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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Box)는 AI 전환에 성공한건가?

2026.06.01 | 조회 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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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지난주 박스(Box)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좋았습니다. 매출은 시장 예상을 넘었고, 4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회복했죠. 그런데 정작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약 3% 빠졌습니다. 실적이 잘 나왔는데 주가는 빠지는 장면이 연출된 거죠. 그리곤 또 6%가 올랐구요.

아, 박스라는 회사가 다소 낯설 수 있으니 잠깐 짚고 가겠습니다.

미국 기업들이 사내 문서를 보관하고 공유하는 데 쓰는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인데, 오랫동안 파일을 클라우드에 올려놓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지금 SaaS(구독형 소프트웨어) 업계 전체가 가장 두려워하는 전환을 정면으로 통과하는 중이거든요. 관련해서 제가 box CEO가 앞으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헤드리스가 되어야한다고 인터뷰했다고 전하기도 했었습니다.

어땠든 결론은 자기들이 가진 방대한 기업 문서 더미를 AI 시대의 자산으로 바꿔내는 작업이죠. 일단 실적은 잘 나왔는데도 시장이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인데요.

첨부 이미지

일단 표면 숫자부터. 매출은 3억 59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1% 늘었습니다. 사소해 보여도 박스로선 큰 사건입니다. 2023 회계연도 이후 처음 두 자릿수 성장률로 복귀한 거거든요. 그동안 한 자릿수 성장에 갇혀 있던 회사가 그 벽을 넘었다는 심리적 의미가 큽니다.

핵심 체력 지표인 순매출유지율(NRR), 즉 기존 고객이 1년 뒤 얼마나 더 쓰는지 보는 숫자도 102%에서 105%로 올라섰습니다. 신규 고객을 새로 따는 게 아니라, 기존 고객이 더 비싼 요금제로 알아서 갈아타고 있다는 뜻이죠. 미래 매출의 예고편 격인 잔여수행의무(RPO)는 16억 달러, 12% 증가로 사상 최대였고요. 연간 10만 달러 이상 쓰는 큰 고객도 11% 늘었고, 핵심, 보안, AI를 묶은 스위트 패키지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1%에서 67%로 뛰었습니다.

그래서 박스는 연간 매출 전망치도 12억 8,000만 달러로 살짝 올려잡았습니다. 시장이 큰 폭은 아니라고 평했지만, 어쨌든 자신감을 내비친 거죠.

인수

그럼 무엇이 이 반등을 만들었을까요? 박스가 던진 답은 '엔터프라이즈 어드밴스드'라는 최상위 요금제입니다. 기존 최상위 요금제보다 사용자당 30~40% 비싼데, 안에는 AI 에이전트와 자동 문서 생성, 그리고 핵심 기술 두 가지가 묶여 있죠.

그 핵심 두 가지는 2024년 박스가 인수한 회사들에서 왔습니다. 하나는 폴란드 AI 회사 알파문(Alphamoon)인데요. 보통 기업이 가진 데이터의 90%는 PDF 계약서, 송장, 재무제표 같은 정형화되지 않은 문서들입니다. 사람이 이걸 일일이 열어 핵심 정보를 뽑아내는 데 어마어마한 시간과 돈이 들죠. 알파문 기술이 이 작업을 신경망으로 자동화합니다. 계약 갱신일, 거래 당사자, 금액 같은 정보를 알아서 뽑아내 조회 가능한 데이터로 바꿔주는 거죠. CEO 애런 레비는 이걸 "계약서나 송장이 많은 기업한테는 킬러 앱"이라고 평가했었구요.

두 번째는 박스 에이전트입니다. 사용자가 "이 폴더에서 갱신일 임박한 계약 다 찾아서 정리해줘" 같은 일을 시키면, AI가 알아서 단계를 쪼개 실행하는 자율 도우미죠. 여기서 재밌는 건 컨텍스트 창(AI가 한 번에 읽고 기억할 수 있는 정보량)을 400만 토큰까지 늘렸다는 점입니다. 책 수십 권 분량을 한 번에 통째로 읽고 분석한다는 뜻이죠. 가상 데이터룸 전체나 수십 년치 법률 판례를 한 번에 훑어볼 수 있어, 중간에 맥락을 잊고 헛소리하는 AI의 고질병을 비껴갈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작업이 박스 위에서 한 번 굳어지면 고객사 입장에선 다른 클라우드로 옮기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기업의 모든 제도적 기억이 박스의 메타데이터로 매핑돼 있으니까요. 이게 박스가 노리는 진짜 해자입니다.

