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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예측 시장 엔진

2025.11.10 | 조회 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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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지난주 구글이 예측 시장 플랫폼인 칼시(Kalshi), 폴리마켓(Polymarket)과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이제 구글 파이낸스나 AI 기반 딥서치에서 “2025년 GDP 성장률은?” 같은 미래 질문을 검색하면, 전문가 리포트와 함께 예측 시장의 실시간 확률 데이터가 함께 제공된다는 거죠.

단순한 기능 추가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의 검색 아키텍처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신호죠. 과거 구글이 이미 존재하는 사실의 웹만 인덱싱했다면, 이제는 자본의 무게가 실린 집단적 믿음의 웹, 즉 역동적인 확률도 인덱싱하기 시작한 겁니다.

하지만 군중의 지혜(Wisdom of crowds)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 데이터는 정말 신뢰할 수 있는 걸까요? 구글은 왜 하필 지금 이 위험한 베팅모델을 검색 인프라 안으로 끌어들이는 도박을 하는 걸까요?

출처: Google
출처: Google

정적 팩트 ->  동적 확률

구글은 지난 수십 년간 과거를 정리하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웹을 크롤링하고, 페이지랭크로 순위를 매기고, E-A-T(전문성, 권위성, 신뢰성)같은 기준으로 정적인 정보의 품질을 평가했죠. 본질적으로 이미 알려진 사실을 보여주는 후향적인 시스템이었습니다.

하지만 칼시, 폴리마켓과의 파트너십은 이제 또 완전히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이런 베팅 플랫폼이 제공하는 데이터는 스포츠 점수나 주가 같은 단순 실시간 데이터가 아니죠. 이건 미래에 대한 예측, 즉 아직 참이나 거짓으로 확정되지 않은 확률 그 자체입니다.

이 데이터는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딥서치 기능에 핵심적인 원재료로 투입됩니다. 이제 구글의 AI는 단순한 요약 전문가를 넘어 분석가로 진화하는 거죠. “2025년 경기 침체가 올까?”라는 질문에, 과거의 AI는 전문가 리포트를 요약해줬을 겁니다. 하지만 새로운 AI는 “전문가 A는 X라고 예측하지만(출처: NYT, WSJ), 돈이 걸린 예측 시장에서는 현재 Y%의 확률로 가격이 매겨지고 있습니다(출처: Kalshi, Polymarket)”라고 종합적인 답변을 내놓게 되는겁니다. 시장의 '가격’을 전문가의 '의견’과 동일한 수준의 지식 신호로 격상시키는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겠죠.

구글의 이번 움직임이 2025년 11월에 나온 것은 우연이나 랜덤 이벤트는 아닙니다. 이 파트너십은 예측 시장이라는 자산군이 법적으로 안전해지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실행된 결정이죠.

칼시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규제 승인을 받은 합법적인 예측 시장입니다. 하지만 CFTC가 “선거 결과 예측은 도박”이라며 예측 시장 내에서 가장 가치 있는 정치 상품의 상장을 금지하려 하자, 칼시는 CFTC를 고소했고 법원은 칼시의 손을 들어줬죠. 그리고 2025년 5월, CFTC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선거 예측 시장의 합법성이 사실상 확정되었습니다.

거기에 폴리마켓도 돌아오게 된거죠. 사실 블록체인 기반의 폴리마켓은 2022년 CFTC로부터 불법 시설로 규정되어 미국 시장에서 퇴출당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 7월에 폴리마켓은 CFTC 라이선스를 보유한 QCX라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M&A를 통한 규제 준수가 가능해졌죠. 그리고 올 9월, 마침내 CFTC로부터 미국 내 사업 재개를 허가하는 ‘No-Action Letter’를 받아내게 된겁니다.

구글처럼 리스크에 민감한 상장 기업이 불법 플랫폼이나 소송에 휘말린 데이터를 자사 검색 엔진에 통합할 리가 없죠. 두 플랫폼의 법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2025년 하반기가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파트너십을 발표한 겁니다.

