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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그리고 오픈소스 전략

2026.05.18 | 조회 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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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nce

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빌 걸리(Bill Gurley)는 제가 제일 존경하는 투자자 중 한명입니다. 벤치마크 캐피탈의 전설적인 파트너였고, 우버 이사회에서의 역할로도 유명한데요(조셉고든레빗이 나오는 우버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슈퍼펌프드에 주요 인물로 표현되기도 했습니다). 빌 걸리가 최근에 서브스택을 시작했는데, 첫 글의 주제가 남다릅니다. 오픈소스가 그저 개발 방법론인게 아니라, 기업 전략의 무기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99년에 오픈소스에 대해 썼던 글도 있습니다)

제목은 From Open Source Software to Open Source Strategy(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서 오픈소스 전략으로)입니다. 7,000단어가 넘는 긴 글인데, 읽고 나면 기술 산업의 권력 구조를 보는 프레임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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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전략이란

걸리가 말하는 오픈소스 전략은 그냥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공개하는 건 아닙니다. 강한 경쟁자를 약화시키거나, 특정 공급자의 가격 결정력을 없애거나, 업계 전체를 하나의 비독점 표준 위에 정렬시키기 위해 오픈소스를 의도적으로 무기로 쓰는 겁니다. 대부분 공격보다는 방어 목적입니다. 상대를 꼭 이길 필요는 없고, 상대가 나를 잡아먹지 못하게 만들면 되거든요.

걸리는 이 전략의 사례를 여섯 개 꼽습니다. 하나씩 보면 패턴이 보이는데요.

첫번째 사례를 보죠. 안드로이드(2007). 2008년에 아이폰이 폭발하면서 통신사, 핸드셋 제조사, 부품 업체 전부 한 가지를 걱정했습니다. 애플이 모바일의 윈텔(Windows+Intel) 독점이 되면 어쩌나. 구글은 이 공포를 이용해서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를 만들었고, "개방적이니까 믿어도 된다"는 논리로 업계를 규합했죠. 지금 안드로이드는 글로벌 핸드셋 OS 점유율 73%, 약 39억 대의 기기에서 돌아갑니다. 그런데 걸리가 지적하는 핵심은 이겁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풀어놓고, 나중에 검색, 지도, 유튜브, 플레이스토어 같은 자사 서비스를 안드로이드에 묶어서 사실상 통제권을 되찾았습니다.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에 리눅스 재단 같은 중립적 심판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또 다른 사례로는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OCP, 2011)를 들었습니다. 메타가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설계를 오픈소스로 공개해서, 전통적인 서버 벤더(델, HPE 등)의 가격 결정력을 없앤 사례입니다. 메타의 2026년 자본 지출이 1,150억~1,350억 달러인데, OCP가 없었으면 훨씬 더 비쌌을 겁니다. 리눅스 재단 산하에 중립적 거버넌스를 뒀기 때문에 구글처럼 한 회사가 되찾아갈 수 없는 구조이죠.

셋째로 쿠버네티스(2014)가 있습니다. 클라우드 쪽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익숙할겁니다. AWS가 클라우드 시장을 독주하던 시절, 구글이 내부 시스템 보그(Borg)를 기반으로 쿠버네티스를 오픈소스로 풀었습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컴퓨팅 재단(CNCF)에 기부했고, 결과적으로 82%의 조직이 쿠버네티스를 쓰게 됐습니다. AWS조차 고객 요구 때문에 쿠버네티스를 지원해야 했구요.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애플을, 쿠버네티스로 아마존을 약화시킨 겁니다. 같은 플레이북을 두 번 성공시킨 거죠.

넷째와 다섯째는 통신(LF Networking, 2017)과 반도체(RISC-V, 2010)였습니다. 통신사들이 시스코의 60% 이상 매출총이익률에 대항해 오픈소스 네트워킹을 밀었고, RISC-V는 ARM의 라이선스 비용에 대한 오픈소스 대안으로 급부상했습니다. RISC-V 인터내셔널의 회원이 70개국 4,600개 조직이고, 누적 출하 코어가 약 200억 개에 달합니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응해 RISC-V를 국가 전략으로 채택했었구요. 걸리의 표현이 재밌는데요.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제재 방지(sanction-proof)"가 된다는 거죠.

그리고 오버쳐 맵스(2022)가 있습니다. AWS,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톰톰이 리눅스 재단 아래에서 구글 지도의 독점적 지리 데이터를 상품화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메타는 이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기본 지도를 오버쳐로 바꿨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빙 맵스에, 우버도 쓰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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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사례를 놓고 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한 회사가 핵심 레이어를 독점하면, 나머지 회사들이 중립 재단 아래에서 오픈소스 대안을 만들어 그 레이어를 상품화합니다. 성공하면 독점자의 가격 결정력이 사라지고, 나머지 모든 참여자가 이익을 얻죠.

