래 LA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에릭 남의 도움으로 현지 작곡가들을 연결받아, 영어로 직접 소통하며 곡을 만들었습니다.
결과물은 완전한 팝이었습니다. 전략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서라기보다는, 하고 싶었던 음악 장르 자체가 팝이었기 때문에 결과물이 자연스럽게 글로벌 스탠다드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LA에서 현지 작곡가들과 함께 만든 곡이니까요. 그 결과 국내 음원차트에서도 반응이 왔고, Billboard·Teen Vogue·NME·Forbes 같은 해외 미디어도 동시에 주목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했더니, 결과물이 글로벌 레벨로 나온 것입니다.
1인 개발자에게 이 전략은 어떻게 적용될까요?
많은 개발자들이 이런 순서로 생각합니다. "한국 시장에서 먼저 검증하고, 잘 되면 해외로 넓히자." 얼핏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글로벌을 타겟으로 만들면, 시장의 규모 자체가 달라집니다. 한국 시장의 인구는 약 5,000만 명. 영어권 시장만 해도 15억 명이 넘습니다. 같은 노력으로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의 크기가 30배 이상 차이 납니다. 앱 하나를 만들어 월 100명의 유료 유저를 확보했을 때, 그 100명이 한국인인지 글로벌 유저인지에 따라 ARPU(유저당 평균 수익)도 크게 달라집니다. 해외 유저는 SaaS나 앱 구독에 훨씬 익숙하고, 지불 의사도 높습니다.
물론 글로벌 시장은 어렵습니다. 언어 장벽도 있고, 문화적 맥락도 달라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남는 것이 많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품을 선보이고, 더 다양한 피드백을 받는 경험은 한국 시장에서만 움직였다면 절대 얻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설령 글로벌 시장에서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쌓이는 Product Hunt 론칭 경험, 영어 유저 피드백, 해외 커뮤니티 반응은 다음 제품을 만들 때 압도적인 자산이 됩니다. 성장 속도 자체가 달라지는 겁니다.
다영이 팝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로벌 스탠다드의 결과물이 나왔듯, 1인 개발자도 처음 설계 단계부터 "이 제품의 유저는 글로벌"이라고 상정하는 것만으로 제품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나중에 글로벌로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 시장을 위해 만드는 것입니다.
전략 ②: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몰입하라

다영은 'body'를 준비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소속사의 만류 속에서 3년을 준비했고, 몰래 LA까지 건너가 만든 앨범이었습니다. 그녀가 한 행동들을 보면 놀랍습니다. 데뷔 9년 차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보컬 트레이닝을 연습생 때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받았습니다. 새벽 1시에 레슨을 마치고 돌아와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영어 공부를 했습니다. 같은 숙소를 쓰던 멤버들이 "징하다"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단순히 유명해지고 싶어서, 성공하고 싶어서였다면 이런 행보가 가능했을까요? 회사 몰래 LA까지 건너가는 것, 이미 경력이 충분한 아이돌이 연습생 훈련을 처음부터 다시 받는 것 — 이런 파격적인 선택은 외적인 동기만으로는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사람은 결과에 대한 욕망만으로 오래 움직일 수 없습니다. 다영이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었던 건 간절함 때문이었고, 그 간절함은 철저히 내부에서 나왔습니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무 간절했기 때문"이라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만든다는 그 행위 자체가 너무 간절했던 것입니다.
