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야기해볼 것들
기대감이 있어야 뭐든 지속할 수 있는 법이니까. 쓰는 일도, 읽는 일도.
- 반포대로 3길의 고양이 동네 길냥이에 대한 추억들과 역사, 그리고 요즘 나타나는 길냥이들의 근황.
- 계절감 오랜 친구가 내게 계절이 비치는 사람이라고 했었다. 계절을 느낄 때마다 글을 쓸 수밖에 없고 그러한 글은 나눌 수밖에 없어왔다.
- 지구에서 단 하나만 고르자면 볕뉘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 내가 유일하게 소유하고 싶은 것. 사진을 나눌게
- 몰라서 달콤한 말들이 주머니 속에 많았다 좋은 글과 가사를 나눌게. 위 문장은 시인 오은에게 빌렸다.
- 열린 일기 요즈음의 생각을 나눌게
- 사랑하는 손 우리를 살게 하는 사랑에 대해. 혹은 죽게 하는.제목은 시인 최승자로부터.
- 자격 있는 노래 상당히 자주 듣는다. 다양하게 듣고, 많이 듣고. 들은 만큼 쓴다.
- Romans 8:26 신앙적인 물음과 고민들. 하고픈 이야기들.
- 갑자기 들이닥친 편지 정기적 발송 요일이 아닌 아무 날에 편지를 보낼게
반포대로 3길의 고양이
반포대로 3길에는 고양이가 자주 찾아온다. 단연 내 최애는 '얼룩이'지만 오늘은 우리 골목의 터줏대감 '꾸질이'부터 소개를.
어제 밤산책을 하는데 꾸질이가 우리 집 앞에 앉아 있었다. 늘 같은 자리. 친한 언니와 1시간 즈음 통화를 하고 다시 돌아왔는데 또 동일한 자리. 부동 자세로 뭘 했던 거니. 그 1시간을 정말 가만히 있었니. 나도 홀로만의 1시간을 너처럼 견딜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인사를 했다.
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멍한 표정의 진짜 의미를 알고 싶어.
꾸질이는 집앞 바이올린 숍의 단골 고객.
하도 주인 아주머니가 밥 챙겨줘서 살 쪘나봐.
(사담 : 그 아주머니 내가 길냥이 찍을 때마다 나 때문에 애들 도망간다고 눈빛으로 눈치 주심. 나빠...)
자격 있는 노래
상당히 자주 듣습니다. 다양하게 듣고, 많이 듣고. 들은 만큼 씁니다.
음악 모임 '작은 평화'의 '여름의 마음'을 듣다가. (여름의 마음 좋으니까 한번 들어봐)
유일한 남자 보컬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찾아보니 박현서 라는 분이었다. 솔로 앨범을 찾아 들었는데, 이 타이틀곡을 듣자마자 아, 노래 무한 반복의 다음 타자가 되겠거니 했다.
박현서의 목소리에는 겸손함이 묻어난다.
한때 겸손함 60%와 자신감 40%로 구성된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다녔었는데. 오만한 자기애보다는 자기세계를 사랑하는 건강한 자존감과 타인에게 맞춰가고자 하는 겸손함이 이 노래에서 들린다.
나는 겸손함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박현서의 노래를 듣기 전까지는.
같은 앨범의 '매일 밤'도 꼭 들어봐요!
김사월. 최근 일련의 일들로 아무 노래나 들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찾다가 정착한 사람.
스무 살, 김사월의 '누군가에게'를 참 열심히 들었었지. 난 그때 몰랐다. 내가 그 노래의 주연이 될 줄은. '누군가에게'의 주연일 수많은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너만큼'은 스물보다는 스물넷에 어울리는 노래.
살고 싶은 것보다 끌리는 마음을, 죽고 싶은 것보다 괴로운 믿음을 너도 안다면.
일단 '너만큼'을 혼자 듣지 말고 같이 듣자.
홀로 듣기엔 해로운 노래다.
몰라서 달콤한 말들이 주머니 속에 많았다
좋은 글과 가사를 나눌게 (코너명은 시인 오은에게 빌렸다)
백은선의 '퀸의 여름'
요즘 내가 틈날 때마다 정독하는 시다. 시집에서 5장의 분량일 만큼 꽤 긴 시다.
읽히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던 이 시집이 불쌍했다, 어느 날에. 어쩌면 내가 불쌍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에게 시를 찾아줬고, 시에게는 읽는 사람을 찾아주었다. 아무 생각 없이 펼쳐 든 페이지는 퀸의 여름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 시가 나와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돌려 말하는 화법을 구사하는 장르인 시를 읽는다는 것은, 눈을 감고 코끼리의 가죽을 만져보는 일과 같다고 생각했다. 시인 역시 독자에게 바라는 것은 100%의 완벽한 이해라기보다 코끼리의 가죽이 선명해지고, 그 가운데에서 독자들이 매끈함을, 혹은 거친 표면을, 눈을 감고도 보이는 색깔을, 느끼는 일이리라.
나에게 퀸의 여름은 그 선명함의 순간이 가장 많은 시였다.
단 하나의 시가 내 것이 된다면 이 작은 슬픔들 따위, 안고 갈 수 있다고. 삶이란 그런 것이라고 느끼고 만다.
💌 열린 일기
요즈음의 생각을 나눌게
실은 살기 위해 이 편지 쓰기를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뼛가루로 돌아간 모습을 마주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슬픔만큼 나는 '봉안'이 얼마나 고귀한 행위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갇힌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우리 인간이 해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간직이다.
나는 오늘도 당신들에게 빚진 다정함을 가루 내어 봉안한다.
앞으로의 편지는 모두 그 고귀한 봉안에서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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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안녕. @applecream 혹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 말 걸어도 되는 사람.
from 다정함의 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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