걸리는 이걸 마이클 포터의 다섯 가지 힘(Five Forces) 중 '공급자의 협상력'을 제거하는 행위로 설명합니다. AWS가 된 건 아마존이 천재여서가 아니라, 오픈소스가 컴퓨팅 스택 전체를 상품화해서 어떤 IP 소유자도 아마존을 인질로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자율주행, AI

걸리가 이렇게 과거 사례를 정리한 건 현재 진행 중인 두 섹터를 분석하기 위해서입니다. 바로 자율주행과 AI.

자율주행 쪽 논지는 이렇습니다. 웨이모와 테슬라라는 두 개의 폐쇄형 스택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데, 이건 2008년 애플의 아이폰 독주와 구조적으로 같습니다. 포드, 도요타, 폭스바겐, 현대, 우버, 아마존, 페덱스 등 50개 이상의 대기업이 자율주행 기술에 의존하게 될 텐데, 이들 중 대부분은 단독으로 웨이모를 이길 수 없습니다. 웨이모에만 누적 450억 달러 이상이 들어갔고, 크루즈는 100억 달러를 쓰고 문을 닫았으며, 아르고 AI는 제로가 됐죠.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경로는 거의 모든 회사에게 닫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걸리의 주장은 이들이 해야 할 일은 개방형 자율주행 컨소시엄을 만드는 것이라는 겁니다.

오픈소스 자율주행 플랫폼은 더 안전하고(수천 개 회사가 엣지 케이스를 공유), 더 빠르며(분산된 개발), 더 싸고(비용 분담), 규제 대응도 쉽습니다(15개 독점 시스템 대신 하나의 공개 표준을 감독). 그리고 중국의 바이두가 2017년에 이미 자율주행 계의 안드로이드를 표방하며 아폴로를 오픈소스로 풀었지만, 중립 재단에 넘기지 않아서 업계 표준이 되지 못했다고 짚고 있습니다.

걸리는 "구글의 플레이북을 구글에게 되돌려 쓸 담력이 있는 회사가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하고 있구요.

AI 쪽은 더 복잡합니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이 폐쇄형 프론티어를 지배하는 구조에서, 미국(서양)에는 오픈 웨이트 프론티어를 제공하는 신뢰할 만한 플레이어가 없다는 겁니다. 프랑스의 미스트랄이 가장 가깝지만 절대 프론티어에는 못 미치고, 메타는 라마 4가 기대에 못 미친 뒤 초지능급 모델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구글의 젬마는 소형에만 오픈이죠.

반면에 중국은 딥시크, 알리바바 큐원, 문샷 키미, 즈푸 GLM을 전부 오픈 웨이트로 풀고 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도 중국 모델들이 오픈소스에서 현재 선두라고 인정하고 있죠) 스페이스X에 인수된 커서의 컴포저 2는 문샷의 키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에어비앤비의 고객 서비스 에이전트는 알리바바의 큐원 위에서 돌아갑니다.

걸리의 (미국을 향한) 경고는 이렇습니다. 서양에서 신뢰할 만한 오픈 프론티어가 나오지 않으면, 전 세계 60억 인구가 쓰는 AI 인프라가 중국 오픈 모델 위에 올라가게 되고, 미국이 오히려 기술적으로 고립되는 역전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규제

걸리의 글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규제에 대한 부분입니다. 폐쇄형 모델을 만드는 회사들이 국가 안보 프레이밍과 중국 공포를 이용해 오픈소스 경쟁을 법적으로 차단하려 할 유인이 있다는 거죠. 이미 하원 위원회가 커서와 에어비앤비에 중국 오픈 웨이트 모델 사용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걸리의 표현을 빌리면, "품질과 가격으로 오픈 생태계를 이길 수 없으면, 워싱턴에서 이겨야 한다"

걸리는 27년간 오픈소스를 관찰하고 투자해온 사람입니다. 벤치마크는 레드햇, MySQL, 일래스틱, 컨플루언트에 초기 투자했고, IBM이 레드햇을 340억 달러에, 컨플루언트를 110억 달러에 인수하는 걸 지켜봤죠. 그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 이겁니다. 오픈소스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산업의 권력 구조를 바꾸는 무기입니다. 그리고 이 무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회사는 구조적으로 불리해집니다.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이 계속 남습니다.

"이해하는 회사는 다음 10년간 우위를 복리로 늘릴 것이고, 이해하는 국가는 글로벌 기술 지형을 주도할 것이며, 이해하는 개인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그중 한 명인지 확인하라"

빌 걸리답게 조용하면서도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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