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4일, 열 번째 편지

from 지우

2023.09.28 | 조회 2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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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봉안

편지 쓰는 일이 좋은 PD.

오랜만에 편지를 써요.

왜 오랜만이냐면요, 글을 쓰기엔 너무 힘들었어요.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구태여 설명하지 않으려 해요.

 

비가 많이 오니까요.

축축한 이야기 말고 다른 걸 해볼게요.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볼 때

1초 10프레임의 영화처럼

빗물은 서로 느리게 부딪치며 번쩍였고

 

약속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저녁 식사를 기다리는 것도,

모두 그럭저럭

즐거웠던 것 같아요.

 


 

자격 있는 노래

상당히 자주 듣습니다. 다양하게 듣고, 많이 듣고. 들은 만큼 씁니다.

 

직접 만든 재생목록을 공유할게요, 바로 들으시면 돼요!

 

정말 아무런 노래도 듣기 힘들 때 생각난 듀코브니 아저씨.

이번에도 눈물나게 하는 건 'Mo'였고

'Sea of Tranquility'는 여전히 촌스럽지 않았어

 

내게 이 노래들을 추천해줬던

프랑스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까

한때 이름밖에 모르는 그 사람과 펜팔을 했었지

지금 다시 편지를 보내면 답장이 올까.

 


 

여름의 맛

 

에그 타르트
에그 타르트
참외 샐러드 
참외 샐러드 
선이 굵은 떡볶이
선이 굵은 떡볶이

 

비 오는 여름에

먹은 것들.

 

참외 샐러드가 무지 먹고 싶었다.

- 참외 속을 체에 걸러 즙을 내고 레몬즙에 올리브유에 후추 소금 한 꼬집

 

에그 타르트는 귀엽고 예뻐서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지만 맛은 없었고

선이 굵은 떡볶이는 양념이 내 취향이 아니었어.

 

그럼에도 모아보는 이유는,

이상하게도 내가 살아있다는 징표 같아서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꾸질꾸질 꾸질이
꾸질꾸질 꾸질이

 

간만에 해가 났던 날, 꾸질이와 마주쳤다

급하게 동네를 헤집고 다니신다

아주 꾸질한 털옷을 입은 채로

 

비 오는 날

우리 아이들은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

외롭지 않을까,

이런 걱정들이 무용할 만큼

너희들은 나보다 잘 지내겠지만

 

우리 뭉치는 오늘도 시크해요
우리 뭉치는 오늘도 시크해요

 

한 달 만에 본 뭉치도 여전히 뭉치다웠어

 


 

어떤 답장

 

답장 1, 친구의 블로그에서 
답장 1, 친구의 블로그에서 
답장 2, 어느 작은 편지에서
답장 2, 어느 작은 편지에서

 

친구의 말처럼 “어쩔 줄 모르겠어 혼자 멍하니 앉아 눈가를 훔치는 나날들”이지.

 

문득 발신인은 외로운 자리라고 생각을 한다.

홀로 쓰는 일밖에 없으니까.

 

그럴 때, 내게,

답장이 필요하다.

 


 

열린 일기 

 

세상엔 지론이 너무 많아

명언을 만들어내기란 참 쉽고

나를 가르치려는 목소리들이

듣기 싫다

 

허영 가득한 이야기들이 넘친다

견디기 힘들다

혹 나 역시 그러할까봐

돌아본다

 

내가 만든 것들이 모두

의미없는 말놀이에 불과한 것 같아

때로 위축이 되곤 하지

 

편지를 계속 쓸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할까봐

겁이 난다

 

거짓도 허세도 섞지 않는다는

스스로의 규칙을 깰 수 없어서

쓸 수 없을 땐

정말 쓸 수가 없다

 

내 안의 콘텐츠라기엔

궁핍하고 초라한 사람

한 명이 있을 뿐이야

 

말이 글이

얼마나 힘이 있으며

얼마나 살아있을까

 

콘스탄티노스 카바피는

기도하라고 했다

나의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그리고 길 위에서 나는 풍요로워졌으므로,

이타카에 도착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나는 그 말을 지금 얼마나 믿고 있나

이 편지는 어디를 향해 가는가

 

 

 

어쩌면 보고 싶은 당신과 내가

그 겨울에서 주고받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과 공유는 글쓰기를 지속할 큰 힘이 됩니다 :)

널리 널리 알려주시고, 하고 싶은 말도 전해주세요.

 


 

그럼 안녕. @applecream 혹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 말 걸어도 되는 사람.

from 다정함의 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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