1인 개발자에게 이 전략은 어떻게 적용될까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솔직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무엇인가요? "이거 성공할까?", "수익화가 될까?", "반응이 없으면 어쩌지?" 물론 수익화는 중요합니다. 이걸 생각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결과 중심으로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마음이 꺾이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만들다 보면 "이게 수익화가 될까?"라는 불안이 밀려오고, 힘들게 런칭했더니 기대만큼 반응이 나오지 않아 좌절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냥 포기하게 됩니다. 수많은 사이드 프로젝트가 중간에 사라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겁니다. "내가 어떤 문제를 얼마나 해결하고 싶은가?" 예를 들어 러닝 앱을 만든다고 해봅시다. "나는 러닝할 때 목표 세팅하는 게 너무 귀찮고 불편해. 그냥 말 한마디만 하면 AI가 알아서 러닝 기록 세팅하고 음성으로 코스까지 안내해주면 좋겠어. 나라도 돈 내고 쓰겠어." 이런 간절함으로 만드는 겁니다. 이렇게 시작하면 반응이 없어도 내가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 자체에 집중하게 됩니다. 결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만드는 과정에서 충만한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진짜 간절하게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만들면,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갈고 닦게 됩니다. 그 밀도는 결과물에 고스란히 담깁니다. 유저는 생각보다 정확하게 그 밀도를 느낍니다. 다영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했을 때 글로벌이 반응했듯, 진짜 간절함으로 만든 제품은 결과도 잘 나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전략 ③: 기능보다 스토리텔링이 사람을 움직인다

'body'가 바이럴된 데는 곡의 완성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다영의 스토리텔링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케이팝 솔로 데뷔는 흔한 일입니다. 그룹 활동을 하다가 솔로를 내는 멤버들은 매년 있습니다. 그런데 다영의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소속사가 솔로 데뷔를 만류했고, 그 와중에 3년을 혼자 준비했습니다. 회사 임원들에게는 제주도에 쉬러 간다고 하고 몰래 LA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현지 작곡가들을 직접 섭외해 곡을 만들고, 완성된 결과물을 들고 소속사로 돌아왔더니 "너무 잘 준비해서 할 말이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데뷔 9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무대에 섰습니다.
이 스토리는 한국인이 특히 좋아하는 구조입니다. 역경, 간절함, 반전. 동시에 해외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자신의 힘으로 기회를 만들어낸 사람의 이야기는 국적과 문화를 초월합니다. 곡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전에, 이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에 대한 스토리가 먼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다영은 이 스토리를 단순히 인터뷰에서 털어놓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앨범을 만드는 과정 전체를 콘텐츠화했습니다. 연습 장면, 메이킹 필름, 티저, 비하인드 — 준비 과정의 모든 순간이 콘텐츠가 됐습니다. 사람들은 결과물인 'body'를 듣기 전부터 이미 다영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앨범이 나오는 순간, 그 결과물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3년이라는 스토리의 마침표였습니다.
1인 개발자에게 이 전략은 어떻게 적용될까요?
지금은 단순히 기능만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제품은 넘쳐납니다. 유저가 처음 제품을 선택하는 순간, 그 선택에는 기능 스펙 비교뿐만 아니라 "이 제품을 왜 만들었는가"에 대한 인상이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그 인상은 대부분 스토리텔링에서 옵니다.
많은 분들이 Building in Public을 "기능 개발했습니다", "오늘 배포했습니다" 같은 업데이트 공유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진짜 Building in Public은 다릅니다. 내가 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어떤 철학으로 이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지 — 이 모든 것이 스토리텔링으로 담겨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다영이 단순히 "앨범 준비 중입니다"가 아니라, 3년의 과정과 LA행 비하인드를 통째로 콘텐츠로 만들었던 것처럼요.
구체적으로는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지금 만들려는 제품이 해결하는 문제를 X(트위터)나 LinkedIn에 콘텐츠로 올려보세요. "나는 이런 문제가 너무 불편하다.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공유하는 겁니다. 그리고 왜 이 제품을 만들게 됐는지, 어떤 철학을 담고 싶은지, 만들면서 느끼는 것들을 꾸준히 콘텐츠로 쌓아가세요.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반응하는지를 살펴보세요. 그 반응이 곧 시장 검증이고, 공감한 사람들이 제품이 나왔을 때 첫 번째 유저가 됩니다.
프로덕트와 스토리텔링은 이제 별개가 아닙니다. 제품을 만드는 것과 그 이유를 이야기하는 것을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세요.
전략 ④: 바이럴은 기본기 위에서만 터진다

다영이 LA에서 곡을 만들고 돌아왔을 때, 소속사가 한 말이 있습니다. "너무 잘 준비해서 할 말이 없다."
