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손
우리를 살게 하는 사랑에 대해. 혹은 죽게 하는. 제목은 시인 최승자로부터.
안녕:)
내가 글을 생각보다 빨리 전한다면 그건 글을 쓰고 싶은 순간이 많아서일 거예요.
언젠가 책을 낸다면 짓고 싶은 제목이 있어요. <상실의 가성비>.
이별도 사별도 무언갈 잃어버리는 일도, 모두 고통스럽지만 가성비가 있는 일이었지요. 전 최근에 상실 하나를 겪었어요. 지금은, 내 눈물지음에서 의미와 아름다움을 찾아내며 매순간 상실의 가성비를 따지고 있어요.
이 뉴스레터를 시작한 것도 힘을 내보기 위해서였어요. 제 글이 저와, 또 여러분에게 힘이 된다면, 역시 가성비가 있는 상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봐요.
마음이 어려울 때, 사람을 찾곤 하죠.
지금 내가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렇게 전화번호부를 뒤지는 일이 잦아졌어요.
어제 한참을 뒤적거리다가, 나를 한없이 어른의 마음으로 사랑해줄 수 있는 분과 통화를 했어요.
생각보다 이 세상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걸. 적어도 나를 아는 사람 중에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장마가 시작될 것만 같은 월요일 아침 당신께 편지를 보내요.
(2023.06.26. 월. 오전 10:02 씀)
사랑하는 T와 이야기하다가 오래 전, 내가 그 애에게 이 노랠 추천했다는 기억을 끄집어냈다.
나는 살아가면서 몇 명의 애인을 만날 것이고 몇 번의 이별을 할 것이다. 내가 이 노래를, 상대가 이 노래를 말할 수 있는 이별이 삶에 있을까.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사랑의 모습은,
이 코너의 제목이기도 한 최승자 시인의 '사랑하는 손'에 담겨 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이별한 당신을 비로소 만나면 말하고 싶다. 이 시를 들려주기 위해 당신을 기다려왔다고.
반포대로 3길의 고양이
내 최애 길냥 얼룩이를 소개합니다. 뭉툭하고 짧은 꼬리가 귀여운 아이.
얼룩이의 소심한 표정이 좋아요.
자주 나타나지 않아서 아쉬워요. 어쩌다 마주칠 때면 정말 설레요.
고양이의 마음씨를 알 순 없지만 얼룩이는 착한 아이일 거야.
자격 있는 노래
상당히 자주 듣습니다. 다양하게 듣고, 많이 듣고. 들은 만큼 씁니다.
뉴스레터에 다양한 곡을 소개하고 싶어서 무작정 플레이리스트의 셔플을 돌렸다.
이 노래가 나왔다.
13살,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그의 공연에 갔었다.
새삼 그때 내가 바랬던 나의 성년은 어떤 모습이었나. 생각해보았다.
꿈을 꾸고 좋아하는 것들을 찾으며 설레어 하던 그때의 나에게, 좋은 이 시절을 보답해주고 싶었다.
응원 조각 모음
요즈음 내가 받은 응원들을 모았어요.
Romans 8:26
주의 : 저는 교회를 다녀요. 마음이 가지 않는다면 스킵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눈길이 조금이라도 가신다면, 한번 읽어보세요. 어떤 방식으로든 당신의 영혼에도 적히는 문장이 있으리라.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겠다.
기도의 문장을 떠올리기조차 힘든 날들이다. 살려주세요. 라는 한 마디만 부여잡는다.
괜찮다. 성령님이 우리를 위해 기도하신다.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롬 8:26
그럼에도 몇 자 힘을 내어 기도해보자면.
내가 하루를 살 수 있는 작은 순간을 주소서.
크나큰 상처 앞에 요동하지 않고 원수를 위해서까지 기도할 수 있게 하소서.
내 마음의 결핍을 주님의 사랑으로 채우소서.
계절감
오랜 친구가 내게 계절이 비치는 사람이라고 했었다. 계절을 느낄 때마다 글을 쓸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글은 나눌 수밖에 없어왔다.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초록을 참 좋아해요. 지난번에 이어 커버사진은 계속 초록.
오늘 힘을 얻은 순간들을 이어가보려 한다. 장마가 지배하는 분위기 속에서, 내가 얻은 힘들을.
- 신촌 지하철 출구에서 비가 오는지 확인하려 손을 펼쳤을 때
- 스터디 언니들과의 유쾌한 점심. 우린 절망과 혼돈 속에서도 웃었다.
- 오랜 친구의 편지. 아무런 일이 없어도 걷는 내내 울 것 같았지.
- 나는 편지를 두 번, 세 번 읽으며 길을 걷는다. 잔존한 감정은 진심 앞에 스러진다.
- 공항철도에서 스물의 어떤 날을 기억하다.
- 눅눅한 날에 M과 만났다. 지난 여름도 비가 잠시 왔었는데. 우린 삶에 대해 이야기했고 절망에 대해 말했다.
-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나를 사랑하는 존재들의 사랑이 이토록 무수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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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안녕. @applecream 혹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 말 걸어도 되는 사람.
from 다정함의 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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