군중의 지혜(Wisdom of the crowds)

문제는 예측시장이 표방하는 소위 군중의 지혜가 항상 현명하지도, 진실되지도 않다는 겁니다. 어쩌면 구글은 확률 데이터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금융 시장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통째로 검색 인프라에 이식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일단 조작이라는 위협이 있습니다. 당장 지난주 코인베이스의 실적발표 때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이 자신이 실적발표 때 언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단어들(베팅이 진행 중이던)을 줄줄이 읊어서 재밌는 이슈를 만든 적이 있죠. 달리보면 특정 개인의 선택으로 예측시장의 결과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거대한 취약성을 보여준거죠.

그리고 예측 시장의 동기는 이제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섭니다. 바로 구글 검색 결과 페이지를 오염시키는 것이죠. 한번 가정해보면 특정 국가나 집단이 정치적 목적으로, 유동성이 낮은 시장(가령 “2026년 특정 전염병 대유행 확률”)에 의도적으로 돈을 쏟아부어 가격을 90%까지 밀어 올릴 수도 있다는거죠. 시장에서 돈을 잃겠지만 구글 AI가 이 90% 확률을 지식 신호로 받아들여 전 세계에 퍼뜨린다면 적은 비용으로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정보 작전에 성공하게 되는 겁니다.

인지 편향의 위험도 상존합니다. 시장 가격은 객관적인 정보의 합이 아니라, 편향된 인간들이 거래한 결과물일 뿐입니다. 여기에는 시스템적인 오류가 가득하죠. 당장 인간의 편향성이 문제가 될만한 결 몇개는 나열해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구글이 이 시장 가격을 확률이랍시고 그대로 보여주는건  사실상 검증된 편향을 진실인 양 유포하는 무책임한 행위가 될 수 있어 보이죠.

이 위협은 구글이라는 플랫폼을 만났을 때 더욱 증폭됩니다. 구글이 검색 결과 최상단에 “경기 침체 확률 70%”라는 숫자를 띄우면, 이건 더 이상 단순한 예측이 아니죠. 이 숫자는 밴드왜건 효과까지 촉발할 수 있는 강력한 사회적 신호가 됩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 숫자를 보고 실제로 소비를 줄이고 투자를 보류하면, 그 행동이 모여 정말로 경기 침체를 만들어내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 있죠. 예측이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예측이 현실을 창조하게 되는 겁니다.

정치 영역에서는 더욱 위험합니다. “2028년 대선 승자는?”이라는 질문에, 통계에 기반한 여론조사(A후보 54%)와, 돈이 걸린 예측 시장(A후보 48%)이 서로 다른 진실을 보여주게 되죠. 사용자는 어떤 숫자를 믿어야 할까요? 이 혼란 자체가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무너뜨리고, 조작된 시장 가격을 진짜 민심으로 포장하려는 세력에게는 또 다른 수단을 쥐어주게 될 겁니다.

미래 예측 엔진

그럼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왜 구글은 예측시장을 들여오는 걸까요?

일단 보여지기에 구글의 이번 통합은 베타 테스트일겁니다. 진짜 목표는 단순히 예측 시장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죠. 구글의 최종 목표는 이 돈이 걸린, 실시간이며, 검증 가능한 고품질 데이터 스트림을 제미나이(Gemini) AI 모델의 훈련 데이터로 삼는 것입니다.

현재의 AI 경쟁이 과거의 사실을 얼마나 잘 '요약'하느냐의 싸움이었다면(퍼플렉시티 같은), 구글은 이제 미래를 얼마나 잘 '예측'하느냐로 전쟁터를 옮기려 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AI는 이 데이터를 먹고, 예측 시장의 편향성을 스스로 학습하고 보정하는 방법을 터득할 겁니다. 결국 구글은 시장을 이기는, 즉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 지성보다 더 정확한 독자적인 ‘미래 예측 엔진’을 구축하게 되겠죠.

다른 플레이어(OpenAI, 퍼플렉시티나 마이크로소프트 등)가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구글의 미래 예측 AI 엔진은 단순히 데이터를 긁어오는 것만으로는 절대 따라올 수 없는, 훨씬 더 복잡하고 방어하기 쉬운 인프라급 해자(moat)가 될 겁니다.

구글은 검색의 패러다임을 과거의 요약에서, 미래의 예측으로 바꾸는 전환을 시작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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