3년이라는 준비 기간 동안 다영이 한 일들을 보면 그 말이 납득됩니다. 보컬 트레이닝을 연습생 때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받았고, 포기했던 R&B 창법을 10여 년 만에 다시 찾아 나섰습니다. 새벽 1시에 레슨을 마치고 돌아와 새벽 5시에 일어나 영어 공부를 했습니다. 앨범 제작 전 과정에도 직접 손을 댔습니다. 작사, 작곡, 콘셉트 기획, 스타일링 방향까지 — 손닿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콘셉트를 100% 소화하기 위해 무려 12kg을 감량했습니다. 우주소녀 시절의 밝고 귀여운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자신이 원하는 '핫걸' 콘셉트를 몸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 변화 자체가 바이럴의 큰 몫을 했습니다.
무대 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강도 높은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끝까지 라이브를 고수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고집이 아닙니다. 본인만의 아티스트 철학에서 나오는 선택이었고,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여론은 하나같이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격렬한 춤 동작을 소화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보컬, 스타일과 콘셉트까지 어울리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이건 운이 아닙니다. 꾸준한 노력 없이는 절대 나오지 않는 결과입니다. 서사가 아무리 좋아도, 스토리텔링이 아무리 잘 됐어도, 무대 위의 기본기가 받쳐주지 않았다면 Forbes도 NME도 없었습니다. 바이럴은 기본기 위에서만 터집니다. 기본기 없는 바이럴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습니다.
1인 개발자에게 이 전략은 어떻게 적용될까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고, 글로벌을 겨냥해야 하고, 과정에 몰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칫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럼 제품은 어느 정도만 만들고, 마케팅과 스토리텔링에 더 집중하면 되겠네." 하지만 이 순서는 틀렸습니다. 스토리텔링은 좋은 제품을 더 멀리 퍼뜨리는 도구입니다. 좋지 않은 제품을 좋아 보이게 만드는 도구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1인 개발에서 기본기란 무엇일까요? 화려한 기술 스택이 아닙니다. 일단 많이 만들어봐야 합니다. 만드는 경험이 쌓여야 판단력이 생기고, 다음 제품이 나아집니다. 사용자에게 욕먹지 않을 기본 사용성과 안정성도 갖춰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자꾸 튕기고 느린 앱은 첫날 삭제됩니다. 단순히 코드를 짜는 것을 넘어, 기획적 사고로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도 끊임없이 검증해야 합니다. 내가 만든 기능이 실제로 유저의 불편을 줄이는지, 핵심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는지를 계속 물어야 합니다. 마케팅도 미리 고민해야 합니다. 퍼널은 어떻게 설계할지, 어떤 콘텐츠가 바이럴을 만들지 — 이건 런칭 후에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커뮤니티를 꾸준히 돌아다니며 직접 손품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Reddit, Product Hunt, 각종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유저를 직접 만나는 경험이 쌓여야 시장을 읽는 감각이 생깁니다.
이것들은 런칭 직전에 갑자기 챙길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다영이 3년 동안 매일 쌓아온 것들이 무대 위에서 한꺼번에 빛났듯, 이 기본기들도 제품을 만드는 내내 꾸준히 쌓아온 것들이 론칭 순간에 터집니다. 바이럴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옵니다.
막내도 글로벌을 뚫었다, 당신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다영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처음부터 글로벌 스탠다드를 겨냥했고,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에 간절하게 몰입했습니다. 제품(곡)만 잘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3년의 스토리텔링을 함께 설계했으며, 그 모든 것의 바탕에는 타협하지 않은 기본기가 있었습니다. 소속사의 만류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9년이라는 시간도,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다는 두려움도 — 이 네 가지가 갖춰졌을 때 아무것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1인 개발도 다르지 않습니다. 글로벌을 처음부터 타겟으로 설계하고, 수익화 불안보다 문제 해결의 간절함으로 만들고, 제품과 스토리텔링을 함께 준비하고, 런칭 전날이 아니라 매일 기본기를 쌓는 것. 이 네 가지가 맞물릴 때 바이럴은 운이 아닌 필연에 가까워집니다.
3년을 준비한 막내가 글로벌을 뚫었습니다. 지금 당신이 매일 쌓고 있는 것들이, 언젠가 당신만의 'body'가 될 겁니다. 다영이 그러했듯, 이번엔 당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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