Seat -> 토큰

더 고무적인 건 박스가 돈 버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는 점입니다. 기존 SaaS는 "사용자 1명당 월 얼마" 식의 좌석 단위 과금이었죠. 그런데 AI는 질문 하나 던질 때마다 계산 자원이 크게 드니, 이 모델로는 마진이 박살납니다. 그래서 박스는 AI 유닛이라는 토큰 단위 과금을 도입했습니다. 1,000유닛에 10달러죠.

재밌는 건 이게 새로운 고객 행태를 만들었다는 점이거든요. 레비가 토큰 예산 짜기라 부르는 현상인데, 회사 IT 책임자들이 "이번 달엔 AI에 얼마를 쓸 거냐"를 따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박스는 여기서 꽤 의미있는 포지셔닝을 했습니다. 자기들 AI 모델을 강요하는 대신에, 고객이 작업 성격에 맞춰 OpenAI든 앤트로픽이든 오픈소스든 골라 쓸 수 있게 한 거죠. 비싼 모델은 어려운 작업에, 싼 모델은 가벼운 추출 작업에 돌리면서 비용을 최적화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왜 주가는?

여기까지 보면 매수 사유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시장은 왜 주가를 밀고 당겼을까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일단 마진 출혈입니다.

매출은 늘었지만 지난 12개월 순이익은 2억 160만 달러에서 9,540만 달러로 반토막 났습니다. 순이익률이 17.6%에서 7.9%로 주저앉은 거죠. AI 모델을 돌리는 클라우드 비용, 라이선스, API 호출료가 다 박스 장부에 찍히는데, 이걸 고객한테 다 전가하면 고객이 떨어져 나갈 위험이 있으니 일부를 회사가 떠안고 있는 겁니다. 애널리스트 중 한명은 박스가 혁신의 햄스터 챗바퀴에 갇혔다고 표현했습니다. 파일 저장 사업이 빠르게 흔한 상품으로 전락하는 속도를 AI로 메우려고 끝없이 달려야 한다는 거죠.

첨부 이미지

그리고 엔화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박스는 해외 매출의 약 70%가 일본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올해 초 엔화가 1달러당 160엔 선까지 무너지면서, 일본 재무성이 한 달 동안 약 736억 달러를 쏟아부어 환율 방어에 나서야 했죠. 박스 입장에선 일본 매출을 달러로 환산하면 액수가 쪼그라드는 구조입니다. 1분기 청구액(빌링)이 달러 기준으론 5% 성장이었는데, 환율 영향을 제거한 기준으론 13% 성장이었거든요. 회사의 진짜 영업력은 폭발하는데, 환율이 그 절반 이상을 먹어버리는 거죠. 가격을 올리자니 일본 기업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처지라, 환차손을 그대로 흡수하며 버티고 있는 셈입니다.

UI 포기

마지막으로 짚어둘 게 있습니다. 여전히 SaaS 업계엔 SaaS 종말론이라는 공포가 떠돕니다. AI 에이전트가 발달하면 사람들이 더는 박스 같은 앱에 직접 로그인하지 않고, GPT나 슬랙 같은 한 곳에서 모든 작업을 시키게 될 거라는 거죠. 그러면 박스는 뒷단에서 파일만 보관해주는 파이프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 질문에 레비는 "UI 경쟁에는 뛰어들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대신 박스는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이라는 새 업계 표준을 적극 받아들였습니다. 외부 AI 도구가 박스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규격이죠. 예컨대 사용자가 클로드 안에서 박스 문서를 검색하고 약할 수 있는데, 정작 민감한 원본 파일은 앤트로픽 서버로 옮겨지지 않습니다. 박스의 권한 체계와 보안 정책이 그대로 지켜지면서, API 호출 건당 박스가 과금하는 구조죠. 레비가 말했던 헤드리스 구조로 가겠다는게 이 말이죠.

박스의 포지셔닝은 간단합니다. 추론은 AI 모델 회사들에게 넘기고, 자기는 그 모델들에 안전하게 데이터를 공급하는 데이터레이크로 남겠다는 겁니다. 사용자 좌석은 줄어들 수 있어도, 사람이 아닌 AI 에이전트가 호출하는 API 매출이 그 자리를 메우는 거죠. 이론적으론 그럴듯한 그림입니다.

다만 그 사이 마진은 계속 깎이고, 환율은 매출을 갉아먹고 있죠. 박스가 이 단계를 무사히 통과해 정말 날개를 달지, 아니면 햄스터 챗바퀴 위에서 지쳐버릴지는 다음 몇 분기가 결정해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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