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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의 겨울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12월 17일, 에듀테크 업계의 두 리더 코세라(Coursera)와 유데미(Udemy)가 합병을 발표했습니다. 합병 후 기업 가치는 25억 달러. 얼핏 보면 거대한 연합처럼 보이지만 두 회사가 팬데믹 시절 각각 누렸던 전성기의 가치보다도 훨씬 낮은 금액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합병은 넷플릭스와 워너브라더스의 딜 같이 승자의 여유로운 확장이 아니라, AI라는 거대한 해일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의 몸을 묶은 처절한 생존 전략입니다. 또 다른 에듀테크 기업 체그(Chegg)가 주가 99% 폭락이라는 파멸적 결말을 보여준 상황에서, 이 합병은 '규모의 경제'와 '기업 시장(B2B)'이라는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하려는 시도인 셈이죠.
과연 정보 자체가 무료가 된 AI 시대에, 지식을 팔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형태로 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99% 증발
AI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나 빠르고 잔인하게 해체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체그(Chegg)의 사례를 뜯어봐야 합니다. 2021년 2월 시가총액 140억 달러를 자랑하던 이 숙제 도우미 플랫폼은 2025년 말 1억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주주 가치를 증발시킨 AI발 기업 붕괴의 교과서가 된 겁니다.
몰락의 메커니즘은 단순하고도 치명적이었습니다. 체그의 핵심 자산은 7만 명의 프리랜서가 작성한 4,600만 개의 숙제 정답 데이터베이스였죠. 하지만 GPT는 이 모든 것을 공짜로, 심지어 새로운 문제까지 실시간으로 풀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월 15.95달러를 내던 학생들에게 무료 대체재가 생긴 것이고, 그 결과 트래픽은 전년 대비 49% 급감했습니다.
CEO 댄 로젠스웨이그(Dan Rosensweig)는 "AI에게 공개 시장에서 엉덩이를 걷어차인 대표 사례가 되었다"고 자조했습니다. 뒤늦게 오픈AI와 손잡고 체그메이트를 내놓는 등 방향 전환을 시도했지만, 학생들은 이미 떠난 뒤였죠. 직원의 45%를 해고하고, 이제는 자신들의 데이터를 AI 기업에 라이선싱하며 연명하는 상황입니다. 자신을 파괴한 기술과 협력하면서 생존을 유지하는 잔혹한 역설에 빠진 셈입니다.

이런 아포칼립스 속에서 코세라와 유데미의 합병은 성장을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규모만이 살길이라는 계획된 도박에 가깝습니다.
이번 전액 주식 교환 거래는 유데미의 지분 가치를 약 9억 3천만 달러로 평가했는데, 이건 30일 평균 종가에 26%의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입니다. 합병 법인은 연 매출 15억 달러 규모로 재탄생하고, 연간 1억 1,500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죠.
전략적 계산은 확실합니다. 코세라는 1억 9천만 명의 학습자와 375개 대학 파트너십을 통한 '학위'에 강점이 있고, 유데미는 8만 5천 명의 강사가 만드는 빠르고 다양한 '스킬 콘텐츠'와 1만 7천 개 기업 고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덩치를 키우는 동시에, 중복 비용을 잘라내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입니다. 유데미 주가는 발표 당일 21.7% 뛰었지만, 코세라는 3.6% 상승에 그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여전히 매도 의견을 유지하며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코세라 플랫폼이 어떤 역할을 할지 불확실하다"고 꼬집었죠. 두 회사 모두 IPO 고점 대비 80% 이상 폭락한 상태에서 만난 패자들의 연합이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겁니다.

체그, 코세라, 유데미 세 회사가 고점 대비 날려버린 주주 가치는 총 230억 달러에 달합니다. 2021년 194억 달러였던 글로벌 에듀테크 펀딩 규모는 2025년 27억 7천만 달러로 쪼그라들었죠.
시장의 셈법은 단순합니다. "학습의 미래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아니라, 범용 AI에 있다"는 겁니다.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가 이미 최고의 선생님이 되었는데, 굳이 별도의 교육 앱에 돈을 댈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에듀테크 전문 VC인 오울 벤처스(Owl Ventures)조차 결과 기반 계약을 강조하며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비전이 아니라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와 현금 흐름만을 요구하고 있는 셈입니다.
B2B
그럼 이 성과를 어떻게 만들어내야하는 걸까요?
살아남은 플랫폼들의 생존 전략은 B2C(개인) 시장을 버리고 B2B(기업) 시장으로 도피하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개인 사용자는 GPT만으로 충분할지 몰라도, 기업은 사정이 다릅니다. 기업은 직원의 학습을 추적하고, 검증하고, 인증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게 바로 AI 챗봇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구조적 해자인 셈입니다.
맥킨지에 따르면(2023년 자료) 2030년까지 전 세계 노동자의 60%가 재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AI 때문에 직무가 바뀌니, 역설적으로 AI 사용법을 가르치는 기업 교육 예산은 폭증하고 있는 겁니다. 유데미의 경우 2024년 소비자 부문 매출은 5% 감소했지만, 기업 부문은 18% 성장했습니다. 합병 법인이 기업 매출 비중을 7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생존 전략인 것이죠.

왜일까요? 일단 1) 기업 HR 시스템과 연동된 학습 플랫폼은 쉽게 교체하기 어려운 전환 비용 문제가 있고, 2) GPT는 지식을 줄 수 있지만, 인사팀이 인정하는 수료증을 수여할 수는 없죠.(아직까지는) 게다가 3) 기업별 컴플라이언스 교육과 성과 추적은 AI 챗봇이 대체하기 힘든 영역이긴 합니다(아직까지는)
10대가 떠난 자리
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뼈아픈 현실은 미래의 고객인 학생들이 이미 떠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퓨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10대의 26%가 숙제에 GPT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1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수치입니다. 칸 아카데미가 내놓은 무료 AI 튜터 칸미고(Khanmigo)는 6개월 만에 20만 명의 학생을 모으며 상용 플랫폼들을 위협하고 있죠.
이 상황에서 플랫폼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학습 동반자로 통합하는 것입니다. 코세라의 AI 튜터 코치(Coach)는 240만 명의 학습자와 상호작용하며 퀴즈 통과율을 9.5% 높였고, 유데미는 지능형 스킬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학습 지원을 제공합니다.
칸 아카데미의 대표 살 칸(Sal Khan)의 통찰처럼, AI는 교육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되어야 합니다. 마치 인터넷처럼요. 이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강의를 보유했는가"가 아니라, "이 AI 인프라 위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길러내고, 롤플레잉 등을 통해 실질적인 스킬을 체득하게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겁니다. 단순한 정보 전달자에서 학습 경험의 설계자로 정체성을 바꿔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죠.

에듀테크 산업은 아직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팬데믹 시절의 호황을 누리던 그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가 되어야할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체그처럼 정보의 차익을 팔던 모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코세라-유데미의 접근처럼 신뢰와 인증, 그리고 통합을 파는 모델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25억 달러라는 합병 가치는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거품이 걷힌 자리에서 진짜 비즈니스가 시작됨을 알리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살아남는 기업은 AI와 정면으로 경쟁하는 자가 아니라, AI를 도구 삼아 기업의 인사팀(HR) 깊숙이 파고들어 기업들의 스킬 적합성을 관리해 주는 파트너가 될 겁니다.
코세라와 유데미가 바라보는 교육 비즈니스의 방향성은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배움을 인증하고 보증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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