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일, 다섯 번째 편지

from 지우

2023.09.28 | 조회 3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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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봉안

PD로 살고 편지를 씁니다.

때론 초록이 아니어도 되잖아요?

 

요즘 내 정신 건강은 아침에 안온하고 밤에 멀쩡하지 못해

아침의 기운을, 하늘의 밝은 푸름을 이 밤에도 갈망한다면 그건 거짓말

밤에는 그저 자꾸만 침잠하려 한다

밤에는 모든 것이 두렵다,

하지만 용기 내어 푸른색을 기대해보자

아침이면 달라질 거야, 아침이니까

 


 

미래는 '보는 것'이 아닌걸

취준생의 넋두리와 방황과 다시 일어서기, 그 정도입니다

 

Y에게 또 징징거리다
Y에게 또 징징거리다

 

다행히도 정말 가고 싶은 회사는 아직 지원도 하지 않았다는 게,

그간의 도전에 큰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는 게,

연습의 의미가 컸다는 게,

그래서 탈락에 큰 타격감이 없다는 게, 그저 다행일 따름이지만

현재 내 업적은 초라하다.

탈락 3종 세트를 경험해보았으니 (아, 최종탈이 남았다) 나름 의미 있는지도.

 

고민을 해보았다. 왜 떨어졌을까. 혹은 내가 배운 건 무엇일까.

  1. 서탈 : 애초에 가고 싶지도, 나와 어울리지도 않는 직무였다. 자소서도 직무와 어울리지 않게 써버렸다.
  2. 필탈 :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 합격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더 고민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차라리 탈락이 나은 것 같다. 어쩌다 합격했으면 그러한 고민조차 안 했을 것이다.
  3. 면탈 :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고려하고 녹여내야 하는데 그걸 간과했다. 그러나 면접관들을 만났다는 것 자체로 의미 있었고, '대화'다운 면접을 했다는 점에선 진보한 내 모습!

겸손함은 자동적으로 유지된다

 

결국 꼭 가고 싶은 회사에 붙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며, 방향성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합격 수기들을 읽으며… 내린 결론은

 

  • 너무 절박하지 말 것.
  • 사람은 여유가 중요하다. 머리는 경직되면 안 된다.
  • 이거 아니면 안돼, 라는 생각만큼 바보 같은 건 없다. 여유가 없으면 얼굴에서부터 티가 난다.
  • 언제나, 평온한 멘탈 + 적당한 신중함 + 쉽고 간단하고 명료한 말하기
  • 어떤 사물이나 상황이 주어졌을 때 나만의 상상력 발휘 + 의미화를 하는 사람이 되자
  • 책 읽는 건 시간낭비가 아니다. 깊이 있는 생각을 거쳐 적힌 문장들이 내게 인사이트가 될 거야.
  • 키워드 잡고 늘어지는 고민들이 필요해
  •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이 세계의 잡다한 것(에도 우선순위가 있지만)을 모두 잘 알아야

 

매일 밤의 편지 쓰기도, 친구와의 흘러가는 대화도, 혼자만의 고민도 시간 낭비가 아닌 것!

삶이 풍성해야 글도 풍성해지고,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다

 


몰라서 달콤한 말들이 주머니 속에 많았다

좋은 글과 가사를 나눌게. 코너명은 시인 오은에게 빌렸다.

 

오늘 밤은 존경하고 오래 사랑한 이들의 말을 곱씹어봐야겠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아껴온 김연수의 문장을.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 가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해하려고, 가 닿으려고 노력할 때, 그때 우리의 노력은 우리의 영혼에 새로운 문장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건 우리의 노력과는 무관한 일이다. 하지만 이해하느냐 못하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우리의 영혼에 어떤 문장이 쓰여지느냐는 것이다. 왜 어떤 사람들은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대답하기 위해서 나는 평생 소설을 쓸 수밖에 없겠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절망과 오해와 불행 속에서 죽어간다. 그런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노력 역시 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내가 쓰는 소설의 결말은 여기까지다. 그런 점에서 모든 소설은 새드엔딩이다.

