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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쿡은 해고되어야할까?

2025.08.13 | 조회 5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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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ided by Zero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3조 4천억 달러에 달합니다. 팀 쿡이 2011년 스티브 잡스로부터 CEO 자리를 물려받은 이후 회사 매출과 이익은 두 배 이상 뛰었고 주가는 1,400% 넘게 폭등했죠. 애플 워치와 에어팟으로 웨어러블 시장을 창조했고, 서비스 사업은 웬만한 대기업 하나를 통째로 삼킬 만큼 커졌습니다. 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운영의 대가'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제국에 대한 불안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AI라는 거대한 파도가 세상을 휩쓰는 지금, 애플은 마치 길 잃은 거인처럼 보입니다. 한때 세상을 선도했던 시리(Siri)는 이제 아무도 쓰지 않는 기술적 유물이 되어버렸고, 핵심 AI 인재들은 경쟁사로 짐을 싸서 떠나고 있죠.

이런 맥락에서 지난주 All In Podcast에서는 팀쿡 아래 애플이 혁신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아주 근본적인 질문이 나옵니다. 아이폰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세계 최대의 돈 버는 기계로 만든 운영의 천재, 팀 쿡. 과연 그는 AI가 모든 것을 바꾸는 이 새로운 시대에도 애플을 이끌 적임자일까요? 아니면 그의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는 걸까요? 더 직설적으로 묻겠습니다. 애플이 살아남으려면, 팀 쿡은 해고되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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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쿡의 제국

팀 쿡을 비판하기 전에, 그가 이룬 업적의 무게를 먼저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팀 쿡은 스티브 잡스가 남긴 집을 단순히 관리한 게 아니라 그 집을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단단한 요새로 만들었죠.

그의 리더십 아래 애플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조, 2조, 3조 달러를 차례로 돌파한 기업이 되었습니다. 2011년 약 3,500억 달러였던 시가총액은 이제 3조 4천억 달러에 달합니다. 2025년 2분기 실적만 봐도 어려운 거시 경제 환경 속에서도 매출 940억 달러라는 기록을 세우며 모든 지역에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팀 쿡의 전공인 공급망 관리는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거대한 위기 속에서도 팀 쿡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차근차근 줄여나갔습니다. 이제 미국에서 팔리는 아이폰 대부분은 인도에서, 맥북과 아이패드, 애플 워치는 베트남에서 조립됩니다.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능력도 증명했습니다. 2015년 애플 워치, 2016년 에어팟을 출시하며 웨어러블 시장을 사실상 '발명'했고, 특히 에어팟은 2023년에만 18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닌텐도나 스포티파이의 연 매출을 뛰어넘는 거대한 비즈니스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앱스토어, 애플 뮤직, 애플 TV+ 등을 아우르는 서비스 사업은 이제 애플의 핵심 성장 동력이자, 한번 들어오면 빠져나가기 힘든 락인(Lock-In) 생태계를 완성했죠.

이 모든 것은 팀 쿡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팀 쿡은 분명 아이폰이라는 혁명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거대한 산업적, 재무적 성공으로 완성시킨 최고의 지휘자였습니다.

혁신의 실종

하지만 이 눈부신 성공의 이면에는 "혁신이 멈췄다"는 뼈아픈 비판이 늘 따라다닙니다. 아이폰, 아이패드를 잇는, 세상을 바꿀 만한 새로운 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거죠. 매년 공개되는 아이폰은 새로운 색깔, 카메라 위치 변경 같은 사소한 변화만 있을 뿐이라는 비아냥도 나옵니다.

물론, 이 비판이 100% 맞는 것은 아닙니다. 2020년 인텔 칩을 버리고 자체 개발한 애플 실리콘(M시리즈)으로의 전환은 개인용 컴퓨터의 역사를 바꾼 대담하고 성공적인 혁신이었습니다. 이는 애플의 엔지니어링 역량이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했죠.

그런데 재밌는건 바로 이 애플 실리콘의 눈부신 성공이 역설적으로 애플의 AI 실패가 얼마나 처참한 수준인지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거죠. 애플이 칩 설계에 몰두하는 동안 세상은 생성 AI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레이스에서 애플은 한참 뒤처져 있죠.

