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조합원 모두 2023년 '대전 5기 주민조직가 과정'을 수료한 조직가입니다. 현장은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어떻게 하면 주민을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활동의 주체로 세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조직가의 마음, 태도로 현장에서 일하면서 겪는 고충과 어려움을 비롯해 대전주민운동교육원이 앞으로의 활동과 사업에서 고려하고 반영해야 할 점들을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현장위원회의 조합원 만남은 하반기(9월/10월)에도 이어집니다. 나눈 이야기들은 잘 정리해서 하반기 뉴스레터에서 다시한번 전하겠습니다.
[연재] 이성숙 조합원의 '필리핀 현장' 이야기 (1편)
대전주민운동교육원의 이사인 이성숙 조합원의 '필리핀 현장' 이야기를 두번으로 나누어 연재합니다. 이성숙 조합원의 꿈은 몸 담고 있는 필리핀 현장에서 주민조직운동을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어떤 인연으로, 어떤 일을 계기로 필리핀에서의 주민조직운동을 꿈꾸고 있는지를 이어지는 글에서 함께 살펴봐 주세요.
사진 출처: 이성숙 조합원 블로그
2019년 여름, 옥시덴탈 민도로의 맘부라오에서 활동하던 참빛선교회에 합류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남편이 선교회 소속이었고, 남편의 대학원 동기인 정건영 목사님도 같은 선교회에 계셨습니다. 선교회는 목사님을 통해 코리아 카페 '나눔'을 운영했고, 그 카페의 매니저가 아일린(Arlene)이었습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다음 날 아침에 드러났습니다. 전날 한국 팀원들끼리 한국어로 주고받은 음식 이야기가 아침 식탁에 그대로 차려져 있었습니다. 한국어를 모르면서도 관찰만으로 상대의 뜻을 읽어내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필리핀에서의 NGO 사업을 구상 중이었습니다. 현지인의 도움 없이는 되지 않을 일이었습니다.
2020년 1월, 목사님과 남편과 셋이 다시 맘부라오를 찾았습니다. 주일이면 카페는 예배 장소가 되었습니다. 예배 후 현지 사역자들과 간 식당에서 서툰 영어로 고맙다는 말을 건네다 눈물이 터졌는데, 아일린도 울고 있었습니다. 사업이 아니라 관계가 먼저 생긴 순간이었습니다.
그해 처음 산 비센테에 갔습니다. 선교회는 맘부라오 주일 예배를 마치면 30분 거리의 산 비센테로 넘어가 다시 예배를 드렸습니다. 아일린과 남편 에드(Edd)의 고향입니다. 마을에는 작은 성당 하나가 전부였고, 사람들은 에드 어머님 집 마당의 큰 망고나무 아래로 모였습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예순에서 일흔 명이 그 더위 속에서 두 시간 넘게 찬양하고 말씀을 들었습니다. 건물도 없이 그만한 사람이 모인다는 것, 그것이 마을이 이미 가진 힘이었습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겠어?" 아일린의 대답은 분명했습니다. "내 고향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교회가 생기는 게 내 소원이야." 우리가 정한 필요가 아니라, 마을 사람이 자기 말로 꺼낸 요구였습니다.
계산은 서지 않았습니다. 목사님은 맘부라오 사역만으로도 벅찼고 건강도 좋지 않으셨으며, 대신 맡을 사역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은 한번 해보시겠다고 하셨고, 귀국 후 교회 지을 땅이 나왔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땅을 샀고, 2020년 하반기 목사님과 에드가 교회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든 고치고 만들 줄 아는 에드의 손이 마을이 가진 자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망고나무 그늘 대신 지붕 아래에서 주일 오후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섬을 잠갔습니다. 뱃길이 끊겨 식량이 막힌 민도로에서, 목사님은 단속을 피해 오토바이로 성도들 집에 쌀을 조금씩 날랐습니다. "하루에 두 끼만 드세요." 손가락을 걸어야 했습니다. 남편이 잠시라도 귀국하시라 강권했지만, 이 사람들을 두고 갈 수 없다는 것이 목사님의 단호한 답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저질환이 있던 목사님께 코로나가 덮쳤습니다. 아일린이 급히 구한 산소통도 소용없었습니다. 2021년 추석 연휴, 우리는 대전에서 화상으로 그 마지막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현지 교회는 문을 닫았고, 우리는 2년을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의 헌신에 얹혀 있던 현장은 그 사람이 사라지자 함께 멈춰 섰습니다. 그렇다면 이 마을은 누구의 힘으로 다시 설 수 있는가. 그것이 우리에게 남은 질문이었습니다.
(2편에서 계속)
하반기 교육훈련 소식
대전주민운동교육원의 하반기 교육훈련 소식입니다.
[진행 중] 지도력 역량 강화 교육
지난 7월부터 총 6회기 과정의 '지도력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저공동체연합과 학마을사회적협동조합에서 4명의 훈련생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민조직운동의 시각에서 지도력이 갖추어야 할 태도, 관점, 역할 등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예정] 대전광역자활센터 연계 '자활 입문 과정' / 9월초
9월초에는 대전광역자활센터와 협력해서 개설하는 '자활 입문 과정'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대전 지역 5개 자활센터의 실무자 15~20명과 함께 2회차(총 8시간) 과정으로 운영합니다. 급변하고 있는 자활 현장에서 실무자들이 중심을 잃지 않고 '자활'의 본래 의미를 주민들과 함께 실현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대전씨오'의 다음 뉴스레터는 9월초에 발행합니다. 앞으로는 매월 초에 정기적으로 소식 전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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