뭔가를 간절히 원했던 사람들의 삶이 그랬듯이.

 

출처는 <소설가의 일>

 

예민함의 가치가 짓밟히는 일들이 있었다. 나는 그 일들로 취약해졌다.

취약한 몸과 마음은 내 여유를 앗아가고, 어딘가 주눅들게 만든다.

한때 당연했던 것들마저 다시 묻게 하고, 주관은 무너진다.

아마 이런 종류의 공격은 몇 번이고, 다시 나를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촘촘한 감수성을 필요로 하는 일을, 꿈꾸지 않는가.

타인에게 가닿으려는 노력은, 김연수의 말처럼, 내 영혼에 새로운 문장을 쓸 거야.

 

온전히 완벽한 것은 없더라도, 내가 틀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더라도,

나는 언제나 예민함을, 예의바름을, 정치적 올바름을 고민할 것이다.

 

내가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 확실하게 말할 것이고,

숱한 새드엔딩 속에서도 세상과 삶과 인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믿을 수 있는 것을 계속 믿자.

 


 

자격 있는 영화

당신의 최애 영화관은 어디인가요, (나에게도 물어줘)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022)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022)

 

17살이었나, 우연히 끌려서 본 영화 <라우더 댄 밤즈>로 사랑하게 된 요아킴 트리에 감독

그의 또 다른 작품. 작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무렵 보았던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왜 이 영화 이야기를 갑자기 하고 싶은 걸까.

 

*대사 스포가 있습니다

 

“자기 목소리가 머리에 남아서지금도 재밌게 대화를 나누곤 해”

“말도 안 돼
어떤 대화?”

“대부분 만화에 관한 거야
이런저런 취향 얘기...”

“근데 나도 그래
상상 속에서 너와 얘기해
너는 잊은 네 특징들도
내가 더 잘 기억할 거야”

“나도 그럴걸”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내가 떠나면...
너에 대한 것들도 같이 사라지겠지”

율리에와 악셀의 마지막 대화.


몇 주 전 문득 이 장면이 떠올랐고 부리나케 찾아 대사를 기록했지

 

우리가 어떤 사람을 깊게 만나고, 그와 함께 몇 해를 보내고, 예기치 못하게 그와 단절되더라도

그래서 그 단절과 상실이 때론 실망 혹은 후회, 아쉬움과 패인 상처를 남기더라도

깊은 슬픔을 만들더라도

 

모든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면

상실에 가성비가 따른다면

 

그 이유는 그 사람만이 수집한, 나에 대한 어떤 것들이 있어서.

그의 사라짐은, 나에 대한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어서.

상실 후에야 비로소 더 깊어지는 것들이 있어서.

 

신기하지 않은가

나도 모르는 나의 어떤 것들이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깊숙이 남아있다는 게.

 


 

자격 있는 노래 

상당히 자주 듣습니다. 다양하게 듣고, 많이 듣고. 들은 만큼 씁니다.

 

오늘도 난 살았구나

 

'오늘도 난 살았네'

 

이 노래를 들은 지 어느덧 1년이 가까운 시간이 되고 있는데

제목의 무게감을 이제야 알다.

 


 

파랑과 초록은 공존할 수 있어요
파랑과 초록은 공존할 수 있어요

 

요즈음 시를 많이 썼어요.

궁금한 사람 있으면 편히 말을 걸어주세요. 제 시들은 관심받는 걸 좋아합니다.

 

아니, 그냥 길을 걸을 때마다

내 작은 머리는 문장을 적어내리고,

 

이른 아침 카페를 가득 채운 사람들에게서

생활의 숭고함을 발견하고,

 

부슬거리는 초여름의 비를 보며

슈가파우더로 뒤덮인 세상을 그려보다가

하루를 시작해요.

 

오늘, 왠지 죽지 않을 것만 같아요.

 


댓글과 공유는 글쓰기를 지속할 큰 힘이 됩니다 :)

널리 널리 알려주시고, 하고 싶은 말도 전해주세요.

 


 

그럼 안녕. @applecream 혹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 말 걸어도 되는 사람.

from 다정함의 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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