한때 음성 비서의 선구자였던 시리(Siri)는 이제 경쟁사들에 비해 "쓸모없고", "멍청하며", 심지어 "회사의 리스크"라는 평가까지 받습니다. 야심 차게 발표한 애플 인텔리전스는 혁신보다는 따라 하기에 가깝다는 평이 많고, 핵심 기능들은 2026년에나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실상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기술적 실패가 핵심 인재들의 엑소더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애플의 파운데이션 모델팀을 이끌던 핵심 임원 루오밍 팡(Ruoming Pang)은 2억 달러가 넘는 보상 패키지를 받고 메타로 떠났고, 그의 핵심 직원들도 줄줄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오픈AI 역시 애플의 핵심 엔지니어들을 빼내 가는 데 성공했죠.

이건 단순히 몇몇 직원이 이직한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AI 분야 최고의 인재들이 "애플에서는 비전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내부로부터의 불신임 투표나 마찬가지인거죠. 애플이 자랑하는 엔지니어링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경영진의 비전 부재와 잘못된 전략적 우선순위가 낳은 명백한 리더십의 실패인 셈이죠.

1,000조 원짜리 질문

애플의 AI 실패는 팀 쿡의 리더십 스타일, 그리고 그의 자본 배분 철학과 깊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팀 쿡의 재임 기간 동안 애플의 재무 전략을 정의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자사주 매입'입니다.

지난 10년간 애플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데 쓴 돈은 무려 7,040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건 S&P 500 기업 중 488개 기업의 시가총액보다도 많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금액이죠.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을 만족시키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죠.

하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기회비용이 숨어있습니다. 애플이 자사주를 사는 데 쓴 그 돈으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과거를 보면 테슬라나 넷플릭스를 헐값에 인수해 전기차나 스트리밍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될 수도 있었을거고, 현재 시점에서는 퍼플렉시티(Perplexity AI)를 인수하는 데는 300억 달러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연간 1,1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예산에 비하면 껌값이죠. 앤트로픽 같은 거물급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팀 쿡의 M&A 철학은 "크고 복잡하고 혁신적인 딜은 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큰 인수가 2014년 30억 달러에 산 비츠(Beats)였죠. 그는 주로 작은 스타트업들을 인수해 기술과 인재를 흡수하는 턱인(tuck-in)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AI 분야에서만큼은 명백히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수십 개의 작은 AI 스타트업을 사들였지만, 이걸 하나로 꿰어낼 큰 그림이 없었기 때문이죠.

결국 팀 쿡은 혁신을 위한 과감한 베팅 대신, 주주 가치를 높이는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길을 선택한 겁니다. 이것이 바로 스티브 잡스와 같은 '비저너리'가 아닌, 팀 쿡이라는 '오퍼레이터(운영 전문가)'의 본질적인 한계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AB on Unsplash
출처: AB on Unsplash

팀 쿡은 아이폰 혁명을 전 세계적인 산업적, 재무적 성공으로 완성시킨 역사상 가장 위대한 CEO 중 한 명입니다. 그의 업적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죠.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이제 세상은 제2의 아이폰이 아니라, AI라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시대에 안정과 최적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팀 쿡의 리더십은 오히려 애플의 가장 큰 족쇄가 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문화, 과감한 M&A를 꺼리는 태도, 제품보다 재무제표를 우선시하는 전략. 이 모든 것이 애플을 AI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든 원인입니다.

이제 애플에게 필요한 리더는 물류를 책임지는 관리자가 아니라, 다음 10년의 비전을 제시할 제품 중심의 리더일지도 모릅니다. AI라는 가장 중요한 전쟁에서 영원히 뒤처질 수 있다는 전략적 리스크는 이제 팀 쿡이 제공하는 운영의 안정성이라는 가치를 압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팀 쿡 같은 전설적인 CEO를 교체하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를 동반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더 큰 리스크는 변화의 파도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서히 침몰하는 것일지도 모니다. 애플 이사회가 "팀 쿡에 대한 믿음은 굳건하다"고 말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애플의 AI 경쟁력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플이 다음 10년에도 혁신의 아이콘으로 남고 싶다면, 이제는 팀 쿡의 아름다운 퇴장과 새로운 리더십으로의 질서 있는 전환을 준비해야 할 때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전환은, 수천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 예산을 AI 기업 인수에 쏟아붓는 과감한 자본 배분 전략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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