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7일, 열한 번째 편지

from 지우

2023.09.28 | 조회 2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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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봉안

편지 쓰는 일이 좋은 PD.

몸이 자꾸 가라앉아

무엇 때문일까

찬찬히 분석해본다

날씨 때문일까

정리되지 않은 책상 때문일까

 

자두도 복숭아도 한 입 베어물면

입술이 부어오를 게 뻔한 내 처지

그런데 자두도 복숭아도 먹지 못하면

여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게 아닐까

 

며칠 내내 헛구역질을 하다가 결국 토를 했다

 

오히려 홀가분했다

 


 

자격 있는 노래

상당히 자주 듣습니다. 다양하게 듣고, 많이 듣고. 들은 만큼 씁니다.

 

이예린의 '너를 보네' '내가 훔치고 싶은 건'

 

비로소 무한반복의 다음 타자를 찾았다

스무살 언저리를 기억해보다가

아 지금도 너무나 어린 나구나, 생각을 했다

문득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아득해질 과거니까

 

지금 내게 미련과 후회로 덧칠된 불과 몇 년 전이

올해와 내년과 내후년과 모두 뭉텅이가 되어

20대로 기억될 테니까

 

하지만 나는 또

가루를 소분하여 봉지에 담듯

그렇게 한 해 한 해 기억할 테지

 

난 '너를 보네'를 친구에게 보냈다

나로 인해 누군가의 저녁이

집에 돌아가는 길이

조금이라도

남다른 하루였으면 좋겠어

사실 그건 나에 대한 바램이기도 하지

 

'당신은 평온을 찾았나요'

 

나는 가사의 객체를 찾을 수가 없어서

너무 슬펐어

기꺼이 과분한 언어들을 돌려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 없어서

어쨌든 이 노래는 슬펐어 너무. 너무.

 

우린 흐를 뿐이야 

 

내친김에 하나 더,

아무래도 이번주는 이예린인가보다.

편지 초반에 소개했던, 박현서와 부른 노래도 있었네

 


 

계절감

계절이 비치는 사람

 

 
 
 
 
 
 

집에 돌아가는 길 발견한 초록이 친구 셋.

초록이라면 우리는 바라볼 의무가 있어요

 

일본 시골에 가고 싶다.
일본 시골에 가고 싶다.

그리고 앞서 본 이 풍경

집 근처 기숙사 건물.

 

그냥 예뻤다. 감나무가.

몇 초 간 멍하니 봤다.

 


 

반포대로 3길의 고양이

 

비를 피하고 있었어?
비를 피하고 있었어?

 

비오는 날의 고양이 . . .

아무리 노려봐도 난 널 사랑하지

 


 

몰라서 달콤한 말들이 주머니 속에 많았다

좋은 글과 가사를 나눌게. 코너명은 시인 오은에게 빌렸다. 

 

그녀의 말과 그녀의 말 사이로 나무가 가지를 비틀며 끼어든다 나무가 빠르게 이파리를 펼쳐 보인다 그녀의 말과 그녀의 말이 그늘 속에서 잠잠해진다 그 아래를 천천히 천천히 슬리퍼를 끌며 지나가는 사람들 말들이 피곤을 씻고 길 위에 내려앉는다 말들을 신발코로 툭툭 차며 사람들이 지나간다 말들은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굴러간다 아이 하나가 뒤뚱거리다 넘어진다 말 하나를 손안에 넣고 다시 일어선다 말 하나가 조금 더 멀리 날아간다 그녀의 말과 그녀의 말 사이에 내 말을 몰래 넣어둔다 하지 못한 말이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과 함께 나뭇가지 끝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이 그늘을 지나가며 사람들이 저마다 우산을 펼쳐든다 김소연, 우산

 

내 말들이 떠다니는 세상을 상상해

내 말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 그늘을 상상해

 

우산을 쓰고 장마를 견뎌낼 때

그간 내가 했던 말들

내뱉어버린 것들

하지 말았어야 했던 말들

정말 진심이었을까, 다시 묻고 싶은 말들

설탕을 뿌린 접시 위에서 굴려버린 단말들

 

그러다가도 결국 내 맘에 맴도는 건

내가 너를 위로했던 말들

 

우산 위에 툭툭 떨어지는

그런 말들

 

문득 시집을 닫다가 발견한 오래전 기억
문득 시집을 닫다가 발견한 오래전 기억

 


 

공명共鳴 : 남의 사상이나 감정, 행동 따위에 공감하여 자기도 그와 같이 따르려 함

 

친구와 쿠키 굽는 일과 친구를 만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다.

 

사람에겐 기대하지 않으려 했어

그런데 어제 새벽 나는 다시 공명을 꿈꿨다는 아이러니

 

너의 말대로 쿠키가 구워질 때

집 안 가득 아늑하게 채워진 단내처럼

 

고요하게, 고요하게

마주앉는 일을 해보고 싶어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나의 세계를, 초록을 한 움큼 떼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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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안녕. @applecream 혹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 말 걸어도 되는 사람.

from 다정함의 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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