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일, 열네 번째 편지

from 지우

2023.09.28 | 조회 2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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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봉안

편지 쓰는 일이 좋은 PD.

 

전깃줄을 바라보다
전깃줄을 바라보다

 

나는 외줄타기를 하고 있어요

떨리는 맘으로

종잡을 수 없이 가여운 맘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

 

8월이다

 

아, 이 해가 끝날 수 있다는 걸

자각하게 해주는 달

 

짧아진 편지는

바쁨에 대한 방증이며

 

작은 웃음들을 간절히 붙잡는 것은

불안에 대한 방증이지

 

어젠 피를 뽑았다

검붉은 피가 내 안에서 내 밖으로

흘러 나가고 있었다

 

내 안에 흐르고 있던 것

 

웃기지 않은가

그것을 나는 아주 간혹 마주할 뿐이다

 

검지만큼 긴 플라스틱 통 3개에

내 피가 채워질 때

잠자코 바라본다

 

나를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나를 지탱하는가

 

겨우 이 하나의 몸뚱아리를

운반하는 삶

 

겨우 이 하나의 몸뚱아리의

제 구실을 위해

애써야 하는 삶

 

당신은 꿈에서

왜 눈을 피하냐고 말했죠

 

내 검지 발톱은 깨져 있었고

 

나는 그 작은 부서짐을 걱정했어요

 

벅찬 기억에

반짝이는 가루 따위

섞어서 만든 무언가

내 안에 흐르고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러나 그저 명확한 붉음

순진한 액체

그것이 나일 뿐이었다

 

더 대단한 만남을

더 거대한 운명을

더 위대한 성취를

바란다면

 

그것이 이 작은 몸뚱아리에게

제격인 걸까요

 

과분한 걸까요

 

하지만 당신이 이 편지를 기다렸다면

 

나도 조금은 특별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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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안녕. @applecream 혹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 말 걸어도 되는 사람.

from 다정함의 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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