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pitel Brief 2.

"생애의 접힌 모서리가 절박하게 닮은 사람들"의 연대 — 조해진『단순한 진심』

2025.11.13 | 조회 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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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Kapitel Letter

책 한 권에서 시작되는 삶의 대화

Liebe Buchclub-Mitglieder*innen,

 

함부르크에서 조해진 작가의 『단순한 진심』을 주제로 두 번째 모임을 준비하게 되어 기쁩니다. 

『단순한 진심』은 사랑과 연대를 통한 구원에 대해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우리가 모임에서 다룰 깊은 이야기들을 기대하며, 이번 글에서는 작가님의 철학과 주요 인용구를 미리 짚어보려 합니다. 책을 읽는 독자님들께 이 글이 나나의 여정을 따라가는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1. 부채를 갚는 글 쓰기

조해진 작가의 글쓰기는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깊은 관찰과 연민에서 출발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글쓰기를 "세상에 빚을 갚는 행위"라고 종종 말합니다. 작가의 시선은 언제나 사회의 가장자리, 즉 북한 이탈 주민, 이주민, 그리고 해외 입양인 등 소외되거나 상실된 이들의 삶을 향합니다. 소설은 그녀에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타인의 고통 앞에서 침묵하지 않기 위한 단단한 증언의 언어입니다. 이는 거대한 서사 속에서 지워진 개인의 고통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윤리적 책임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2. 경계를 넘어선 연대와 치유

작가는 꾸준히 '문화의 교차와 습합'을 천착해 왔습니다. 벨기에로 간 탈북인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 『로기완을 만났다』(2011), 수록작 대부분이 외국을 배경으로 했던 소설집 『빛의 호위』(2017) 등에서 볼 수 있듯, 그녀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선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첨부 이미지

그녀의 문학은 상처 입은 이들의 "부서지고 버려진 인생의 파편"을 모아 하나의 아름다운 모자이크로 만들어내는 작업이며, 그 목적은 이들의 상처가 다음 세대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단순한 진심』에 대해 작가는 “입양아 대부분이 미혼모의 자녀들이었고,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한국에선 유독 가혹했던 것 같다”고 언급하며, 이 작품을 통해 "타인으로부터 보호받는 한순간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작가는 "소설에는 이해와 증언의 역할도 있다"고 믿으며, 인물들이 서로의 "생애의 접힌 모서리가 절박하게 닮은 사람들"임을 깨닫고 연대하도록 이끕니다.

 


 

🏠3. ‘이름’의 무게: 정체성이 거주하는 집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헤어진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깨닫고 한국행을 결심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태아에게 '우주'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기원이 조금이라도 확실해진다면 더 떳떳하게 우주를 환대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습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모성과 아이 (Mother and Child)》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모성과 아이 (Mother and Child)》

주인공 문주, 박에스더, 그리고 나나. 그녀는 세 이름과 함께 세 인생을 살았습니다. 작가는 "이름은 집이니까요"라고 말하며, 이름이 우리의 정체성과 존재감이 거주하는 가장 근원적인 공간임을 강조합니다. 이름을 부르는 것은 인간이 타인을 껴안는 첫 번째 방법이며, 사라진 존재를 기억하는 예의라고 믿는 작가의 시선이 나나의 여러 이름에 담겨있습니다. 우리가 나나의 여러 이름을 따라간다는 것은, 그녀의 소속감 혼란과 복잡한 내면의 집들을 방문하는 일과 같습니다.

 

소설은 나나가 '정체성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믿는 자신의 이름, '문주'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이름 모를 아이에서 나나로 이름이 바뀌어 온 그녀의 오디세이는 과거의 흔적을 밟으며 자신의 뿌리를 확신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을 보여줍니다. 과연 나나는 자신의 기원을 확인하고 '우주'를 환대할 수 있을까요?

 


 

🤝4. 타인의 보호자가 되는 것


"나는 암흑에서 왔다. 
시간이 흘러가지 않는, 영원이란 무형의 테두리에 갇힌 암흑이 나의 근원인 셈이다"

소설은 나나의 강렬한 독백으로 시작합니다. 이 절절한 고백은 단순히 입양인의 서사를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근원적인 고독과 소속감의 문제를 건드립니다. 

 

그러나 나나의 여정은 이태원에서 '복희식당'을 운영하는 연희 할머니를 만나면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습니다. 조해진 작가가 말하는 '단순한 진심'은 바로 이 고립된 '자기 연민의 굴'에서 벗어나 타인에게 시선을 돌리는 행위입니다. 이 소설은 차별과 상처에 시달린 인물들이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 '하나의 생명을 외면하지 않고 자기 삶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실천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여성 인물들은 상처를 극복하고 단단한 삶의 토대를 일궈나가는 강인한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붉은 조화(The Dessert: Harmony in Red)》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붉은 조화(The Dessert: Harmony in Red)》

 

📘 5. 『단순한 진심』을 함께 읽으며

이번에 우리가 함께 읽는 『단순한 진심』은 상실과 고독을 겪는 이들이 어떻게 서로의 곁을 내어주며 치유에 이르는지를 보여줍니다. 등장인물들은 혈연이나 국적이 아닌 "얼굴의 일부가 아니라 생애의 접힌 모서리가 절박하게 닮은 사람들"로서 서로의 아픔을 껴안습니다. 작품을 통해 우리가 타인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받아들이는 '가장 단순한' 행동이 얼마나 따뜻한 온도를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강력한 구원이 될 수 있는지 묻는, 부드럽지만 단단한 위로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

 

함부르크에서 여러분과 주고받을 위로의 언어들이 기대됩니다.

 

곧 모임에서 뵙겠습니다.

북클럽 호스트 릴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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