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짧은 편지
스무 살 때 말을 나눌 거라 생각지 않았던 누군가와 말을 하고 스무 살 때 읽힐 거라 생각지 않았던 시를 읽는다 대화는 흘러가고 시는 내게 온다,
4년.
나는 23년 정도를 살아냈고 그중 4년이라, 짧고도 길다. 365 곱하기 4는 1460이래. 셀 수 없는 눈물이 거기 있지. 있는데. 아무 날들이 멍청한 날들이 벅찬 날들이 위대한 기다림이었던 거야. 의미를 만드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대개 의미를 현재에서 찾았으나 미래가 오늘의 무엇을 형성하고 있을지도 몰라.
맛이 더 깊어질 장을 담가내는 사람처럼 그렇게 몇 해는 흘려보낼 수 있는 거지. 우리의 시절은 언제 올지 모르므로, 그러므로 우선은 인사하고 보는 거지. 오늘은 악수하고 보는 거지. 언젠가 마주앉을 몇 해 후의 먼 날을 위해. 저금을 하듯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사랑스럽고 퉁명스런 언어들을 수집하고 그걸 깎아내어 다듬고 그렇게 담아두지. 우리 속의 우물에. 우리 눈물의 장독에. 삶은 늘 수집이었고 그건 네 앞에, 가장 적확한 순간에, 꺼내보이기 위해서지.
동감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어린 오만이고, 요즈음엔 공감보다 공명이 좋다고 그렇게 말했지. 난 늘 공명의 순간을 바라고 있어. 한 지점이라도 우리가 연결될 때 물이 파동을 그리듯 큰 원들은 커져만 가겠지 그렇게 우리가 헤아릴 수 있는 것들은 넓어져가고 양손을 마주잡기엔 우리 사이에 너무 많은 것들이 있어서 손과 손 사이에 작은 토끼와 풀잎들 동경하는 시인과 유쾌하고 조용한 음악가의 가사들을 매듭지어 우린 그렇게 손을 놓았으나 놓지 않은 채로, 그렇게 한 아름보다 훨씬 큰 위대한 세계를 함께 안은 채로 서로의 얼굴을 보겠지
시집 속지엔 시인의 싸인과 연도 그리고 그 해 내가 서있던 도시의 이름이 적혀있어 그건 우리라는 계획의 출발지. 오늘 밤 내게 온 이 시의 주소. 하지만 더 이상 원산지를 묻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철이니까,
나는 언제나 나의 방식대로 땀을 흘리며 걸어가고 있을 테니
우리에게 가장 적합하게 준비된 시간이 지금이라면, 과거에 소리 없이 약속된 미래가 바로 현재임을 우리가 알기를.
가장 이 밤에 제격인 시들이 내게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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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안녕. @applecream 혹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 말 걸어도 되는 사람.
from 다정함의 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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